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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1차전 이겨야 우승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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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시리즈, 1차전 이겨야 우승이 보인다

[배지헌의 그린라이트] 'AGAIN 2001' 두산 vs '3연패' 삼성

정규시즌 1위 삼성과 4위 두산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두 팀의 대결은 야구팬 사이에서 '번갈아 가며 뺨때리는 시리즈'로 불린다. 그만큼 만났다 하면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승부를 펼쳤기 때문이다. 올해 정규시즌 맞대결도 9승 7패로 삼성이 아주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했다.

역대 포스트시즌 대결도 막상막하다. 두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네 번째. 첫 대결인 1982년 프로 원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의 전신 OB가 삼성을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2001년에도 두산은 정규시즌 3위로 준PO-PO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 전력상 절대 우세라던 삼성을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하지만 두산의 우승은 그해가 마지막. 삼성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다섯 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하며, 21세기 프로야구 최고의 강팀으로 자리를 굳혔다. 특히 200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4전 전승으로 완승을 거뒀고, 2010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 끝에 승리하는 등 최근 삼성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올해 사상 최초 정규시즌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내친 김에 해태 이후 첫 한국시리즈 3연패까지 도전할 기세다. 그러나 4위로 출발해 넥센, LG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두산의 기세도 만만치가 않다. 2001년의 재현을 노리는 두산과 3연패에 도전하는 삼성의 승부는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한국시리즈 개막에 앞서 23일 미디어데이에 모인 두산-삼성 감독과 선수들. ⓒ삼성라이온즈 제공


두산 vs 삼성
순위 4위 vs 1위
승률 0.568 vs 0.595
평균자책 4.57 vs 3.99
타율 0.289 vs 0.283
득점 699 vs 669
실점 625 vs 545
득실차 74 vs 124
홈런 95 vs 113
볼넷 524 vs 453
도루 172 vs 95
실책 61 vs 76
수비효율 0.670 vs 0.674

*수비효율(defensive efficiency ratio)은 홈런, 삼진, 볼넷 등을 제외하고 페어 지역에 들어간 타구를 수비측이 처리해낸 비율을 나타낸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타구를 아웃으로 처리했다는 의미. 팀 전체의 수비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

두산
노경은 (3.84 평균자책, 4.55 FIP)
니퍼트 (3.58 평균자책, 3.17 FIP)
유희관 (3.53 평균자책, 3.72 FIP)
이재우 (4.73 평균자책, 5.19 FIP)

삼성
윤성환 (3.27 평균자책, 3.71 FIP)
장원삼 (4.38 평균자책, 4.61 FIP)
배영수 (4.71 평균자책, 3.67 FIP)
밴덴헐크 (3.95 평균자책, 3.52 FIP)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는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의 약자. 수비수의 영향을 배제하고, 투수에게 책임이 있는 생각되는 기록들만을 추려서 평균자책점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선발투수진은 3차전까지만 놓고 보면 백중세다. 노경은-니퍼트-유희관이 차례로 나서는 두산 선발진은 국내 투수들로 구성된 삼성 선발진과 대등한 수준. 체력적인 문제도 PO 4차전 이후 사흘을 쉬고 나오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전망이다. 1차전은 노경은-윤성환의 우완 정통파 맞대결. 각각 PO 1차전과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을 승리로 이끈 투수들에게 1선발의 기회가 돌아갔다. 노경은의 슬라이더-포크볼 조합은 삼성이, 윤성환의 슬라이더-커브 조합은 두산 타자들이 가장 애를 먹는 레퍼토리. 정규시즌 상대전적과는 별개로, 1차전은 투수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20일을 쉬고 경기에 나서는 삼성으로서는 1차전에서 어느 시점에 선취점이 나오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LG처럼 1회 먼저 선제점을 내주고, 역전할 수 있는 찬스를 놓치면서 끌려가면 시리즈 전체가 꼬일 수도 있다. 삼성 타선에서는 배영섭과 최형우가, 두산 타선에서는 김현수와 오재일, 이원석이 상대 선발 공략의 키를 쥐고 있다.

두산으로서는 PO와 마찬가지로 노경은이 나서는 1차전을 잡을 경우 시리즈 전체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 2차전 선발이 유력한 니퍼트(삼성전 3경기 평균자책 1.89)와 유희관(5경기 1.91) 모두 올 시즌 삼성전에 매우 강했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1승 1패 상태로 잠실 원정에서 유희관(혹은 니퍼트)을 상대하는 건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에 삼성 입장에서도 1차전 승리에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 선발진의 약점이라면 확실하게 한 경기를 '지배'할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 대신 좌완 차우찬을 불펜에서 1+1 선발로 기용할 수 있다는 게 믿는 구석이다. 정규시즌 선발/불펜, 좌타자/우타자 관계없이 고른 성적을 올린 차우찬은 이번 시리즈에서 삼성 마운드 운영의 열쇠를 쥔 선수다. 선발보다는 불펜 쪽이 강점인 삼성으로서는 선발투수와 7회 이후 불펜투수 사이에서 차우찬이 연결 고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차우찬 쪽에서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적인 투수진 운영이 헝클어질 수도 있다.

