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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이 자살한 그곳, 벼랑끝에 몰린 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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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명이 자살한 그곳, 벼랑끝에 몰린 그들은…

[포토스케치] 절망 위에 세워진 쌍용차 '희망텐트'

쌍용차 평택공장에 '희망텐트'가 등장했다.

쌍용차 해고조합원과 금속노조 조합원 등 300여명은 7일 오후 2시 30분부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정문에 텐트 4동과 천막 1동을 세웠다. 이들은 이곳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장기 농성에 돌입하고 사회 각층의 지원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이는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된 희망버스에 착안한 것이다. 경찰은 이날 텐트 설치를 막지는 않았지만,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방침이다.

'희망'의 출처는 절망이었다. 2009년 4월 첫 희생자가 나온 이래 2년 8개월 동안 19명이 자살하거나 사망할 만큼 지금 쌍용차 사태는 최악의 상황에 빠져 있다. 스트레스와 극심한 생활고로 죽음에 내몰린 사람들은 비슷한 위험에 노출된 사람이 많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죽음을 막을수도, 사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절박함이 '희망텐트'를 등장시킨 것이다.

여전히 사측은 경영이 정상화돼야 해고자 복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09년 8월 6일 노사는 해고자의 절반을 1년 경과 후 복직시키기로 합의했지만 2년이 넘도록 회사는 경영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텐트를 치고 있는 신동기씨를 만났다. 정리해고 명단에 없었지만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며 파업에 동참하다 내쫓긴 사람이었다. 그 날 이후 정육점에서 고기를 썰어가며 생활을 이어나갔지만 지금은 복직투쟁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만나자마자 울분이 쏟아냈다. 이 중에는 경영진에 대한 믿기 어려운 말도 있었다.

"정리해고에 직접 관여했던 유 아무개 상무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가 뭐라는지 아세요? '복직하고 싶으면 공적자금을 따와라. 그럼 복직시켜 주겠다' 이러는 겁니다. 이게 우리한테 할 소립니까?"

사망자가 늘어나며 해고자와 그 가족의 안위가 날로 위태로워지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적극적인 사태 해결보다 공적자금 투입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신씨는 해석하고 있었다. 이미 서로에 대한 불신은 깊어 보였다.

안타까운 장면은 또 있었다. 텐트가 세워지던 시각, 약 200여명의 회사 직원들이 마치 '우리가 살아야겠으니 너희가 떠나 달라'는 표정으로 철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경영 악화의 책임을 생산직 근로자에게 떠넘겨 내쫓는 경영진의 부당함을 모를리 없지만, 살아남아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 동료의 해고에 찬동하고 복직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기도 했다. 철문 밖 옛 동료를 바라보는 표정은 그래서 어두웠지만 단호했다. 살기 위해 복직을 요구하는 가장과 같은 이유로 동료를 버려야 하는 가장 사이에는 철문 하나 가로놓여 있었을 뿐이지만 아득한 거리가 있었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부산에서 시작된 희망버스의 온기는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의 목숨을 지켜주는 평택의 '희망텐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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