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부터 사회적경제 운동을 해온 ‘협동조합 전도사’가 지속가능한 협동조합을 위해 건넨 조언은 ‘정말 절실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27일 제주도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제주형 협동조합 생태계 구축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성오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 이사장이 ‘성공하는 협동조합의 특별한 조건’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김 이사장은 1992년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출간해 스페인 몬드라곤의 협동조합을 한국 대중들에게 처음 소개했으며 성공회대에서 ‘협동조합론’을 강의하고 협동조합 소개 교육을 진행하는 등 등 한국 협동조합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 이사장은 1884년 만들어진 세계최초의 협동조합 영국의 ‘로치데일’을 예로 들며 “노동자들이 가게에서 돈을 벌려고 만든 게 아니라, 상인들의 횡포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생필품을 조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협동조합은 목마른 사람들이 판 우물”이라며 “목이 말라서 다른 해결방법은 없어 직접 우물을 판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이 날 제시한 네덜란드 풍차협동조합, 아르헨티나에 500만 조합원이 참여한 전화협동조합 역시 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정부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외면했던 사업들을 주민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이사장이 협동조합의 성공전략으로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조합원들의 절실하고 구체적인 요구에 기반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
그는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 조합원들이 참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목도 안 마른데 같이 우물을 파러 다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점을 막연하게 규정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1년 동안 컨설팅을 해봤는데 이에 대한 규정없이 작동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철저한 고민과 준비를 해야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협동조합은 개인기업, 주식회사보다 준비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며 “캐나다 퀘벡의 협동조합 지속율이 높은 것은 준비기간이 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사업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점검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협동조합 설립 시 정관은 만들지만 구체적인 규약이 미비한 점을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했다. 사업계획서 검토만큼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다른 말로 하면 ‘동업’인데 이에 실패하는 경우는 대부분 동업계약서를 쓰는 문화가 없기 때문”이라며 “이해관계에서 다툼이 벌어질 것들을 미리 조정을 해놔야 한다. 협동조합에서 계약서는 곧 규약”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협동조합은 신고시 꼭 필요한 서류인 정관은 만들지만 규약은 안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구체적으로 이익이 남았을 때 어떻게 처리하고, 임원 권한을 어떻게 정하고, 현물출자 손해 시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명확하게 정해놓지 않으면 싸워서 깨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 날 강연해서 협동조합이 다른 기업모델에 비해 가진 강점이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그는 “협동조합의 장점이자 유일한 기회요인은 다른 협동조합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라며 “협동조합끼리의 협동'은 1960년대에 만들어진 국제협동조합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합회를 만드는 것은 둘째문제이고 협동조합끼리 서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해줘야 한다”며 “협동조합들끼리 네트워크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사회적기업경영연구원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에는 강완구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정책과장이 올해 협동조합 관련 정책 방향을 밝히기도 했다.
강 과장은 “올 10월까지 각종 관련 정보가 업로드 되는 협동조합 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협동조합 설립, 운영 정보관리, 경영정보통시, 통계데이터베이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국 16개 광역잔치에 중간지원기관을 통해 협동조합 설립 상담, 컨설팅, 교육,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협동조합들끼리 연합을 구축해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게 제일 효과적이지만, 역사가 짧은 만큼 그 전까지는 중간지원기관을 통해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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