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의장석을 점거하고 '교육환경 외면하는 부자급식 절대반대', '급식실도 없는 학교 부자급식 웬 말이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의장석에 부착했다. 이로 인해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본회의는 파행을 빚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가 열리면 곧바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상정,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무상급식 할 돈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교육 투자에 힘써야"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무상급식 조례안은 내용을 보면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 조례안은 교육감의 권한을 시장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교육감 권한침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와 서울이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모든 시급한 현안을 덮을 만큼, 절대선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교안전 확보, 교육시설 개선 등과 병행해야 할 상대선"이라며 "하지만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무상급식에 한정된 재원을 쏟아부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부자들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할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 이미 2만 명을 넘었다는 북한이탈주민 가정의 자녀교육 문제 등 사회적 약자를 우리 공교육 품 안으로 보듬는데 넉넉히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시장이 이렇게 하라고 청부했나"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연선 시의원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운 걸 모르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에 서울시의 거수기였던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더니 이런 짓도 서슴지 않고 한다"며 "쇼도 이런 쇼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연선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이렇게 하라고 청부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오세훈 시장에게 어서 오라고 하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에 부착된 현수막을 떼려다 이를 막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거기 서 있는 게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점잖은 분들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할 만큼 했다"며 "언론사에서 사진도 다 찍었으니 그만 내려오라"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의장석에 부착된 현수막을 떼려다 한나라당 의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시의회 의사담당관도 "의회 의장 허가 없이 의장석에 있는 것은 조례법에 어긋난다"며 내려올 것을 종용했지만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그대로 의장석을 점거한 채 현수막만 철거했다.
결국 김명수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상황상 도저히 본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며 "오전 본회의는 정회하고 오후 2시에 다시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김명수 운영위원장은 "그때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장석 점거를 풀고 본회의에 참석했으면 한다"며 "만약 그때까지도 점거를 풀지 않는다면 본회의 파행에 대한 책임은 한나라당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서울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는 18일 위원회를 열어 내년에 시내 초등학교에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소속 시의원 79명 전원과 교육위원 등 86명이 공동 발의한 조례안은 무상급식 지원 대상을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보육시설로 하고 초등학교는 내년, 중학교는 2012년 우선 시행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은 지난 9월 서울시와 시의회, 시교육청 등이 무상급식을 포함한 교육 현안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꾸린 서울교육행정협의회가 답보하자 민주당 측 시의원들이 주축이 돼 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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