구원투수진

두산
좌완 – 없음
우완 – 김선우, 정재훈, 윤명준, 핸킨스, 김명성
사이드 – 오현택, 변진수
마무리 – 홍상삼 (5세이브 평균자책 2.50)

삼성
좌완 – 차우찬, 권혁, 조현근
우완 – 안지만, 김희걸
사이드 – 심창민, 신용운
마무리 – 오승환 (28세이브 평균자책 1.74)

도무지 답이 없어 보이던 두산 불펜은 LG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상황. 나왔다 하면 3이닝씩을 소화한 홍상삼을 축으로 정재훈, 핸킨스가 그때그때 돌아가며 경기를 마무리 짓는다. 특별히 한 투수를 마무리로 정해두는 대신 그날 7, 8회에 등판한 투수라도 구위가 좋으면 9회까지 던지게 하는 식이다. 물론 어느 투수에게도 100% 믿음을 주기 어려운 건 플레이오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불펜투수 3명만으로 7전 4선승제 시리즈를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명준-오현택-변진수 등 젊은 투수들이 포스트시즌 9경기를 치르면서 쌓은 경험에 기대를 걸어봐야 한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엔트리에 가세한 김명성의 '생소함'이 삼성 타자들에 통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140km/h 후반대 빠른 볼을 구사하는 김명성은 올해 1군 투구기록은 많지 않지만(11이닝), 좌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136로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삼성은 오승환이라는 확실한 마무리의 존재가 든든하다. 9회를 확실하게 책임질 투수가 있다는 건, 그 이전의 8이닝만을 계산에 넣고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오승환은 필요할 때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4아웃+ 세이브를 올릴 수 있는 투수다. 오승환 외에도 안지만(우완)-심창민, 신용운(사이드)-차우찬(좌완)으로 구성된 불펜은 아무리 예년만 못하다 해도 두산보다는 우위에 있다. 이 중 심창민은 사이드암인데도 좌타자에, 좌완인 차우찬은 우타자에도 강점이 있어서 류중일 감독의 투수 기용을 수월하게 한다. 다만 좌완 권혁이 예년만큼 믿음을 주지 못하는(평균자책 3.91) 상황이라 좌투수 라인이 조금은 헐거워 보이는 게 사실. 차우찬이 없는 경기 후반 두산 좌타 라인을 상대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오승환이 대구 홈경기(평균자책 2.81/원정 0.69)와 두산전(3.86)에 약했다는 것도 두산으로서는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라인업

두산 (타율/출루율/장타율)
1. CF 이종욱 (좌) – 0.307/0.369/0.439
2. RF 정수빈 (좌) – 0.276/0.337/0.382
3. LF 김현수 (좌) – 0.302/0.382/0.470
4. 1B 최준석 (우) – 0.270/0.376/0.401
5. DH 홍성흔 (우) – 0.299/0.379/0.439
6. 2B 오재원 (좌) – 0.260/0.367/0.419
7. 3B 이원석 (우) – 0.307/0.369/0.439
8. C 최재훈 (우) – 0.270/0.365/0.393
9. SS 김재호 (우) – 0.315/0.377/0.391

삼성 (타율/출루율/장타율)
1. CF 배영섭 (우) – 0.295/0.402/0.372
2. RF 박한이 (좌) – 0.284/0.366/0.376
3. 1B 채태인 (좌) – 0.381/0.459/0.542
4. LF 최형우 (좌) – 0.305/0.366/0.530
5. 3B 박석민 (우) – 0.318/0.425/0.515
6. DH 이승엽 (좌) – 0.253/0.298/0.395
7. 2B 김태완 (우) – 0.272/0.360/0.444
8. C 이지영 (우) – 0.239/0.278/0.261
9. SS 정병곤 (우) – 0.213/0.258/0.230

상위타선만 놓고 보면 두 팀간에 확연한 격차는 드러나지 않는다. 두산은 이종욱-정수빈-민병헌-임재철 등으로 구성하는 테이블 세터진이, 삼성은 채태인-최형우-박석민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 쪽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정도. 팀 홈런 113개의 삼성이 95개의 두산보다 장타력에서 앞서는 것 같지만, 원정경기만 놓고 보면 두 팀 다 똑같이 56개씩을 때려냈다(공동 1위). 두산은 여기에 더해 팀도루 단독 1위(172개)를 차지한 기동력까지 갖췄다(삼성 95개로 8위). 게다가 삼성은 팀 기동력의 상당부분을 책임지는 김상수와 조동찬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 삼성의 포수진은 올해 도루저지에서 약점을 드러낸 선수들이다. 두산으로서는 플레이오프 때 수비에서 보여준 저돌성과 과감성을 주루플레이에서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다.

