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줄 세우지 마라"…이명박 "겁나네"

한나라 '빅3+1' 상견례…신경전 '팽팽'

한나라당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대선주자들과 지도부 간의 첫 공식 간담회를 열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 내의 대권주자들과 당 지도부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단합을 과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미묘한 긴장이 흐르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경선승복, 당연하다"고 했지만…

나경원 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강재섭 대표는 '지도부와 최고위원들이 (공정경선의) 중심에 서고 (각 캠프에서) 당직자들을 안 끌어들이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면서 "이에 모든 대선 주자들이 동의하는 눈빛을 보이거나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경선승복 여부와 관련해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각각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단결해서 국민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희망을 꼭 드렸으면 좋겠다. 더 노력해서 많은 지지 받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했고, 이 전 시장은 "국민에게 심려 안 끼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권 창출을 해야 한다"며 "당도 잘 하겠다고 하니 당이 중심이 됐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학규 전 지사가 이명박 전 시장을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 29일 처음 열린 한나라당 지도부-대선주자 간담회에서 원희룡 의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재섭 당 대표,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가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특정 주자 참모장이냐, 최고위원이냐"

이날 간담회에서 손 전 지사는 "특정 캠프에 특정 최고위원이 자주 거론된다"면서 "문제의 최고위원은 먼저 당원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특정 주자의 참모장 역할을 내놓고 하든지, 최고위원을 하든지 거취를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손 전 지사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특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가까운 이재오 최고위원을 거론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작심한듯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간 손 전 지사는 "이러한 구태 정치가 되풀이되면 대선 실패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며 "이런 줄 세우기로 국회의원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손 전 지사의 발언에 당황한 강 대표는 "누가 써준 게 아니라 직접 썼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전 시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겁나네"라고 받아넘겼다.

원희룡 의원도 "새해 대선에서 필승 거두기 위해서는 단단한 정책 후보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국민들이 볼 때 가혹할 정도의 (후보) 검증 과정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인터넷을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가 있다"고 운을 뗀 뒤 "내 이름이 명치유신의 '명', 이등박문의 '박'을 땄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머니가 일본 천황이라는 허위사실도 떠돈다"며 각종 루머에 대한 당 차원의 대처를 주문하기도 했다.

"화기애애했다"…"화기열렬했다"

간담회 직후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고 말했지만 손 전 지사는 "화기열렬했다"며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한편 강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르면 6월 중순에 경선을 해야 한다"며 "진짜로 그 시기에 할 것인지는 나중에 논의하더라도 당헌·당규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은 "시기는 이 다음에 얘기해야 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손 전 지사의 집중적인 표적이 된 이재오 최고위원은 강연 일정이 잡혀 있어 이날 회동에는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