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523억 원이 오가는 사상 최대 규모 돈잔치가 펼쳐졌다. 9개 구단이 16명의 선수를 놓고 경쟁한 올해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18일 최준석의 롯데행을 끝으로 모두 막을 내렸다. 류현진이라는 든든한 자금줄을 앞세운 한화가 전체적인 시장 흐름을 주도한 가운데 삼성과 롯데는 집토끼를 지켰고, NC도 2년 연속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반면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낸 KIA와 SK, 두산은 전력상 큰 출혈을 감수하게 됐다.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린 FA 영입전에서 각 팀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고, 선수 영입이 내년 시즌 몇 승을 더해줄 수 있을지 손익을 계산해 봤다. 단 승패 손익계산은 2013년과 똑같은 성적을 낸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선수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거나 부진했을 경우, 결과는 얼마든지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승패 손익계산에는 야구 통계 지표 중 하나인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을 활용했다. WAR은 팀 승리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가상의 선수와 비교해, 특정 선수가 팀에 몇 승을 더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 가령 A라는 선수가 2013년 WAR 5.0을 기록했다면, 이는 해당 선수가 백업멤버나 2군에서 올라온 수준의 선수보다 5승을 더해주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참고로 2013 시즌 프로야구에서 가장 높은 WAR 수치를 기록한 선수는 6.9승을 더해준 넥센 4번타자 박병호였다.
한화 이글스
[+] 정근우(4년 70억) 이용규(4년 67억)
[=] 이대수(4년 20억), 한상훈(4년 13억) 박정진(2년 8억)
지난 겨울 류현진의 LA 다저스 포스팅비(257억 원)를 손에 쥐고도 빈손에 그친 한화.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작심한 듯 공격적이고 과감한 투자로 판을 주도했다. 먼저 팀내 FA 선수인 이대수(4년 20억), 한상훈(4년 13억), 박정진(2년 8억)과 전원 계약을 맺었다. 시장가보다 훨씬 후한 계약조건으로 FA 선수들은 물론, 기존 한화 팀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썼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문 한화로서는 팀원들에게는 '남고 싶은 팀'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는 '오고 싶은 팀'이 되어야 한다. 향후 팀내 FA들과 계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팀내 FA 우대는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한화의 행보는 집안단속에서 그치지 않았다. 한화는 FA 원소속 구단 협상 기간이 끝난 17일이 되자마자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정근우(4년 70억)-이용규(4년 67억)를 한꺼번에 영입하며, 발표액만 137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계약을 성사시켰다.
리그 최고의 2루수로 통하는 정근우와 정상급 톱타자 겸 중견수 이용규가 한 팀에서 뛰는 건 그동안은 국제대회에서나 볼 수 있던 광경. 두 선수의 영입으로 한화는 단숨에 리그 정상급의 테이블세터진과 센터라인을 구축하게 됐다. 팀 도루 70개로 최하위에 그친 기동력도 내년부터는 오히려 팀의 장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근우는 통산 269도루, 이용규는 통산 245개로 프로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도루능력을 갖춘 선수들이다.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승부 근성이 강한 선수라는 것도 둘의 공통점.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악바리'들의 가세가 한화의 팀컬러를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용규는 지난 9월 받은 어깨 수술로 내년 시즌 초반 출전이 불투명하다. 팀 합류가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복귀 이후 원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FA 효과는 기대치를 밑돌 수도 있다. FA를 대거 영입했으니 무조건 4강에 들어야 한다는 조급증도 경계해야 한다. 선수 이동이 제한적인 프로야구에서 하위권 팀이 상위권으로 올라서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LG의 경우 2009년을 앞두고 FA 이진영과 정성훈을 한꺼번에 영입했지만, 5년이 지난 올 시즌이 되어서야 4강 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정근우-이용규 영입은 전력 강화의 완성이 아닌 시작일 뿐이다. 이미 한화는 김태균-박찬호-송신영을 영입한 2012년, 구단의 성적 조급증에 일을 그르친 경험이 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13년 한화 42승 + 정근우 WAR 3.5승, 이용규 2.8승 = 48.3승
NC 다이노스
[+] 이종욱(4년 50억) 손시헌(4년 30억)
한화만큼의 초대형 계약은 아니지만, NC도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알찬 성과를 거둔 팀이다. FA 최대어 정근우-이용규를 얻으려면 무리한 돈싸움이 불가피한 상황. 이에 특A급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인 선수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이번 FA 중 외야수 빅 3로 꼽힌 이종욱과 4년 50억, 정상급 유격수 수비력을 갖춘 손시헌과 4년 30억에 계약을 맺었다. NC는 지난해도 홍성흔(4년 31억)보다 짧은 기간과 적은 금액에 계약이 가능한 이호준(3년 20억)을 선택하며 실속을 챙긴 바 있다(이호준 OPS 0.837/홍성흔 0.819).
