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서 건너온 부부는 마치 작은 섬에 표류한 듯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던 때, 안드레이와 다냐는 서울에 있는 러시아 선교회에서 윤영숙 목사를 알게 되었다. 목사는 부부에게 작은 방을 내주었고, 고양시에 있는 한 농원에서 일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낯선 땅, 작은 방, 그리 넉넉지 않은 봉급이었지만, 부부는 행복을 느꼈다.
이듬해 봄. 부부에게 뜻밖의 새 생명이 찾아왔다. 예기치 않은 임신에 부부는 고민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서 근근이 살고 있는 현실은 아이에 대한 희망을 절망으로 느끼게 했다.
교회에 새 생명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부는 시련의 과정들을 묵묵히 감수하고 이겨 냈다.
황금빛 머리칼과 푸른 두 눈을 가진 아이의 이름은 니키타. 김치를 좋아하고 한글을 배우며, 한국인 친구들 사이에서 활짝 웃는 니키타는 부부의 가슴속에 희망꽃으로 피었다.
니키타 가족은 6년간의 한국 생활을 끝으로 작년 7월 러시아로 떠났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 번도 모국을 밟아 보지 못했던 니키타는 이제 러시아에서 또 하나의 고향, 한국의 봄을 기억할 것이다.
김흥구 사진가, http://docu.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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