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윤권원 판사는 30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을 사랑하는 모임(전사모)' 회원 오모 씨 등 10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 씨 등은 2008년 인터넷 게시판에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등 5.18을 왜곡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은 5.18 관련 단체에 의해 고소돼 벌금형(벌금 5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약식 기소됐다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게시물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무죄 선고 근거로 ▲5.18에 대한 법적·역사적 평가가 이미 내려진 상황에서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로 인해 사회적 평가가 바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이들이 게시물에서 5.18 관련 인사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만큼 유공자 개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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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5.18 폄훼…결과적으로 힘 실어준 법원 판결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올해 1월 판결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1월, 5.18을 폄훼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만원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 씨는 2008년 인터넷 홈페이지에 "북한의 특수군이 파견돼 조직적인 작전 지휘를 했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게 됐다", "5.18은 김대중이 일으킨 내란 사건이라는 1980년 판결에 동의한다"는 등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지 씨가 주장한 '북한군의 5.18 개입설'은 허위라면서도,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5.18에 대해서는 이미 법적·역사적 평가가 확정됐으며, 지 씨의 주장만으로 5.18에 대한 평가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설명도 했다. 대구지법이 '전사모' 회원 오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과 같은 논리다.
대법원의 '지만원 무죄' 판결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5.18기념재단은 성명을 통해 "대법원은 (…) 5.18민주화운동의 명예훼손에 지속적으로 앞장서온 지만원에게 5년 만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이 "5.18 정신을 짓밟는 신호탄", "왜곡과 폄훼의 전주곡"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법원의 "구차하고 해괴한 논리"가 '지 씨 수준의 왜곡은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극우 진영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대법원 판결 후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5.18 특별법 폐기'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 등에선 '북한군의 5.18 개입설이 법적으로 문제없게 됐다', '5.18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등의 주장이 난무했다. 문제의 대법원 판결에 '북한군의 5.18 개입설은 허위'라고 명시돼 있음에도 그러했다.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은 그 후 더 심해졌다. 종편은 5.18 때 북한에서 특공대 600명이 내려와 전남도청을 점령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보냈다. '북한군의 조직적 개입설'이 공공의 자산인 방송 전파를 타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관련 기사 : "<조선> 말대로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빨갱이" / "일베-뉴라이트-<조선>은 이어져 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이번 법원 판결을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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