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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대한민국 '국민'이 태평양서 실종됐는데…"

태평양 복판에서 실종 21일째…애타는 가족들

24살 류상현 씨, 그는 초등학교 시절 연식정구 대구시 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운동을 잘했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온 후 류 씨는 바다를 꿈꿨다. 해양경찰이 되고 싶어 부산 해사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국립 경상대 해양경찰시스템학과에 진학했다. 경찰이 되기 전, 바다 경험을 쌓겠다며 신라교역에서 운영하는 운반선(원양어선에 식량 등을 공급하는 일종의 '보급선'이다. 편집자)을 탔다.

지난해 12월 4일 류 씨를 태우고 출항한 운반선 신라 파이어니어호는 24일 동안 태평양을 가로질러 12월 28일 본선과 접촉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키리바시(Kiribati) 공화국(태평양 중부에 넓은 해역에 걸쳐 30여 개의 산호초 섬들로 이루어져 있는 나라. 면적은 811제곱킬로미터(㎢), 인구는 2011년 기준 10만 명이고, 수도는 타라와다. 편집자) 타라와(Tarawa) 항에 머물고 있던 중 12월 31일 밤 12시 경이었다. 함께 바다로 나온 동료와 류 씨는 함께 스피드보트를 타고 다른 어선으로 갔다. 하지만 "기상이 좋지 않으니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다시 본선인 신라 파이어니어호로 돌아오던 중, 류 씨와 그의 동료는 실종되고 만다. 동료 강 모 씨는 실종 3일 후인 지난 3일, 사망한 채 발견이 됐다. 류 씨는, 그러나 21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키리바시 섬 ⓒwww.pensandoelterritorio.com/kiribati-the-sinking-of-a-country

보트 발견 안 돼 '생존 확률' 있어…청와대에도 민원 넣었지만…

"모든 정황을 봤을 때, 아들이 살아 있을 확률이 높은데, 결국은 아(아들의 경상도 사투리)를 수장시키라는 것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에 청와대, 국민권익위원회, 각 기관들이 많은데, 자국민이, 아(아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사람이 하나 없어졌는데…협조를 안 해준다는 얘깁니다. 그러면 힘없는 서민들은 하소연할 곳이 없어요."

류 씨 실종 소식은 아버지 류대만 씨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실종된 후 4일 조금 넘는 시간 동안만 수색 작업을 벌였다. 지난 5일 오전 11시, 회사는 수색 작업을 마쳤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사건을 접한 후 지난 3일 인터폴을 통해 키리바시 공화국 및 인근 국가에 '실종자 해상 및 육상 수색 협조 공문'을 보내 수색 공조를 요청했다. 인근 대한민국 대사관에도 실종자 수색 협조 공문 등을 보냈다. 그러나 류대만 씨는 18일 동안 해양경찰서 등으로부터 어떤 소식도 듣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일단 동료의 시신을 확인했지만, 보트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었다. 보트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회사 측만, 경찰 측만 믿고 버틸 수가 없었다. 류 씨는 청와대 국민신문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절절한 사연을 적어 탄원서를 냈다. 류 씨는 "온갖 곳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직 어떤 답변도 안 온다. (탄원서를) 넣은 지 이틀밖에 안돼서 그러는지…"라고 말했다. 류 씨는 "그쪽 나라(키리바시 공화국) 사정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류 씨는 아들 실종 이후 신라교역 직원과 함께 키리바시 공화국 현지에도 다녀왔다. 그는 관련해 "섬 자체가 규모가 큰 섬이 아니고,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의 면적이 전체 섬 면적의 약 40%, 산호초 등으로 인해 사람이 이동할 수 없는 면적이 약 60% 정도 되는데, 회사에서 수색해 주고, 움직여준 부분이, 수심이 낮은 곳 일부뿐이었다. 나머지 60%에 대해서는 수색이 안된다고 해 다시 수색을 해달라고 요청하니까, (회사 측에서) 거부를 했다. 우리 애가 지금 내항(內港)에서, 유인도나 무인도에서 만약에 표류하고 있다고 한다면, 연락을 할 수 있는 통신 수단이나 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류 씨는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불성실한 수색 작업을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수색을 다 마쳤지만 찾을 수 없다는 회사 측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류 씨는 회사 측에서 지난 1일 오전 7시경 보트 등을 이용해 항 내를 수색했다고 밝혔지만, 류 씨는 현지 항해 기록 확인 결과 해당 보트의 경우 수색 전날인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지난 1일 오전 9시 30분까지 항해 기록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즉 수색 작업을 할 수 없는 배였다는 것이다. 또한 회사 측에서는 실종 직전 아들이 신라 파이오니어 호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인근 어선 갑판에 승선했다가 다시 내려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실종됐다고 했지만, 류 씨는 "확인 결과 승선하지 않고 곧바로 신라 파이어니어호로 돌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의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류 씨의 주장이다.

류 씨는 "현지에서 직접 확인해보니 사고 경위, 수색 활동 등에 있어서 신뢰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었다"며 "직원의 생명보다 영업이익만을 생각하는 회사의 자세에 화가 났다. (회사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수색 작업이 끝났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국민이 갑자기 사라졌는데…영화 <집으로 가는 길>처럼…"

'20일 이상 지났는데, 아들이 아직 살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류 씨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어느 한 국가에서 자국민이 갑자기 사라졌는데 생사조차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는 게 어디에 있느냐"고 말했다.

"현지에 가서 보면, (공화국 주변에) 유인도, 무인도 해서 20~30개 섬이 있다. 여러 가지 봤을 때 (아들이 살아 있을) 확률이 높다. 아버지 입장을 떠나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보트도 발견되지 않아서, 태평양이 아니라 내항 쪽 어딘가로 흘러갔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인도도 그렇고 무인도도 그렇고, 야자와 바나나가 생산된다. 음식은 있다는 얘기다. 이 지역이 우기라 비도 쏟아진다. 수온도 높고 기온은 28도에서 30도 정도다. 우리 아들은 수영을 좀 하고, 해양경찰 훈련도 받았고, 배에 대한 특성도 알고 갔다. 제일 다급한 게 이런 부분이다. 먹을 게 있고 물이 있고 그런데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책임이 있는 회사에서 그렇게 (수색을 마치고) 가 버리고, 모든 곳에 호소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은 실종된 류 씨 관련 상황을 문의하기 위해 신라교역에 연락했으나 "해양경찰서 측에 물어보라. 우리 측에서는 해줄 말이 없고, 해양경찰서 측에서 하는 얘기가 우리의 얘기와 같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부산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3일 인터폴에 공조 요청을 해놓은 상태"라고만 답했다.

류 씨의 생사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국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재외국민의 험난한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상태로 방치되면 류 씨 역시 국가 입장에서 영원히 '실종자'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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