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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식별구역 논란, 핵심은 미중 패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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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식별구역 논란, 핵심은 미중 패권 갈등"

[분석] 샌드위치 신세된 한국, 타개책은?

중국이 이어도와 겹치는 방공식별구역을 시정해달라는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정부는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으로 동북아 정세의 긴장 국면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과 미·일 동맹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버린 우리의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28일 열린 제3차 한중 군사 국방전략대화에서 한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3일 방공식별구역을 처음 선포할 때만 해도 일본과 달리 한국과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중국이 막상 이를 논의하는 대화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 백승주 국방부 차관(오른쪽)과 왕관중(王冠中)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 28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제3차 국방전략대화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동대 김준형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현재 이어도 상공에 군용기를 띄울 때 일본에 미리 알려주고 있는데, 일본한테는 별다른 요청을 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대해서만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중국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현재의 방공식별구역은 1951년 미군이 설정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995년 '한일 군용기간 우발사고 장비 합의서'에 따라 군용기가 이어도 상공에 진입하기 전에 일본에 통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문제를 제기하려면 일본과 협의해 이 부분을 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최종건 교수 역시 이를 언급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우리가 군용기를 띄울 때 일본에 통보했기 때문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이어도 상공과 겹치는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면서 "근본적으로 우리랑 일본이 먼저 협의하는 것이 순서"라고 진단했다.

동북아 갈등? 미중 패권 갈등의 과정으로 봐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동북아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은 겉으로만 보면 동북아 역내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이는 미·중 간 동아시아를 놓고 벌이는 패권 싸움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준형 교수는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 10월 3일 열린 미·일 간 외교 국방장관 2+2 회담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일본의 시정권 아래에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여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이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는 것.

최종건 교수 역시 이러한 중국의 조치를 두고 "미·일 동맹이 센카쿠를 일본의 관할 지역으로 한다는 점과 중국에 국방비 투명성, 국제규범 등을 보장하라고 한 것에 대한 중국의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우리는 심각하게 받아들였는데 그 사이에 중국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면서 방공식별구역이 미·일 간 동맹 강화에 대응한 '첫 리액션'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이 조정해야 vs. 한국은 주도권 없어

사실상 신(新)냉전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 속에 현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김준형 교수는 "지금 우리가 중국에 테스트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 집어 넣고 '너도 이 문제에 걸려있는데 어떻게 할래? 확실하게 말해봐'라고 우리에게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이 현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오히려 끼인 상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양다리라는 것이 취사선택을 강요받는 것일 수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리드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면서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중국에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한중일이 모여서 이 부분에 대해 조정하자고 의견을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중국처럼 방공식별구역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 교수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있다. 다만 이런 움직임과 동시에 한중일 3자가 만나서 이 부분을 이야기해보자고 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 상황이 미국이나 중국에 있어서 한국이 그다지 중요한 국가가 아니라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종건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이 우리를 레버리지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우리를 미국 편으로, 미국은 우리를 미·일 동맹에 따라올 국가로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역할을 하고 싶어도 미국, 중국, 일본이 한국을 조정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방공식별구역 논란으로 우리가 새삼 느껴야 하는 것은 지금 아무도 한국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이 우리가 동북아에서 우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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