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자신의 '조철봉 발언'과 관련해 5일 "경위를 불문하고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인의 직접 사과가 아닌 나경원 대변인을 통해서였다.
나 대변인은 이날 이렇게 한 문장으로 아주 간략한 입장을 밝힌 뒤 '강 대표 본인이 직접 사과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마땅한 공식석상이 없지만 빨리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대표의 판단에 따라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공식적인 사과라고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강재섭, 대변인 통해 "경위 불문하고 깊은 유감"
강 대표 발언의 파문은 컸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전날부터 강 대표를 질타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야 할 판에 대표가 나서서 약점을 잡혔다. 강 대표는 사퇴하라"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은 "대표가 그런 망언을 하다니 대표 자격이 없다.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여성위원장인 윤원호 의원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당 대표에서 당원협의회장까지 성의식, 윤리의식이 전혀 없다"면서 "한나라당이 이렇게 차떼기당에서 성(性)나라당으로 가도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계속 지지하실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난했다. 윤 의원은 "강 대표는 대표 직은 물론 국회의원 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영교 부대변인도 "성나라당의 음란한 강 대표가 나라를 들썩여놓고 유감 한마디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는 우리 국민, 특히 여성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라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도 이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도 "한나라당이 입만 열면 아파트 반값 정책을 말 하는데 당 대표의 경악스러운 발언에 대한 사과도 반토막"이라고 비꼬았다. 박 대변인은 "강 대표 본인이 직접 분명하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여성 대변인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는 것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비겁하고 못난 처사"라고 비난했다.
"윤리위에서 다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윤리위도 곤혹스러워졌다. 그러나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잘못한 것은 맞지만 윤리위 차원에서 처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아침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서 "(강 대표의 발언은) 농담이 아니고 외설적인, 지나친 발언"이라며 "소위 말해서 음담패설 같은 것을 그냥 해도 괜찮은 줄 알고 아직도 그렇게 세상이 변한 걸 모르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 위원장은 "아주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서 국민들 뵙기도 민망하고 무슨 말씀을 드리기에도 죄송스러운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는 "(강 대표의 발언은) 윤리위원회에서 다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정치적으로 대처를 하고 책임을 져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당 대표도 당원인데 윤리위서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윤리위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 정치적으로 문제가 잠잠해지는가. 실수를 했다든지 부적절한 말을 했다든지 이것에 대해서 정치적인 책임은 그대로 남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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