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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관료 재취업실태 심각…참여연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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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관료 재취업실태 심각…참여연대 발표

퇴직 경제-건설 관료 절반 이상, 유관기업 재취업

현 정부의 첫 번째 종합 부동산 안정 대책이었던 10.29 대책을 입안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최재덕 전 건설교통부 차관은 지난 2004년 9월 공직생활을 마감한 뒤 불과 9개월 만에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원장 직에 취임했다.
  
  당시 현 정부와 부동산 정책을 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최 전 차관의 재취업 사건을 접한 뒤 "도무지 정부의 정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처럼 정부 내에서 주요한 정책 결정자였던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이해관계자 집단에 재취업하는 일이 빈번해 질수록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깎여나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공직을 맡는 기간 동안 공정성을 유지했다손 치더라도 그 이후 행보가 적절하지 않았다면 정책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관료감시운동의 시작을 선언했던 참여연대가 23일 발표한 퇴직 고위 관료의 재취업 현황 조사 자료를 보면, 최 전 차관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임을 뚜렷히 알 수 있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건교부와 재경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퇴직한 고위 관료 중 절반 이상이 퇴직 전 소속부처와 관련된 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 전 차관의 사례는 특이한 사례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건설관료, 퇴직하면 건설업계로 직행
  
  좀더 구체적으로 참여연대의 발표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기간 중 퇴직한 건설 관료는 모두 111명인데, 이 중 73명이 재취업을 했다. 특히 재취업자 10명 중 6명 꼴로 민간 건설사나 공제조합, 각종 협회 등 건설업을 하거나 건설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기관이나 단체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이렇게 재취업한 건설관료들은 거의 모두가 각 기업이나 단체에서 임원급 등 고위직을 맡고 있었다. 한 예로 최근 발표된 1.11 부동산 대책에 대해 '헌법 소원'까지 거론하고 있는 한국주택협회나 대한주택건설협회 등에도 건교부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관료들이 각각의 단체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설업계의 로비로부터 정책의 공정성을 지켜내야 했던 관료들이 퇴직하자 마자 건설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를 정부에 전달하고 압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실련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각 단체의 수장 중에는 현직 관료들의 선배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 확산되고 있는 건설업계의 반발을 무심코 지나치기 힘들다"면서 "퇴직한 선배들이 한 마디 하면 후배인 현직 관료들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퇴직하면 금융회사로, 공정위 퇴직하면 기업으로
  
  이같은 상황은 재경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경제관련 부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 퇴직 후 금융회사나 기업에 재취업한 퇴직 관료가 재취업자 289명 중 189명에 달했고, 그 뒤를 이어 기업들의 소송업무를 지원하는 법무법인(34명)이나 산하기관(20명)에도 다수의 퇴직 관료가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관련 정책을 결정하는 금감원 퇴직자는 주로 금융회사로, 기업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감시하는 공정위 퇴직 관료는 기업이나 법무법인으로 주로 이동하는 등 퇴직 전 있었던 기관의 업무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곳으로 재취업하는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참여연대, "감독기관-피감기관 유착, 과장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은 공직자가 공직에서의 전문성을 살려 관련 부문에 재취업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감독기능을 수행하던 행정기관의 공무원이 그 대상이 되는 기관에 재취업한 행위는 감독기관과 피감독기관 간의 부적절한 유착이 이뤄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공직자가 정책을 공정하게 입안하고 또 피감기관에 대해 엄격하게 감독기능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됐다"면서 "관료는 공직 재직 중에는 취업이 예정돼 있는 기관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퇴직 후에는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부부처를 상대로 로비스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직자윤리법, 있으나 마나?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고위 공직자들의 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 전 3년 동안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체에 퇴직 후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은 취업제한 대상 업체도 별도로 제한하고 있는데 자본금 50억 원 이상, 연간 외형거래액 150억 원 이상인 기업이 취업 제한의 기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한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유관 기관에 재취업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공직자윤리법이 취업제한의 기준이 되는 '업무 관련성'의 범위를 매우 좁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직접 감독, 과세하거나 계약이나 인허가를 담당하는 등 밀접하고 직접적인 업무를 맡은 경우에만 업무관련성을 인정한다는 것.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 제고 등을 위해 도입된 공직자윤리법이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번 참여연대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재취업자 289명 중 274명이 퇴직 후 2년 이내에 재취업했지만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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