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쉼 없이 볕에 그을린 그녀들의 얼굴과 검은 잠수복의 경계가 희미하다.
세월의 흔적만큼 수놓인 주름들,
부드러운 물결의 흐름을 타고 작은 점이 될 때까지 하나, 둘 멀어져 간다.
숨비소리가 번진다.
쉬이이 긴 한숨을 짓는 듯,
바람이 울면 바람소리 속에서, 바다가 울면 바닷소리 속에서
자연의 반주와 뒤섞인 그 경이로운 합주는 이내 나를 한자리에 묶어 놓는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밭.
세월이 다 되어 가는 듯한 아낙이 화산토로 이루어진 척박한 땅을 일군다.
바다와 밭을 오가는 삶. 긴긴 세월,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늘 거기 있었고
그녀들 또한 하나의 섬으로, 그렇게 거기 있었다.
그녀들은 생의 막바지에서도 인어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생의 부력을 뚫고 저 깊은 바닷속까지 헤엄쳐 가는.
※ 6월 7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에서 <좀녜, 사라져가는 해녀, 10년의 기록> 사진전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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