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지향점이 달라진다.
그래서 만남은 중요하다.
친구들과의 인연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모티브를 만들어주었다.
'함께하기'란 수평적인 관계일 때 가능하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의 배려와 인내와 비움이 충만했을 때 성장할 수 있다.
관계의 평등을 그 친구들을 통해서 깨달아가고 있고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맑아야 보이는 법이다.
마음도, 눈도 맑아야 사람도 사물도 잘 바라볼 수 있다.
'편견'<偏見> 과 '선입견'<先入見>의 글자에는 볼 견<見>을 쓰고 있다.
이 때 보는 것은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공정하지 못한 생각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면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편견이나 선입견은 우리 마음의 눈에 먼지 같은 거다.
우리는 이 친구들을 과연 제대로 보고 있는가?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이 이 친구의 살아온 삶을 유심히 들여다 본 적이 있는가?
혹시 뒤에서 그들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던 적은 없었나?
그 친구들도 다 잘하고 싶어 했다.
근데 자기를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다.
어쩌면 어른들이 이 사회 부적응자들을 양산하는 일등 공신들이 아닐까?
어떤 친구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들린다.
"어른들은 피해자의 말만 믿지, 가해자의 말은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아요. 어떨 땐 억울하고 상처가 되어 일부러 더 하게 되요" 눈물 글썽이며 내 눈 보며 말한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런 편견과 선입견으로 그 친구들을 코너로 몰아간 건 우리 어른들이다.
친구들을 만나보면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없다.
그들은 가장 보호받고, 신뢰를 주고받아야 할 가족관계가 깨지면서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많은 친구들이다.
가장 믿어주고, 가장 따뜻하고, 가장 단단히 버팀목이 돼 주어야 될 가정이 이 친구들에게는 곧 상처고, 아픔이고, 고통이다.
14년 간 밤거리를 떠도는 5,000명의 아이들의 삶을 되찾아 준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은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고 말한다.
"어떤 꽃씨라도 심는 사람이 제대로 심고, 시간을 들여서 정성스레 가꾸면 반드시 꽃을 피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부모와 교사, 지역의 어른들과 매스컴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정성껏 돌본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만약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버리거나 말라버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피해자다."
우리들이 가슴 속에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나는 사진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뜻한 정서를 공유하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정서다.
사랑, 따뜻함, 배려, 정, 아낌, 존중.
영혼이 따뜻해야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스며들어야 번질 수 있다.
무엇이든 스며드는 것이 먼저다.
스며들기 위해서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그래야 타인이 와서 번지는 법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내 자신이다.
"피아노의 건반은 우리에게 반음半音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반半은 절반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동반을 의미합니다. 모든 관계의 비결은 바로 이 반半과 반伴의 여백에 있습니다"
신영복 선생의 말이다.
차이와 간격을 인정하고 공존하며 함께 가는 길.
그 길에 꽃이 핀다.
그 길에 향기가 있다.
그 길에 또 다른 길이 생긴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