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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지영이와 과묵한 돌의 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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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지영이와 과묵한 돌의 수다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5> 지영

한 장의 사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사람 혹은 사물에 대한 관찰력과 이해력, 상상력의 총체적 관계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진을 찍기 전 '바라보기'는 중요한 태도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바라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
쉽지 않다.

사물의 사냥꾼이 되어 빛, 질감, 공간, 형태, 디테일을 채집하는 데 몰입하는 일.
그것이 '바라보기'의 시작이다.
나는 끊임없이 친구들에게 '바라보기'를 강조한다.

각자 자신이 한 가지 사물을 정해서 한 시간 동안 찍기.
어떤 친구는 '공'을 찍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돌'을, 또 어떤 친구는 '낙엽'을 찍었다.
한 가지 사물에 몰입하다보면 생각지 못한 이미지들과 만나게 된다.

친구들이 한 가지 사물을 찍는 과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사물에 말을 걸기 시작한다.
사물에 데코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사물을 자신의 리듬대로, 운율대로 표현한다는 것.
하나의 악보를 만들어 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런 과정을 잘 보여준 지영이의 사진은 참 흥미롭다.
지영이는 운동장 구석에 있는 돌 하나를 발견했다.
한 참을 바라보다가 찍기 시작했다.
그런 지영이를 나도 한 참을 바라보았다.

지영이가 발견한 돌이다.

표정이 오종종해서 참 귀여운 돌이다.
지영이의 표현대로 '새색시'같다.

한참을 그렇게 찍더니 운동장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주어서 돌 위에 얹었다.

초록 나뭇잎을 얹어서 찍어보기도 한다.

수줍음을 잘 타고 말이 별로 없는 지영이는 오늘따라 수다를 떤다.
돌하고 말을 하는 건지, 나를 보고 말을 하는 건지 어쨌든
그런 지영이의 수다가 통통거리며 뛰어다닌다.
예쁘다.

지영이는 오늘 돌을 통해 악보를 만들고 연주를 했다.
완벽한 음악이다.
찍어놓고 스스로 감탄한다.
'샘!
이 돌 너무 잘 발견한 것 같죠?'

지영이의 오늘 '바라보기'는 성공적인 듯하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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