빠른 발과 정교한 타격을 겸비한 이종욱은 현존 프로야구 최고의 톱타자. 이미 2013 도루 1위(50개) 김종호를 보유한 NC는 이종욱 가세로 리그 최정상급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하게 됐다. 또한 이종욱-손시헌 영입은 올해 리그 최다실책 3위(93개)의 NC 수비 안정에도 크게 보탬이 될 전망이다. 실책이 다소 많기는 했지만 NC 야수들의 수비력은 이미 리그 상위권. 페어 타구를 얼마나 많이 아웃으로 처리했는지를 측정하는 수비효율(DER) 부문에서 NC는 SK, 두산, 삼성 등을 제치고 전체 1위(0.685/2위 SK 0.682)를 기록했다. 내년 34세가 되는 베테랑 듀오의 가세는 패기를 앞세운 NC 수비진에 경험과 안정감을 더해줄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 NC는 올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한 노진혁(24)을 비롯한 젊은 선수 대부분이 군 미필이다. 내년 시즌 이후 차례로 입대한다고 가정하면, 이 선수들이 다시 팀에 합류하는 시기는 2017년 이후. 이종욱과 손시헌의 계약은 2017년에 끝난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NC가현재(내년 팀 성적)와 미래(자연스러운 세대교체)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자.
2013년 NC 52승 + 이종욱 WAR 4.0승, 손시헌 0.9승 = 56.9승
삼성 라이온즈
[=] 장원삼(4년 60억), 박한이(4년 28억)
[-] 오승환(일본 진출)
3년 연속 우승팀 삼성은 올해도 변함없이 집안 단속에 주력했다. 먼저 프랜차이즈 선수 박한이를 4년 28억이라는 적정한 금액에 붙잡았다. 이후 이어진 이대수, 이대형 등의 계약과 비교하면 헐값계약처럼 보일 정도. 이번 FA 중 유일한 선발투수로 많은 팀의 구애를 받은 장원삼도 4년 60억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눌러 앉혔다. 팀내 간판 선수들을 우대하는 이런 삼성의 행보는 선수들에게 '우리 식구는 확실하게 챙긴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팀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올해도 외부 FA 영입은 없었다. 전성기를 지난 FA 선수에게 수십억을 쏟아 붓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선수단 처우와 선수 육성에 투자한다는 게 삼성의 운영 방침이다. 실제 삼성은 이렇다할 외부 영입 없이도 지난 3시즌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으로 떠난 만큼, 내년 한 시즌은 잠시 쉬어가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삼성의 풍부한 선수층과 육성 능력을 감안하면, 그 기간이 그리 길지만은 않을 것이다.
2013년 삼성 75승 – 오승환 WAR 1.4승 = 73.6승
LG 트윈스
[=] 이병규(3년 25.5억), 권용관(1년 1억)
[-] 이대형(KIA, 4년 24억)
어느덧 팀의 상징적 존재가 된 큰 이병규를 잡았다. 3년 25억 5천만원은 팀과 선수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건이다. 이로서 LG 팬들은 프랜차이즈 스타가 LG 유니폼을 입고 영예롭게 은퇴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LG는 이병규의 개인 성적은 물론 후배들을 이끄는 리더십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내야 백업멤버로 좋은 활약을 보여준 권용관도 1년 1억에 계약했다. 안정적인 수비력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권용관은 팀이 우승권에 도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수. 내년 38세가 되는 나이와 제한적인 역할을 감안하면 무난한 조건의 계약이다.
