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SBS |
누구도 그녀를 지켜줄 수 없다. 이는 천송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극명하게 드러난다. 천송이보다 나이는 많지만 늘 천송이의 그림자에 가려져있는 한유라(유인영)가 지인의 결혼식에서 사망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르는 상황이건만, 자신이 본 것보다 부풀려 이야기한 증인들과 분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던 대중들은 '한유라 사건'을 자살로 몰아간다. 그것도 평소에 한유라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천송이 때문에 죽은 것이라고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천송이의 주변 인물들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천송이의 소속사 대표는 CF와 드라마가 줄줄이 끊기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재계약 보류'라는 비겁한 대책을 내놓는다. 천송이를 15년이나 짝사랑했던 휘경(박해진)은 주변 사람들에게 천송이의 억울함을 알리며 분노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휘경의 15년 짝사랑이 천송이를 위로해줄 순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 그저 "우리 송이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라고 외칠 뿐이다.
남자 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이 인간 세상의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 무려 400년이나 살아 온 초능력을 지닌 인물이라는 건, 그래서 중요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녀를 구원해 준 건 옆집 남자 도민준이었다.
천송이는 은색 구두를 신고 지인의 선상 결혼식에 가게 되고, 마침 도민준은 은색 구두를 신은 여자가 물에 빠지게 되는 미래를 보게 된다. 도민준은 사전에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는 결혼식장으로 순간이동한 뒤 천송이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유라의 유서가 발견되면서 천송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이들이 더욱 많아졌고, 기말고사를 보러 가던 천송이는 수십 명의 기자들과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저 운전대에 고개를 파묻고 사람들이 떠나가기만을 기다리던 천송이를 꺼내준 것도 도민준이었다. 강의실에서 시험감독을 하던 도민준의 귀에 저 멀리 기자들의 목소리가 들린 덕분이다.
▲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SBS |
만약 도민준에게 미래를 보는 능력, 남들보다 발달한 청각능력이 없었다면 천송이를 구해줄 수 있었을까. 그저 잘생긴 이웃사촌으로 머물렀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있다. 도민준은 재경(신성록)이 한유라(유인영)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다.
인간들이 펼칠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진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만이 대한민국 톱스타 천송이를 보호할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을 구원하고 결국엔 진심이 통하는 세상은 연예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판타지, 스릴러, 로맨스가 한 데 섞인 <별에서 온 그대>는 <최고의 사랑> 때보다 더욱 험난해진 연예계를 보여주고 있다. 과연 천송이는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별에서 온 그대'(민준)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인간(휘경) 중에서 누구를 선택할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