8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의 초점은 개헌이었다. 특히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한명숙 총리에게 원활한 개헌 추진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한 총리도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우리당 "대통령이 탈당하는 방법도…"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헌법은 초당적인 것이다.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탈당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 이를 건의할 의사가 있느냐"고 한명숙 총리에게 물었다.
문병호 의원도 "개헌 문제는 당리당략에 의한 정략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라면서 "원포인트 개헌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 확보와 향후 대선 관리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대통령이 조건 없이 탈당해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개헌을 전제로 한다면 탈당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면서 "실제로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있다. 여러 정황상 아마도 (탈당을)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민 의원이 "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겠지만 국회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발의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절반 이상이 새로운 내용의 개헌안을 발의하면 대통령의 안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는가"라고 묻자 한 총리는 "대통령도 환영할 것이다. 국회가 발의하면 대통령이 국회 발의를 우선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과 총선의 임기만 맞추는 개헌이 아니라 보다 폭넓은 내용을 두루 추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민 의원은 "오직 원포인트 4년 연임제 개헌만을 추진하다 보니 많은 시민사회, 지식사회가 동참하기 어렵다"면서 "이번에는 원포인트 개헌을 하고 추후에 정당명부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적 개헌, 소비자 주권, 행복추구권, 토지공개념, 소수자 권익을 포함한 개헌을 추진하는 2단계 절차라면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충정과 개혁의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합의가 어렵다. 정부가 발의할 개헌안에는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종률 의원은 "대통령은 개헌안이 부결된다고 하더라고 임기단축은 없다고 했지만, 실제로 부결이 된다면 그 정치적 책임은 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대통령은 임기중단은 절대 없다는 말씀을 국민 앞에 하셨다. 부결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논의과정에서 (대선과 총선 시기는 일치시키지 않고) 오직 4년 연임제 개헌에만 합의가 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이런 상황에서는 대통령 보다는 국회가 개헌을 주도하는 것이 정략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봉쇄령'을 내린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우리당 개헌특위 위원장인 유재건 의원은 "이번 개헌은 과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처럼 자신을 위한 개헌이 아니므로 정략적이라고 할 수 없다"며 "국민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당에 혹시 손해가 될까 봐 논의 자체를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정략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국회가 개헌에 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은 최종 결정권자인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돕는 국회의 의무임이 분명하다"며 "국민의 선택기회를 국회가 박탈해선 안 된다"고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나라 "무리한 개헌시도…정략적 판 흔들기"
반면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개헌은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이던 한명숙 총리가 오히려 헌법개정 추진지원단을 통해 주도적으로 개헌정국을 조장하고 있다"며 두 달 만에 소신이 달라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맹 의원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여당의 집단 탈당 행렬과 관련해 "대통령이 설사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그것을 추진할 동력도 상실된 상태"라며 "현실적으로 안 될 것이 자명한데도 개헌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것 아닌가. 다음 정부가 하면 된다"고 몰아쳤다.
박계동 의원은 "무리한 개헌시도는 정계개편과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의 정치판 흔들기"라며 "대통령은 개헌찬반 여론으로 10%도 안 되는 낮은 지지율의 착시를 유도하고 노사모와 시민단체들을 동력으로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국무총리가 행정적, 법률적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실무기구를 만드는 것은 마땅하다"며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도가 없다. 한나라당이야말로 너무 정략적으로 끌고 가지 말라"고 받아쳤다.
이어 한 총리는 "4년 연임제 개헌은 지난 대선 때 대통령뿐 아니라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다음 정부에서 개헌을 추진하려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양보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고 반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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