반면 한때 중견수 겸 1번타자로 활약한 이대형과는 무리하게 계약하지 않고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이대형은 한때 3할-50도루를 기록한 적도 있지만(2007년), 현재는 대주자-대수비 요원으로 전락한 상태. 올해 대체레벨 선수와 비교해 이대형이 팀에 가져다 준 승수는 '0', 지난해는 '-0.8'로 경기를 뛰면 뛸수록 오히려 팀에 손해를 끼치는 수준이었다. KIA가 이대형을 4년 24억에 영입함에 따라, LG는 FA 보상금은 물론 20인 외 보상선수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보상선수를 데려다가 1년 내내 경기에서 뛰게 해도, 이대형의 2013년 성적과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2013년 LG 74승 – 이대형 WAR 0.0승 = 74승
롯데 자이언츠
[+] 최준석(4년 35억)
[=] 강민호(4년 75억), 강영식(4년 17억)
'최대어' 강민호와 일찌감치 4년 75억(발표액)에 계약에 성공했다. 그와 함께 지난 겨울부터 썰물처럼 사직구장에서 빠져나간 부산 팬심도 붙잡았다. 강민호는 계약기간 동안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박경완이 떠난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포수로 활약할 것이다. 여기에 기존의 용덕한, 군제대한 장성우까지 보유한 롯데는 단숨에 포수 왕국으로 떠올랐다. 좌완 불펜요원 강영식도 4년 17억에 계약했다. 선수자원이 부족한 한국 야구에서 강영식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는 구원투수는 구하기 쉽지 않다. 2011년 이대호, 작년 홍성흔-김주찬 등 매년 주축 선수들의 이적으로 전력 약화를 감수하던 롯데로서는, 집토끼 둘을 모두 지켜낸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겨울이다.
다만 18일 마지막 남은 FA 선수 최준석을 4년 35억으로 계약한 건 물음표가 붙는다. 내년에 31세가 되는 최준석은 커리어 내내 과체중 문제와 씨름해 왔고, 지난 2년간은 무릎 부상으로 정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1루수 또는 지명타자 요원으로 수비와 주루 기여도가 낮아 팀 기여도도 떨어진다. 올해 성적상으로도 롯데가 보유한 기존 1루수-지명타자 요원들(김대우, 박종윤, 박준서, 장성호)에 비해 크게 우위를 보인다고 하기 어렵다. 최준석이 올해 두산에 0,1승을 더해주는데 그친 반면, 신예 김대우는 0.3승으로 오히려 최준석보다도 나았다. 최준석이 2009년과 2010년 수준의 성적을 꾸준히 기록한다면 모를까, 35억원은 명백한 과잉투자다. 기존 1루 자원들에 좀 더 기회를 주거나, 제대한 포수 장성우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게다가, 두산에 보상선수까지 내줘야 한다.
2013년 롯데 66승 + 최준석 WAR 0,1승 = 66.1승
KIA 타이거즈
[=] 이대형(4년 24억)
[-] 이용규(한화 이적), 윤석민(해외진출)
프랜차이즈 스타 이용규를 놓쳤다. 지난해 김주찬에 50억을 쏟아부은 KIA가, 커리어 내내 김주찬보다 훨씬 나은 선수였던(나이도 네 살이나 어린) 이용규를 잡지 못했다는 건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올해 시즌 8위에 그친 KIA는 윤석민의 해외진출 등으로 전력이 더욱 약해진 상황. 전력보강이 어렵다면 어떻게든 가진 전력이라도 지켜야 할 형편이었다.
게다가 이용규를 놓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KIA는 더 큰 실수를 저질렀다. LG에서 FA로 나온 이대형을 4년 24억이라는 거액을 주고 계약했다. 지금으로부터 6년전인 2007년 3할-50도루 타자였던 이대형은 최근 3년 동안 백업선수나 2군에서 잠깐 올라오는 선수 이상의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심지어 가장 잘했던 2007년에도 팀에 2.5승 정도밖에 가져다주지 못한 선수다. KIA는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외야수를 데려다 기회를 주거나, 기존 팀내 외야 자원들을 활용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형을 영입하면서 KIA는 24억과 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FA 역사상 가장 바보같은 계약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2013년 KIA 51승 – 이용규 WAR 2.8승, 윤석민 2.0승 = 46.2승
SK 와이번스
[-] 정근우(한화 이적)
2년 연속 집안 단속에 실패했다. 지난해는 팀의 기둥타자 이호준을 NC에 내줬다. 올해는 톱타자 겸 2루수 정근우가 팀의 제안을 거부하고 한화로 건너갔다. 공식 발표된 계약 조건만 보면 한화가 제시한 금액은 SK의 조건과 차이가 없었다. 발표액을 그대로 믿는다면, 정근우는 친정팀보다는 2년 연속 최하위팀 한화가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된다. SK는 내년 시즌 뒤 간판타자 최정이 FA 자격을 얻는다. SK 왕조를 이룬 주역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나고 있다.
