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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표 시간제 일자리, 여성·청년에겐 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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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표 시간제 일자리, 여성·청년에겐 독약

[정책쟁점 일문일답] 시간제 일자리 추진 계획의 함정

1. 정부가 지난 13일 시간제 일자리 추진 계획(이하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정부 추진 계획의 주요 내용은 2017년까지 공공 부문에서 1만6500명을 시간제 일자리에 채용한다는 것입니다. 세부 내역을 보면 시간제 공무원을 4000명, 공기업과 공공 기관 시간제 직원을 9000명, 국공립학교 시간제 교사를 3500명, 도합 1만6500명을 시간제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정부는 추진 계획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게 된 배경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진국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했으므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나 '일과 가정의 양립'과 같은 선진국 시간제 일자리의 중요한 목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정부의 추진 계획에는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를 지향하는 어떤 노력도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3. 선진국들처럼 시간제 일자리가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에 기여하게 하려면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 정부가 반드시 네 가지 일을 추가로 해야 합니다. 첫째,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전일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전일제 전환 청구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둘째, 전일제 근로자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철저히 해서 어떤 혜택이 주어질 경우 시간제로 전환을 신청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보아야 합니다. 셋째, 전일제 근로자들에 대한 철저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간제 일자리의 인센티브 수위를 결정해야 합니다. 넷째, 전일제와 시간제 근로자 사이에 임금과 사회보험, 그리고 승진에 있어서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제도를 촘촘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가 이와 같은 일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엉성하게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할 경우,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나 '일과 가정의 양립'과 같은 선진국의 시간제 일자리 목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한국형 하층계급 양산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 정부는 경력직이 아니라 신규 채용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늘린다고 하는데요. 어느 정도까지 그 비중을 늘린다는 것입니까?
⇨ 정부는 2017년까지 국가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의 6%를 시간제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또 지방공무원은 신규 채용 인원의 9%, 공기업과 공공 기관은 신규 채용 인원의 10%를 시간제로 채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5.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추진하면서 여성 경력 단절 해소에 대한 고민은 전혀 하지 않고 있군요?
⇨ 그렇습니다. 지금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라는 배가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요 목표는 신규 채용에서 제3의 계급인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늘린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경력직과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와 무관하고 또 '일과 가정의 양립'과 같은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 목표와도 무관합니다.

6. 시간제 일자리를 제3의 계급이라고 했는데요. 이와 같이 규정하는 이유가 있나요?
⇨ 우리나라 고용 시장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2개의 계급이 있습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4개의 계급을 가진 퇴행적인 계급 제도라면, 한국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2개의 계급을 가진 퇴행적인 계급 제도인데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을 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또 다른 새로운 하층 계급을 만들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7.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라 하더라도 근로시간만 다를 뿐, 처우에 있어서는 상용직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새로운 하층계급 확대 정책으로 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시간제 일자리가 정부가 공언하듯이 '반듯한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가 되려면 임금과 사회보험, 그리고 승진에 있어 정규직과 비합리적인 차별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승진에 있어 정규직과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차별을 두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치명적인 맹점이 있습니다. 승진에 있어서 정규직과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차별을 둘 경우 시간제 일자리는 새로운 하층계급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일제 9급 공무원이 7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려면 가장 빠른 경우 7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정부의 추진 계획에 따르면 9급 시간제 공무원이 7급 공무원으로 승진하려면 14년이 소요됩니다. 따라서 전일제와 시간제 사이에 승진에 있어 큰 차별이 존재할 경우 시간제 일자리는 새로운 하층계급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8. 전일제와 시간제 사이에 승진에서 차별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근로시간이 아니라 근속 연수에 비례하여 승진 후보 자격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일제와 시간제 사이에 승진에서 차별을 없애기 어렵습니다.

9. 근속 연수에 비례하여 승진 후보 자격을 줄 경우 전일제 근로자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 그렇게 하더라도 전일제 근로자들이 불리한 것은 아닙니다. 승진에는 업무 실적과 상관의 평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전일제 근로자가 결정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10. 승진에서 차별만 사라지면 시간제 일자리가 반듯한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가 될 수 있나요?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금과 사회보험, 그리고 승진에서 비합리적인 차별 해소는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시간제 일자리가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가 되게 하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정부가 여러 가지 일을 추가로 해야 합니다. 즉, 시간제 근로자들에게 전일제 전환 청구권을 부여해야 하고, 전일제 근로자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철저히 해서 시간제 일자리의 유인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경력직 근로자들이 아무런 부담감이나 불이익이 없이 전일제와 시간제를 넘나들 수 있어야' 시간제 일자리는 반듯한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나 '일과 가정의 양립'과 같은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 목표에 상응하는 일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11. 정부가 선진국형 시간제 일자리 정책에 실패할 경우 여성들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 현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가 한국형 하층계급 양산 정책으로 전락할 경우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더 낮아질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평등이 100% 실현된 국가는 없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시간제 일자리에 있어서 여성 비중이 높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여성의 경력 단절 해소' 목표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하면 어떻게 될까요? 제3의 하층계급인 시간제 일자리 비중이 높아지고, 그렇게 되면 여성들이 주로 이 일자리로 내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여성들이 이렇게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릴 경우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더 낮아집니다.

12. 우리나라는 유난히도 남녀 임금 격차가 큰 나라로도 유명한데요. 그 격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최근 OECD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은 남성보다 37%(2011년 기준) 정도 임금을 덜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OECD 평균 15%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최악입니다.

13. 최근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여성 임원 비중이 극도로 낮다는 보고서를 냈는데요. 그 내용도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맥킨지가 지난해 10대 아시아 증권 시장에 상장된 744개 대기업을 분석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유럽은 17%, 미국은 15%였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8%인 중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았습니다.

14. 시간제 일자리는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층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 앞에서도 말했듯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가 반듯한 일자리로서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질 낮은 제3의 하층계급 일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경력자들이 이런 질 낮은 일자리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극도로 낮아지자, 공공 부문 신규 채용 과정에서 시간제 일자리 비중을 10%까지 늘리겠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와 같은 계획을 그대로 밀어붙일 경우 청년층 구직자들이 이 엉성한 정책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공공 부문 신규 채용 규모가 유사한 상황이라면 올해까지는 같은 채용 규모에서 신입 직원의 100%가 전일제로 채용되었지만, 4년이 지나면 같은 채용 규모에서 신입 직원의 10%가 시간제로 채용되기 때문입니다.

15. 올해 들어와 국회가 청년 고용할당제와 정년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률들을 통과시켰는데요. 이런 법률들은 청년 구직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됩니까?
⇨ 올해 상반기에 국회가 청년 고용할당제 관련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가 최근 시행령을 개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16년까지 공기업과 공공 기관, 그리고 지방공기업은 34세 이하 청년을 매년 정원의 3%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합니다. 문제는 2017년 이후인데요. 이때는 공기업과 공공 기관 정원이 많이 늘어난 상태에서 부채 감축 압박을 받기 때문에 신규 채용이 급감할 수 있습니다. 또 설상가상으로 2016년부터는 공기업과 공공 기관 정년 연장이 의무화되기 때문에 신규 채용은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값이 싼 시간제 일자리 양산 정책을 추진할 경우, 공기업과 공공 기관이 이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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