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내숭 떨지 마, 연애에 잠자리 얘기가 빠지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내숭 떨지 마, 연애에 잠자리 얘기가 빠지냐?

[TV PLAY] JTBC <마녀사냥>의 솔직한 연애 돌직구

"녹화 시작된 건가요?"

게스트가 스튜디오에 나왔는데도 아무런 소개 멘트가 없자, 게스트가 MC들을 향해 묻는다. 그러자 MC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원래 MC들끼리 사담 좀 나누다가 소개하고 그래요." MC들은 그렇게 또 몇 분을 수다를 떤다. 물론, 방송과는 전혀 관련 없는 순수한 '사담'이다. 오늘은 뭘 먹었는지, 내 친구가 오늘 어떤 얘기를 했는지. 게스트가 참지 못해 다시 묻는다. "제발 대본들 좀 보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JTBC <마녀사냥>은 흡사 MBC <라디오스타>의 초창기를 보는 듯하다. 정형화되지 않은 토크쇼에 혼란스러워하는 게스트, 그것을 오히려 공격 소재로 삼는 짓궂은 MC들, 토크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제작진. 이 삼박자는 게스트뿐만 아니라 시청자도 당황스럽게 만든다. '도대체 이건 뭐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대본은 거들 뿐 MC들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다가 끝나는 이 정신없는 토크쇼가 '마성의 토크쇼'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의 연애담, 너의 연애담, 여러분의 연애담 얘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것이 전부지만 그 사담을 듣기 위해 시청자들은 매주 금요일 밤을 기다린다. 연애에 관해 가장 궁금한 것은 딱 두 가지다. 연애하기 전에는 '저 남자(여자)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일까?', 연애 중일 때는 '저 남자(여자)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일까?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가 최대의 관심사다. <마녀사냥>은 그 핵심을 찌른다. '그린라이트를 켜줘'는 이성의 호감 여부를 해석해주고, '그린라이트를 꺼줘'는 연인들의 적신호를 파악해주고, '네 곡소리가 들려'는 연애하는 모든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준다.

▲ JTBC <마녀사냥> ⓒJTBC

<마녀사냥>은 연애에 관한 한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솔직한 방송이다. 호감, 이벤트, 고백 등 예쁜 포장지로 둘러싼 주제만 다루는 '여우' 같은 방송이 아니다. 거의 매 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가 바로 모텔, 잠자리다. 한 20대 여자가 '낮에는 모든 상황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며 리드하려 들지만 밤만 되면 너무 소극적으로 변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사연을 보낸다. 다른 20대 남자는 '내숭이 없는 여자 친구가 좋긴 하지만 단골 모텔까지 있는 것은 조금 심한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

신동엽, 성시경, 허지웅, 샘 해밍턴은 대화로 잘 풀어보라거나 열심히 사랑을 키워가라는 식의 입에 발린 위로를 결코 하지 않는다. 사연을 듣는 즉시 생각나는 감정을 그대로 뱉어낸다.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것도 바로 이 순간 때문이다. '이 남자가 이상하다', '이 여자가 성숙하지 못했다' 등 보통 사람들의 연애 수다에서 흔히 나오는 말들이다.

이제 막 10회 남짓 방송된 종편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이 이토록 반응이 뜨거운 건, 야해서가 아니라 솔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솔직하다 못해 능글맞은 네 남자가 있다. 사실 방송 종류, 장르에 상관없이 야한 얘기를 야하지 않게, 더러운 얘기를 더럽지 않게 아슬아슬 줄타기를 잘 하는 신동엽이 메인 MC인 것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러나 여성들이 우러러보는 '달콤한 발라드 왕자'이지만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수 성시경, 아직 예능계에서는 실험적인 방송인 허지웅, 외국인 샘 해밍턴의 조합은 '남자들이 하는 여자 이야기'를 콘셉트로 한 <마녀사냥>에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정확히 말해 위험한 조합처럼 보였다. 신동엽이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고 가더라도 보조 MC들의 죽이 잘 맞아야 예능이 산다는 것은 MBC <라디오 스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느끼한 줄로만 알았던 성시경은 능글맞기 그지없고, 샘 해밍턴과 허지웅은 신동엽도 예상하지 못한 수위 높은 발언을 내뱉기 시작했다. <라디오 스타>에서는 김국진이 판을 정리했다면, <마녀사냥>에서는 누구 하나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한 명이 시작하면 나머지 세 사람도 너나할 것 없이 끼어든다. '낮이밤져(낮에는 이기고 밤에 지는)' 남자친구 고민 사연을 읽은 뒤 샘 해밍턴이 "나는 낮이밤이"라 고백하자, 신동엽은 "나는 낮져아이(낮에는 지고 아침에는 이기는) 타입이다. 밤에는 술에 취해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고 던진다. 심지어 본인들이 아는 번화가 모텔 이름을 나열하기까지 한다.

누구나 하고 싶었지만 남들 눈치 보느라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네 남자가 대신해서 속 시원히 해준다.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 보고 난 후에도 개운하다. 이런 방송이 지상파도, 케이블도 아닌 종편 채널에서 처음 나왔다는 것은 꽤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