2013년 SK 62승 – 정근우 WAR 3.5승 = 58.5승
두산 베어스
[-] 이종욱, 손시헌(NC 이적), 최준석(롯데 이적)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수가 빠져나간 팀이다. 톱타자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 1루수 최준석이 모두 다른 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번 FA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한 두산은 굳이 무리한 금액에 계약할 생각이 없었고, 선수들 역시 친정팀이라고 몸값을 깎아줄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두산의 선택에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내년 34살이 되는 노장이고, 최준석은 무릎 부상에 시달려온 선수. 선수 자원이 풍부한 두산으로서는 노장들에 무리해서 많은 돈을 주기보다는, 젊은 선수들에 기회를 주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다. '화수분 야구'라 불릴 만큼 선수 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두산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두산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친 팀. 프로야구 역사를 보면 준플레이오프에서 출발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준우승팀은 하나같이 이듬해 성적이 추락했다. 이를 극복하려면 전력보강이 필요한데 두산은 오히려 가진 전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또 이종욱-손시헌을 데려간 팀이 하필 신생팀 NC라서 보상선수도 받지 못한다. 올해까지 '신생팀 찬스'가 주어지는 NC는 FA 영입시 보상선수 대신 선수의 전년도 연봉 300%만 보상하면 된다.
FA로 나간 선수들의 빈자리를 젊은 선수들로 채운다는 구상도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불확실하다. 이종욱의 공백을 메울 정수빈, 민병헌이 이종욱처럼 3할타율-30도루 1번타자로 활약할 수 있을까? 올해 손시헌의 자리를 대신한 김재호가 과연 내년에도 활약을 이어갈까? 두산에는 빼어난 자질을 갖춘 젊은 선수가 많지만, 아직 한 시즌 전 경기에서 꾸준하게 활약한 경험이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야구에서 100%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올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투수력에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실상은 정반대였다. 두산은 시즌 내내 투수 때문에 고전했다. 야수 역시 지금은 풍부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를 수 있다. 두산 내야에는 아직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선수들도 여럿이다.
무엇보다 주력 선수, 그것도 팀의 리더격인 선수들이 계속해서 팀을 떠나는 건, 남겨진 선수들에게 그리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2013 두산 71승 – 이종욱 WAR 4.0승, 손시헌 0.9승, 최준석 0.1승 = 66승
넥센 히어로즈
영입없음
모든 것은 넥센의 '이택근 50억' 계약에서 시작됐다. 넥센의 초대형 계약 이후 스타급 FA 선수들의 몸값이 일제히 치솟았다. FA로 나온 선수들은 저마다 이택근을 기준으로 자신의 몸값을 책정했다. 올해도 50억을 돌파한 선수만 5명, 심정수의 60억 계약을 넘어선 선수는 4명(강민호, 정근우, 이용규, 장원삼)이나 나왔다. 그와 함께 '중저가 FA'로 분류된 선수들까지 줄줄이 20억 이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요구액에 끌려다니기 바빴고, 한도를 훨씬 초과하는 금액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동안 이 모든 사태의 발단을 제공한 넥센은 멀찍이 떨어진 관중석에 앉아, 다른 구단들이 수백억을 사방으로 난사하는 모습을 조용히 구경했다. 넥센은 7승짜리 1루수(박병호)와 3.3승짜리 3루수(김민성)를 거의 공짜로 데려다가 쓰고 있는 팀이다. 넥센의 눈에 대주자 영입에 24억을 쓰고(KIA), 0.1승짜리 타자에 35억을 퍼붓는 다른 구단들의 모습은 어떻게 보일까.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때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어쩌면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고 승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그러나 다른 구단들을 이 '쩐의 전쟁' 속으로 몰아넣은 주인공인, 넥센일지도 모른다.
2013 넥센 72승 = 72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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