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서른두 살, 더 이상 두근거리는 일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서른두 살, 더 이상 두근거리는 일은…

[TV PLAY]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의 판타지

알고도 당할 때가 있다.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마음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낄 때, '아, 또 당했군'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가 크게 보면 타인이 만나 한 눈에 반하거나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밀당'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전부 싸잡아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내밀한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주고받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성찰의 순간을 담는 수작들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와 설렘, 대리만족이나 감정의 카타르시스라는 의미에서도 로맨스 드라마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의 두 주인공 성준과 김소연.©tvN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로맨스가 필요해 3>)는 이 시리즈의 전작들이 그랬듯이, 기본적으로 로맨스 드라마의 역할에 충실히 복무하는 작품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가 국내 드라마로서는 드물게 세 번째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는 건, 타깃과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각 시즌마다 배우는 바뀌어도 제작진이 연속성을 가지면서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을 가져간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특히 시즌 1부터 시즌 3까지 줄곧 집필하고 있는 정현정 작가는 <로맨스가 필요해>가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를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다.

오래된 연인이 헤어진 뒤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1>은 첫 시즌인 만큼 아쉬운 점도 많은 작품이었다. 케이블 채널이라고 해도 여전히 표현에 제약이 많은 외부적 상황도 영향을 주었지만, 연애에 대한 여자들의 솔직하고 때로는 발칙한 진짜 속마음이 기대만큼 충분히 드러나진 않았다. 역시 오랜 연인 사이이자 남매처럼 자란 남녀가 주인공이었던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2>는 이야기는 물론 감각적인 영상을 비롯해 연출에서도 전작보다 발전적인 부분이 많았다. 여주인공 주열매(정유미)가 윤석현(이진욱)과 신지훈(김지석)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캐릭터와 배우들의 매력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물론, 전작에 비해 판타지가 심해진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현재 4회까지 방송된 <로맨스가 필요해 3>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한결 더 선명해진 캐릭터와 한층 더 심해진 판타지이다. 흔치 않은 세 번째 시즌의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로맨스가 필요해 3>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팬들은 김소연과 성준의 캐스팅 소식에 기뻐했다. 김소연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외모가 주는 선입견과 달리 로맨스 드라마에서 의외의 애교와 매력을 보여준다. 성준 역시 모델 출신의 개성 있는 외모로 눈길을 끈 뒤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서 현실적인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표현하며 점점 팬 층을 넓혀가고 있다. 식상하지 않으면서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높은 이 캐스팅으로 <로맨스가 필요해 3>는 좋은 출발을 했다. 다만 여섯 살 연상의 첫사랑에게 변치 않는 마음을 품고 있는 남자 주인공을 비롯해, 여전히 로맨스 드라마의 판타지가 작품을 감싸고 있다.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 ©tvN

신주연(김소연)은 서른두 살에 대기업 홈쇼핑 사의 팀장이 되었을 만큼 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프러포즈를 기대했던 자리에서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들어도 그 자리에서는 냉정을 잃지 않는 여자다. 주연이 '슬퍼할 이유도 아파할 이유도 없다. 연애가 끝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여러 번의 연애와 이별을 경험하며 연애에 기대를 품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파도 아픈 줄 모르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주연의 가면 뒤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주완(성준)이다. 스물여섯의 주완은 태어난 순간부터 주연과 함께였다. 주연의 엄마가 주완의 보모였기 때문이다. 아홉 살에 이민을 간 뒤 1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주완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주연이다. 어린 주완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었고 넘어져 생긴 상처에 약을 발라 주었고 무엇보다 마음을 가르쳐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주연은 주완의 첫사랑이다.

<로맨스가 필요해 3>은 주연과 주완,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연의 팀 신입 사원인 정희재(윤승아)와 서른여섯의 만년 대리 이민정(박효주), 주연의 사수이자 롤 모델인 강태윤(남궁민)과 주연의 고교동창이자 앙숙인 오세령(왕지원)이 일과 사랑과 욕망을 놓고 엮이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파에 시달려 "나쁘고 못된 여자"가 된 주연을 과거의 그녀를 기억하는 주완이 되돌려놓는 이야기가 있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천재 작곡가이자 "내추럴한 게 좋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주완은 우리 모두가 예상하는 바로 그것, '사랑'의 힘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럽던 주연을 되찾고 싶다. 그는 아직 사랑에 배신당한 적 없는 '어린 남자'다.

©tvN

상대적으로 대담하긴 해도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가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인연이나 운명 같은 순정만화 플롯에 의존하고, 시청자들이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도 달콤한 판타지의 순간들이 연애의 쓴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들을 적당히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에 판타지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주연이 주인공인 <로맨스가 필요해 3>에서도 여전히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그 판타지가 몽실몽실 피어나는 때이다. 좀 더 틀을 깨주기를, 좀 더 발칙해지기를 바라지만 그렇다고 왜 여기까지밖에 안 되냐고 비난할 순 없다. 주완과 주연이 겨울바다를 배경으로 입을 맞추는 장면을 보며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웃고 있으니까. 정말 주완은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도 태연하게 디저트를 먹는 주연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 사실 궁금한 건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다. 그게 로맨스 드라마를, <로맨스가 필요해 3>를 보는 가장 큰 이유니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