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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개선책, 노무현식 '정보 공개 확대'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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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감 개선책, 노무현식 '정보 공개 확대'가 답이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정보 공개 폭 넓혀 상시 국감 체제 만들어야

1. 지난 2일, 3주간의 국회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도 하고 있는데요.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 이번 국감을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진정으로 이번 국감에 실망해서 그렇게 평가하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에 대한 논쟁 자체를 정쟁이라 간주하고, 이번 국감이 정쟁과 지나치게 연관되었다 하여 이를 사상 최악으로 평가하는 유형입니다. 어쨌든 이번 국감이 다른 해에 비해서 유난히도 알맹이가 없는 국감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국회가 국정감사와 관련해서 많은 개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국회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고 또 이들에 대한 조사도 부실하게 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 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낸 것, 그리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부실하게 한 것,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처럼 대기업 임원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 자체에 대해 과도하게 거부감을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 CEO가 하루쯤 자리를 비웠다고 우왕좌왕할 정도로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응책이 없는 기업이라면 문을 닫는 게 낫습니다. 또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업 CEO들의 스트레스 지수는 보통 직장인들에 비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들 중에는 기업 임원들이 매일매일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또 일분일초를 아껴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지요. 따라서 대기업 임원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는 것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불러내고, 또 이들에 대한 조사를 부실하게 해서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3. 이번 국감에 제출된 자료는 총 1억 쪽 분량이었고 인쇄비용만 50억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의원들이 요구한 엄청난 자료량에 비해 실속은 매우 적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겁니까?
⇨ 제가 2년 전에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요청한 방대한 분량의 국감 자료를 소주제별로 분류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현재의 국감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이 요청하는 국감 자료는 대부분 다 중복되는 것이었고, 또 대부분 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해도 무방한 것들이었습니다. 아니, 의원들이 요청한 대부분의 자료는 각 부처와 공공기관이 홈페이지에 공개해서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마땅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각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이것을 공개하지 않고 은폐하고 있다가 국감이 되어 자료 요청이 오면 마지못해 몇 개 공개하고, 의원들은 그것을 재료 삼아 호통의 대상으로 삼는, 알맹이 없는 비효율적인 국감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4. 부실 국감, 졸속 국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여야가 상시 국감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상시 국감이 실현될 수 있을까요?
⇨ 현재의 여야 의원들 행태로 볼 때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들에게 진정으로 상시 국감제를 도입할 의사가 있다면, 전두환 추징법을 추진할 때처럼 경쟁적으로 국정감사법 개정을 내놓았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의원들 행태를 보면 상시 국감을 구체화할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상시 국감이 필요하다는 립서비스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5. 상시 국감을 한다면 국회의 위상이 높아질 텐데요. 왜 의원들이 이렇게 소극적이죠?
⇨ 의원들이 상시 국감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역구에 몰두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 정부와 전 정부의 치부가 많이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의원들 입장에서는 벼락치기 국감을 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거지요.

6. 국회의원들이 예산안을 졸속으로 심사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아닌가요?
⇨ 이들이 예산안을 졸속으로 심사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합니다. 예산안 심사 기간이 길어지면 예산안과 관련된 많은 정보들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에 알려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재선을 위해 필요한 낭비성 전시 행정 예산을 끼워 넣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졸속 심사를 선호하는 겁니다.

7. 정부와 일부 의원들은 예산안 심사 기간이 연장되면 공무원들의 업무가 크게 늘어난다며 반대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주장,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허울 좋은 변명입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예산안 심사 기간이 240일인 미국 의회는 공무원들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려고 오랜 기간 심사를 하겠습니까? 황당한 것은 우리나라 예산안 심사 기간이 공식적으로 60일인데, 그 시기가 국정감사 기간과 겹쳐서 실질적인 예산안 심사 기간은 30일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예산안 졸속 심사가 자신들에게 개인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국회법을 개정하지 않고, 졸속 심사를 반복하고 있는 겁니다.

8.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확정 예산은 제대로 공개되고 있나요?
⇨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국회는 자신들이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확정 예산 세부 내역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공개하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이것을 정부 예산안과 비교하며, 어떤 질 낮은 의원이 재선을 위해 낭비성 전시 행정 예산을 끼워 넣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9. 그럼 국민들은 언제 국회를 통과한 확정 예산을 확인할 수 있나요?
⇨ 어처구니없게도 다음 해에 정부가 새로운 예산안을 내놓으며 전년도 확정 예산과 비교해서 보여줄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세부 내역이 아닌 개괄적인 내역만 볼 수 있습니다.

10. 국회의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가 제자리를 찾으려면 어떤 개혁을 해야 합니까?
⇨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개혁은 '정보 공개 개혁'입니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확정 예산 세부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 대한민국, 정말 국제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또 대한민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혈세로 키운 295개의 공공기관(30개의 공기업, 87개의 준정부기관, 178개의 기타 공공기관)의 예산서, 결산서, 사업계획서도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고작 공개된 것은 요약본 경영공시 몇 쪽입니다. 더 황당한 것은 국회의원들도 이들 자료들을 보려면 개별적으로 자료 요청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11. 공기업들의 정보 공개 수준은 민간 기업들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 민간 기업들의 재무제표 세부 내역을 보려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면 1999년 이후 14년간의 감사 보고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LH공사나 SH공사의 감사 보고서를 보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들어가면, LH공사에 대한 것은 전혀 볼 수 없고 SH공사에 대한 것은 3년치만 볼 수 있습니다. 각 공기업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어떨까요? LH공사에 대한 것은 5년치만 볼 수 있고, SH공사에 대한 것은 그마저도 볼 수 없습니다. 민간 기업에 대한 감사 보고서는 14년치를 볼 수 있는데, 공기업에 대한 감사 보고서는 6년치 이상을 볼 수 없는 이 황당한 현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주소입니다.

