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내의 출산,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무서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내의 출산,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무서워!

[TV PLAY] KBS 파일럿 '출산 장려 버라이어티' <엄마를 부탁해>

MBC <아빠! 어디가?>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는 아이의 순수함과 육아의 고단함이 적절히 섞여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육아 예능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전쟁 같은 육아 이전에 출산이라는 과정이 있다. KBS의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 <엄마를 부탁해>는 출산을 앞둔 연예인 부부를 통해 출산 자체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귀한 과정을 보여준다.

최근 방송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비교하면, <슈퍼맨 비긴즈> 정도가 되겠다. 출산을 앞둔 여섯 쌍의 부부들은 2~3시간 간격으로 깨서 아이에게 분유(혹은 모유)를 먹이고 다시 재우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도 아이의 잠든 얼굴만 보면 행복해하는 슈퍼맨 부모가 되기 직전이다. 즉, 슈퍼맨이 될 준비를 하는 부모 혹은 슈퍼맨이 되려 하나 마음처럼 쉽지 않은 부모의 이야기다.

▲KBS 설 특집 파일럿 <엄마를 부탁해>. ©KBS

<엄마를 부탁해>는 8살, 3살의 두 아들과 뱃속의 아이와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송호범 부부, 요즘 유행이라는 만삭 사진을 찍는 여현수 부부, ‘시집살이’가 아니라 ‘시집힐링’을 받고 있는 김현철 부부,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기적적으로 임신 소식을 접한 강원래 부부 등 다양한 부부들의 태교 과정을 담았다. 이미 아이 둘을 출산한 덕분에 이번에는 임신한 사실조차 잠시 잊고 산다는 능숙한 엄마부터 “오돌뼈 먹으면 아이한테 뼈가 나온다”는 속설 하나에도 민감해 하는 초보 엄마까지 <엄마를 부탁해>는 최대한 다양한 엄마의 태교 과정을 보여주려 애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의 성장담을 그리듯, <엄마를 부탁해>도 예비 아빠들의 서툰 ‘부모 되기 과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래서 스튜디오에는 엄마들이 아닌 아빠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나눈다. “많이 기쁘기도 하고 또 떨리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라는 이승윤의 복잡한 감정은 아마 예비 부모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얼떨떨하고 서툰 예비 아빠들을 향해 이미 만삭이라 “(출산이) 오늘 내일 하는” MC 박지윤은 “아내가 진통하는 동안 먼저 밥을 먹고 오라고 말해도 한 번에 나가면 서운해 한다”는 깨알 같은 코치를 잊지 않는다. 자칫 출산 장려 교양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MC 박지윤이 <엄마를 부탁해>를 예능 토크쇼로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엄마를 부탁해>는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의 모습을 굳이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여현수는 아내와 아이가 괴롭게 진통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 것 같다면서도 탯줄은 꼭 내가 자르고 싶다는 말로 아내를 서운하게 만든다. 강원래는 태교 동화책을 읽어달라는 아내의 부탁에 “설거지나 해”라고 무심하게 반응하고, 개그맨 김현철은 몇 번이고 시장을 같이 가자는 아내의 끈질긴 애교에 결국 시장을 가지만 아내는 뒷전이고 과일가게 직원과 농담하기에 바쁘다.

모든 남편이 개그맨 이승윤처럼 로맨틱하거나 헌신적이진 않다. 아내만큼 출산이라는 큰 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설렘보다는 두려움과 떨림이 앞서는 남편, 싫은 것이 아니라 “몰라서” 서툰 것이라 고백하는 남편의 모습을 가감 없이 담은 것이 <엄마를 부탁해>의 장점이다.

▲<엄마를 부탁해>. ©KBS

하지만 파일럿 프로그램의 한계일까, 현재 쏟아져 나오는 육아 관련 예능프로그램에 편승한 탓일까. <엄마를 부탁해>는 프로그램 제목처럼 출산을 앞둔 ‘엄마’의 모습을 깊이 담아내지 못했다. 스튜디오에 예비 아빠들만 등장했기 때문은 아니다. VCR에서도 출산을 앞둔 예비 부모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예비 부모가 사는 집의 풍경을 가볍게 훑어낸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임산부 마사지를 예약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러브레터를 읽어주는 로맨틱한 남편 이승윤,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의 두려움을 신경 쓰지 못한 초보 아빠 여현수, 어렵게 임신한 아내에게 까칠하고 무심한 남편 강원래 등 남편의 유형을 나누기에 급급해 보였다. VCR과 스튜디오 토크가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1회만 보고 섣부른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다만 <엄마를 부탁해>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기 위해서는 가족이 아닌 부부의 모습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부모 되기를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들어봐야 할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단 한 쌍일지라도 슈퍼맨이 되기 위해 힘겹게 비상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잇는 태교 예능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