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盧-여당, 운명 같이하라"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한나라 분열 없을 것"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26일 "대통령은 자기가 만든 당에서 탈당 운운하지 말고, 끝까지 운명을 같이 해야 도리"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은 한 마디로 '잃어버린 세월'이었다. 모든 게 엉망이다. 좌충우돌, 뒤죽박죽, 지리멸렬이다"며 열린우리당과 대통령을 함께 비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대통령-열린우리당, 운명 같이 하라"

강 대표는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이야기만 나오면 (국민은) 얼굴을 돌리고 막말부터 터져 나온다"고 포문을 열었다.

강 대표는 "노무현 정권은 무능하고 뻔뻔하다. 말만 앞세웠지 무엇 하나 제대로 해결한 게 없다. 뭐든지 잘했다고 강변한다"며 "그렇게 잘했는데 왜 지지율은 10%에 불과하냐"고 비꼬았다.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논란에 대해 강 대표는 "백년을 가겠다던 집권당은 왜 사분오열되고 간판을 내리려 하는가"라며 "최소한의 염치도 책임도 없이 위장개업해서 표를 얻겠다는 술수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다. 열린우리당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통령과 여당은) 이번 대선에선 열린우리당의 이름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강 대표는 "대통령은 정치놀음에서 손을 떼고 민생과 대선의 공정한 관리에 전념해야 한다"며 "대선용 선심정책을 남발하거나 자꾸 엉뚱한 판을 벌이지 말고 국민 앞에 정치 중립을 천명하고 대선 불개입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이사 다니려는 정치인, 받아 들일 수 없다"

최근 일부 열린우리당 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을 타진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강재섭 대표는 "정치나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이당 저당을 옮겨 다니면서 살아남기 위해 이사를 다니려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하면서 "금년을 대청소의 해로 삼아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런 의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 대표는 "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실제로 접촉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면서도 "열린우리당 당적을 갖고 있었던 분은 생각의 같고 다름을 떠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서 계속 나아가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 정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강 대표는 "당보다는 후보의 영향력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각 후보들이 처한 여러 상황 때문에 정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과정이 처음부터 쟁점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겠나. 다소 시끄럽고 여러 주장이 난무하는 게 살아 있는 정당, 민주정당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선 방식과 관련해 강 대표는 "싸우다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현행대로 가는 것 아니겠는가"라면서도 "마찬가지로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것은 정치적 상상력이 너무나 부족한 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번 경선은 비단 인물 경쟁의 장만은 아니다. 선진화 세력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치열한 경선, 박진감 넘치는 경선을 만들겠다. 하지만 분열과 반목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당이 정한 경선 원칙과 룰은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며 "나를 포함한 당직자들은 엄정 중립을 지킬 것이다. 대선주자들도 당당하게 경쟁하고, 깨끗이 승복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17대 대선은 나라의 명운을 가를 분수령"이라며 "그 출발점은 바로 정권 교체다. 정권 교체가 이 시대 최고의 개혁"이라고 말했다.

그는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무능한 정권은 끝장 내야 한다. 시대정신과 민심을 받들 유능한 세력을 택해야 한다"며 "나는 감히 그 선택은 한나라당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 문을 아예 닫으라"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과 관련해 강 대표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고 민생경제를 위축시킬 것이 뻔한 개헌 시도는 당장 그만두라"며 "헌법 개정 문제는 억지와 오기로 통할 일이 아니며, 차기 정권에서 국회가 주도해 국민의 뜻을 모은 뒤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개헌안이 실제로 발의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부결될 것이 뻔한데 발의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라며 "만일 (개헌안을) 낸다면 표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부결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

강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 논란에 대해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을 수 없다. 개헌 문제도 작년 2월에는 '물 건너갔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의 문을 열어 놓지 말고 아예 닫으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김정일 정권에 경고한다. 올 대선에 개입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포기하라"면서 "하루빨리 핵을 폐기하고 평화의 길로 나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물들로 '관리내각', '민생내각'을 구성하라"며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요구한 적은 없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여당 인사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생위기 극복…언제든지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

강 대표는 "대통령은 곧 퇴임하니 일자리도 걱정 없고, 고향에 큰 집도 짓고 있으니 천하태평일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그렇지 않다"며 "빈곤층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창출, 집값 잡기, 교육부담 줄이기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며 '민생경제 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또 그는 "오래 전부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국가미래전략처' 설치를 제안해 왔다"며 "그런 취지를 살려 각계 인사들이 두루 참여하는 미래전략기구를 먼저 당내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 선진화를 열망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정책과 비전의 한 마당을 열겠다"며 "수구 좌파를 제외한 모든 분들의 동참을 기대한다. 한나라당의 문은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