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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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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지 모른다

[4대강 사진 연재] 4

역사의 천사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는 얼굴을 과거를 향해 돌리고 있다.
우리 앞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에서 그는 끊임없이 파편 위에 파편을 쌓으며 이 파편들을 그의 발 앞에 던지고 있는 파국만을 보고 있다. 그는 잠시 머무르면서 죽은 자들을 깨우고 부서진 것들을 맞춰 세우고자 한다. 그러나 낙원에서부터 펼쳐진 날개로 불어오는 세찬 폭풍은 너무도 거세어서 천사는 날개를 더 이상 접을 수가 없다. 이 폭풍은 천사를 쉴 새 없이 그가 등 돌리고 있는 미래로 몰아가고, 파편 더미는 그의 앞에 하늘에 닿을 듯 쌓인다.
―발터 벤야민의 「역사철학테제」에서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깊은 골이 파인다. 유유히 흐르던 물길을 가로지르며 댐보다 큰 보(洑)가 만들어진다. 손가락 하나로 조약돌을 튕기며 땅따먹기를 하는 아이들의 유희처럼 그들은 시야에 들어온 모든 것에 골을 내기 시작한다. 아득하지만 아늑한 곳, 푸르게 남아 있던 유년 시절, 나의 기억까지도.

강을 따라 걷는다. 내가 보았던, 보고 싶었던 풍경들은 어디에도 없다.
이 강의 미래를 떠올리면서 역사의 천사가 과거를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던 이유를 생각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억지스런 폭주도 그가 등돌리고 있던 '미래'였다.

무엇을 위해 아름다운 녹지와 모래에 휘감긴 여울, 그 속에 함께 살고 있는 생명들을 파괴하는가?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소중한 것, 아름다운 것은 그것을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것의 가치를 깨닫고 후회할 뿐이다. 가장 위대한 잠언은 자연 속에 있다.

강, 그리고 그 주변의 밭을 온통 파헤치는 포클레인 곁에서 텃밭을 일구던 아낙의 한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은 곧 우리의 한숨이 될 것이다.

아낙의 밭에서, 물고기가 죽은 모래밭에서, 한 마리 새가 물마시던 강 옆에서, 나의 추억을 잃어버린 그 강 가에서, 과거로 얼굴을 돌리고 있던 천사의 얼굴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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