12. 정보 공개를 확대하면 의원들의 국정감사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 정보 공개를 확대하면 의원들의 국정감사의 질이 엄청나게 높아집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지금 의원들이 각 부처와 공공기관에 요청하는 국감 자료들 대부분은 국민들에게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정보가 각 부처와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되면 의원들은 국민들로부터 많은 제보를 받을 수 있고, 또 지금처럼 불필요하게 많은 자료 요청을 하지 않고도 1년 내내 국감 관련 자료를 모으며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또 확보한 기초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13. 정부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국감 관련 요청 자료를 보면 직관적으로 그 의원의 실력을 간파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의원들 사이에 실력 차이가 많이 나나요?
⇨ 의원들이 요청한 국감 자료들을 분류하다 보면, 의원들의 실력 차이가 바로바로 눈에 들어옵니다. 실력 없는 의원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통계청이나 각 부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불필요하게 요청한다는 겁니다. 예컨대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경우 대다수가 소비자 물가상승률 자료를 자주 요청하는데 왜 그런 황당한 요청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14. 실력 있는 의원들은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 저로 하여금 좀 더 조사해 보아야 한다는 과제를 몇 개 던져주는 의원들이 한두 명 있었는데요. 보는 눈이 다 비슷한지라 그 의원들은 이미 언론에 실력 있는 의원으로 알려진 인물들이었습니다.

15. 역대 대통령 중에서 정보 공개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대통령은 누굽니까?
⇨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는 재임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과도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정치를 모색했는데요. 그와 같은 스타일이 정당 정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한국 정당 정치의 후진성에 염증을 내는 사람들에게는 지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그의 정치 스타일은 정보 공개 개혁에는 큰 진보를 가져왔는데요. 유감스럽게도 그의 퇴임 이후 정보 공개 수준은 많이 후퇴했습니다. 정보 공개 수준이 후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보 공개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기 때문입니다.

16. 국정감사 수준, 정보 공개 수준이 노무현 정부 수준을 뛰어넘으려면 어떤 개혁을 해야 합니까?
⇨ 첫째, 의원들이 요청한 국감 자료는 전부 다 국회 홈페이지와 각 부처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이 어떤 의원이 실력 있는 의원인지 옥석을 가릴 수 있고, 또 국정에 대한 좋은 제언도 할 수 있습니다. 단, 1년분만 공개하면 안 되고, 10년분 이상의 자료를 공개해야 합니다. 단기간의 자료는 변화와 추세 파악을 어렵게 하고 비교 분석도 어렵게 합니다.

둘째, 정부가 예산안 심사를 받기 위해서 의원들에게 제출하는 자료도 전부 다 국회 홈페이지와 각 부처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10년분 자료가 다 공개되어야 합니다. 정부가 장기간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단기간 자료 공개를 선호하는 것은 국민들이 진실을 많이 알수록 자신들이 정보 기득권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예산안 심사 기간을 현재의 60일(실질적으로는 30일)에서 120일 이상으로 연장해야 하고, 국정감사도 연중 국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다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점을 고려하여 16개 상임위를 4그룹(1그룹 4개 상임위)으로 나누어, 연초부터 1그룹당 2개월씩 8개월 연속 국감을 하고, 나머지 4개월은 예산안 심사에 전념하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17. 연중 상시 국감이 피감 기관들에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구차한 변명입니다. 그런 변명은 벼락치기 공부를 즐기는 학생이 평상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우기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연중 상시 국감이 되고 한 상임위가 2개월씩 국감을 한다면 지금처럼 전 부처가 국회로 몰려갈 필요도 없습니다. 또 한 상임위가 2개월씩 국감을 한다면 국장급 정도가 국감을 받아도 됩니다(한 부처 국감일 중 2/3는 국장급이, 1/3은 장관급이 국감을 받는 방안도 좋습니다). 지금의 국감은 준비 안 된 의원들이 장관들 불러내서 호통을 치며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확인받는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수준입니다. 앞으로는 의원들이 실력으로 자신의 권위를 확인받는 국감이 되어야 합니다.

18. 연중 상시 국감이 이뤄지면 국회의원 보좌관들이나 비서관들이 많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 국감 기간 동안 국회의원 보좌관들이나 비서관들이 힘든 건 공개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 보좌관들이나 비서관들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국책 연구소들이 발표하는 각종 연구 보고서들을 다 가지고 있다면 국감은 그렇게 힘든 과정이 아닙니다. 국가 투명도가 낮고 정보 은폐가 심하기 때문에 국회의원 보좌관들이나 비서관들이 힘든 겁니다. 각 부처와 공공기관은 정보를 꼭꼭 숨기고, 국회의원 보좌관들이나 비서관들은 단기간에 그것을 찾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돌아다니고, 언론은 그것을 잘 찾은 의원들을 기사화하며 띄워 주는 이런 황당한 '보물찾기 놀이'는 이제 끝내야 합니다. 앞으로의 국감은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국회와 국민이 충분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것을 근거로 생산적인 미래의 대안을 찾는 성숙된 국감이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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