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즐거운 편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즐거운 편지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2> 이풀잎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사진을 보면서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떠올린다.
고등학교 학창시절, 이 시를 읊조리고 다니면서 가슴을 설레던 기억이 새롭다.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내 지난 시간과 공간들이 명징하게 되살아난다.

풀잎이가 찍은 사진은 의도된 사진이라기보다 우연히 얻은 사진이다.
사진도 흥미롭지만 시적인 느낌이 강하다.
과감한 구도.
한 줄기 빛과 편지.
넘실대는 선생님의 옷소매.

풀잎이의 사진에서 한 줄기 빛은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다.
사진 전체가 시선을 고정시키는 힘이 있다.
자신의 심리에 사진을 접목한 흔적도 엿보인다.
풀잎이의 이 작품은 그래서일까.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더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풀잎이의 마음이 전해져 기분이 좋아진다.

한 장의 사진에 풀잎이는 사진과 시와 음악을 동시에 담았다.

세상 밖 또래의 친구들은 문자며 메신저로 자신의 감정을 주고받지만
이곳 친구들은 오직 편지로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다.
편지는 그들의 유일한 숨통이다.
그래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편지지라고 한다.
그것도 '꽃편지지'.

움직이는 이미지보다는 사진이 기억하기 훨씬 쉽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어느 한 순간을 깔끔하게 베어내어
또 다른 시간을 만드는 일이다.

풀잎이는 사진을 통해 자신만의 또 다른 시간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고현주씨가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