한편 6번부터 시작하는 하위타순은 야수 자원이 풍부한 두산이 확실하게 우세한 부분. 두산은 이원석-오재원-최재훈 등 하위타선 타자들의 방망이가 한껏 달아오른 반면, 삼성은 김상수와 조동찬의 부상으로 7번과 9번 자리가 크게 약해졌다. 여기에 포수 이지영과 이정식도 올해 타율 2할 3푼대로 공격에서는 부진했다. 정병곤과 김태완이 최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긴 했지만, 통산타율 2할 초반대인 두 선수에게 타격에서 많은 기대를 하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 대체선수가 마땅치 않기에 대타를 쓰기도 쉽지 않다. 삼성으로선 자칫 7~9번 타순이 '자동아웃'이 될 수도 있는 상황. 이에 6번에 배치될 이승엽과 베테랑 포수 진갑용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특히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은 이승엽은 한국시리즈에서 반드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러 차례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한 방을 날린 이승엽의 '커리어'는 그 자체로 두산 투수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수비력도 두산 쪽이 삼성에 앞선다. LG와 플레이오프에서 거짓말 같은 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인 두산은 내외야 어디에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팀. 반면 삼성은 키스톤 콤비가 부상으로 동반 이탈하며 2루와 유격수 자리가 더는 강점이 아닌 약점이 되고 말았다. 물론 김태완과 정병곤도 준수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고, KS 준비기간 동안 집중 훈련을 통해 수비조직력을 보완한 것은 사실. 그러나 한 자리도 아니고 내야에서 가장 중요한 두 자리를 한꺼번에 백업 선수로 채운다는 건 우승을 노리는 팀으로서는 불안요소가 분명하다. 시리즈 초반 2루 쪽에서 한 차례만 실수가 나와도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오재원과 김재호가 빠지더라도 허경민-손시헌을 내보낼 수 있는 두산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총평

두산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준PO와 PO에서 연전연승한 데에는 풍부한 선수층과 선수들의 정신력 외에도 상대팀(넥센, LG)의 결정적인 실수가 한 몫을 했다. 특히 LG의 경우엔 10일 휴식의 장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시리즈 내내 끌려가는 모습이었는데, 이는 큰 경기에 대비한 벤치와 선수들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LG와 달리, 삼성은 지난 2년 동안 연속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 정규시즌 끝난 뒤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어떻게 준비하고 컨디션을 관리해야 하는지, 큰 경기에서는 어떤 식으로 선수를 기용하고 작전을 구사해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팀이다. 이번에도 삼성은 준비해둔 시나리오대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중요한 고비마다 미리 마련해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어 도전자를 제압할 것이다. 두산으로서는 더 이상 상대가 못해서 이기기를 바라긴 어렵다.

두산 입장에서 다행인 건 PO를 4차전에 끝낸 덕분에 사흘 휴식을 갖고 한국시리즈를 치른다는 점. 또한 PO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살아나고, 두산 특유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야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PO의 향방을 가른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 주자 1루에서 희생번트에 2루에 던져 아웃시키는 플레이, 두 차례의 홈 송구 아웃에서 두산 선수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렇게 승부를 '크게' 거는 야구, 벤치보다는 선수들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플레이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껄끄럽다.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종잡을 수가 없기에, 좀처럼 계산을 세우고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전력상 선발투수진과 야수진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4위 두산이 더 앞서는 상황. 벤치의 역량과 선수들의 경험에서 삼성이 월등히 앞선다고는 하지만, 이번 시리즈 결과를 속단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 있다.

결국 삼성도 두산도 1차전에 사활이 달려 있다. 삼성으로선 한껏 오른 두산의 기세를 1차전 초반에 찍어 눌러야 한다. 초반뿐만 아니라 경기 중반(차우찬)과 후반(심창민, 안지만)에도 한번씩 '진압'해서 두산의 기를 꺾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승부처에서 던지는 투수들이 그냥 '좋은 투구' 수준을 넘어, '완벽한 투구'를 펼칠 필요가 있다. 가령 윤성환이라면 6이닝 3실점보다는 5이닝만 던지더라도 무실점으로 철통같이 틀어막는 피칭이 필요하다. 이미 9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두산으로선 '이기기 어렵겠다'는 생각과 '이만큼 했으면 잘 했다'는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그동안 체력적인 한계를 지탱해준 정신력도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내야진이 불안한 삼성으로서는 시리즈 초반을 실수 없이, 좋은 흐름 속에서 진행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 반대로 두산 입장에선 1차전 초반에 PO 1차전처럼 주도권을 쥐고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경기 초반 도루를 비롯해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플레이가 필요할 수도 있다. 1차전 삼성 승리시 4승 1패 삼성 우승, 1차전 두산 승리시 3차전 승리팀이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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