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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통일 대박론'에 포박당한 통일부·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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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통일 대박론'에 포박당한 통일부·외교부

2014 업무보고, 통일 준비에 방점 찍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선언과 발맞춰 통일부와 외교부는 이른바 ‘통일준비’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해 인도적 지원과 남북 당국 간 대화 추진을 앞에 내세웠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6일 국방부 청사에서 공동으로 열린 ‘2014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통일부는 9개의 중점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4개 항이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구체적 사항으로 통일부는 ▲평화통일 기반구축 TF 운영을 통해 통일 공감대 확산 ▲통일 미래세대 육성을 위한 통일교육 ▲탈북민 대상 맞춤형 지원 ▲주변 4강을 대상으로 한 통일 공감대 형성 등을 제시했다. 국민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통일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통일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북한과는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질성을 회복할 것인지 의문이다. 통일부 업무보고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담론이 북한을 ‘흡수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이 정책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대목이다.

 

통일부는 남북 동질성 회복 방안으로 북한 주민의 생활 향상을 위한 농축산·산림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종자와 농기구 및 산림 조성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국내 시민단체나 NGO가 끼어들 공간은 없다. 통일부는 이 사업을 “경험과 역량을 갖춘 국제기구 및 유럽 등 해외 NGO”들과 함께 하겠다고 명시했다. 기존에 국내에서 대북사업을 진행하던 NGO들이 있음에도 이러한 방침을 세운 것이 ‘남북 동질성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북한과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고사 직전의 개성공단을 겨우 살린 것 외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협력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하겠다던 인도적 지원 역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만 실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새해에도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등 다른 협력사업 없이 개성공단 국제화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호혜적인 남북 간 협력을 이뤄낼 수 있는 방안으로 보기는 힘들다.

 

남북 협력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도 없는 상황에서 통일부는 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던 DMZ 평화공원조성을 두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올해 안으로 북한과 합의를 도출하고 연내 사업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인데, 이산가족 상봉도 ‘진정성’을 내세우며 서로를 비난했던 남북이 평화공원 조성에 합의를 이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 ‘통일’로 도배된 외교부 

 

외교부 업무보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과 통일 이야기로 뒤덮여있다. 지난해 북핵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과 경제협력, 공공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외교부는 업무보고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지 및 대응체제를 구축하고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추진하겠다며 북한 비핵화를 위해 원칙 있고 실효적인 투트랙 접근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러시아 등과 확고한 협조를 확보해 ‘북핵 불용’의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가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해도 될 만큼 현재 한국을 둘러싼 외교 환경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동북아는 새롭게 떠오르는 힘의 원천인 중국과 현존하는 힘인 미국·일본이 부딪히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일본 권력층의 삐뚤어진 역사 인식은 동북아 내의 새로운 전선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북아 질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국면에 따라 현명한 선택을 하는 치밀한 외교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외교부 업무보고에는 미·중 간 대립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를 펼쳐나갈지, 일본 지도부의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나마 외교부가 추진하겠다고 한 북한 비핵화 역시 어떻게 이뤄내겠다는 것인지 그 방안이 모호하다. 외교부는 기존 북핵 해결의 틀인 6자회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북한을 제외한 5자가 연대해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5자에 포함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공조해 북한을 압박하는 길로 나설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이들은 기존 북핵 해결의 틀인 6자회담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한미일에 던졌지만 한미일은 북한의 진정성 있는 행동이 먼저 이뤄져야 6자회담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한국이 사실상 이들의 제안을 거부한 것인데, 상대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제안은 받아들이라는 자세로 어떻게 이들과 긴밀한 공조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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