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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의 '색드립', 격이 다르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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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들의 '색드립', 격이 다르단 말이야~

[TV PLAY] 2013년의 재발견, 유희열과 신동엽

새로 태어난 별만큼이나 원래 하늘에 있었지만 새삼 그 빛에 놀라게 된 별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올해의 재발견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호출하지 않더라도, 올해도 그들 덕에 많이 웃고 그들의 건재함이 반가웠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신동엽, 유희열이 있었다. 천생 방송인 신동엽은 2013년에 말 그대로 TV를 틀었다 하면 그의 얼굴을 볼 정도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심야 라디오의 황제였던 유희열은 아는 사람만 알던 예능 감각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 <SNL 코리아>의 핵심 멤버 신동엽. ⓒtvN

신동엽은 언제나 가장 재능 있는 방송인이자 가장 재미있는 개그맨 중 한 사람이었다. 1991년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오른 신동엽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특유의 깐족거리는 개그와 전매특허 '섹드립'으로 안방극장을 웃겼다. 물론 늘 평탄했던 건 아니다. 신동엽은 사건 사고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예능의 대격변이 시작된 2000년대 이후 그의 커리어는 전성기를 지난 것처럼 여겨졌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이름으로 예능이 스튜디오를 벗어나 야외를 무대로 삼으면서, 제한된 공간에서의 대화와 연기에 능한 신동엽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 하고 도태되는 듯했다. 여기에 사업 도전과 실패라는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쳐, '유재석-강호동'의 2강 국민 MC로 재편된 예능의 판도에서 그는 한동안 빛나지 않는 이름이었다.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처럼 서서히 잊힐 줄 알았다.

하지만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의 시동을 거쳐 올해 신동엽이 보여준 부활은 천재가 성실하기까지 하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 본인에게는 큰 상처일 사업 실패와 그로 인한 채무가 그를 소처럼 일하게 했지만 그 덕에 우리는 농염하게 폭발하는 '섹드립'을 만났다. 한 마디로 올해는 '19금 비스포크'를 입은 신동엽의 만개로 기억할 만하다. tvN <SNL 코리아>가 '19금' 딱지를 자랑스럽게 붙일 수 있었던 데는 신동엽의 공이 컸다.

▲ <마녀사냥>의 신동엽. ⓒJTBC

무엇보다 화룡점정은 역시 JTBC <마녀사냥>이었다. <마녀사냥>은 '여심분해 토크 버라이어티' 라는 이름을 내걸고 연애를 둘러 싼 남녀의 심리, 이와 불가분의 관계인 에로스의 문제를 거침없이 다룬다. 스튜디오에 둘러앉아 오로지 입심으로만 승부하는 이 프로그램에서 신동엽은 비록 귓불은 새빨개질지언정 한 톨의 흔들림 없는 평온한 얼굴로 허허실실 웃으면서 음탕하고 기발한 멘트를 던진다. 지난 20년 동안 뭘 입든 평균 이상으로 어울리는 신동엽이었지만 역시 그의 맞춤옷은 19금라는 것을 증명했다.

신동엽과 고등학교 방송반 선후배 사이기도 한 유희열 역시 '감성변태'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야하고 웃긴 얘기'에 능한 입심을 자랑한다. 1990년대 소위 '고급 가요'라 불리던 감성 발라드의 오빠들이 2000년대에는 하나 둘 예능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음악과 예능, 양쪽에서 단단한 입지를 다진 윤종신을 필두로 그 때 그 시절의 감성 돋던 오빠들의 입에서 유희열의 이름은 자주 거론되었다. 사실 유희열의 입담은 MBC <FM 음악도시 유희열입니다>부터 KBS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까지 심야 라디오 DJ로 활약하는 동안 이미 검증된 바 있다. TV에서도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좋지만 다소 지루한 심야 음악 방송이 아닌 개그가 살아있는 유쾌한 프로그램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데는 유희열의 공이 크다. 그런 그가 2013년 드디어, 예능의 중원에 정식으로 출격했다.

유희열. ⓒtvN

작곡 실력 못지않게 유재석에 필적하는 '진행병'을 선보인 MBC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부터 역시 올해의 신성인 허지웅과 함께 '변태와 색마'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tvN <SNL 코리아>도 좋았다. 하지만 '감성변태'의 명불허전 필살기는 Mnet <음악의 신>에서 드러났다. 후배 가수 존박의 몸에 촛농을 떨어뜨리고는 시시덕거리질 않나, 음악에의 영감을 얻는다며 호피 무늬 하이힐에 코를 묻지를 않나, 신동엽의 '섹드립'과는 또 다른 색깔의 '19금 개그'가 보는 이의 귀를 빨갛게 만들었다.

신동엽은 2013년 한 해 동안 무려 열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누군가의 부재를 대신하기 위해 투입된 프로그램도 있었다. 꼭 신동엽이 아니라도 상관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어쨌든, 어디서든, 그는 쫀득쫀득한 입담으로 시청자를 웃겼다. 한편, 올해 예능으로 활동범위를 넓힌 유희열은 '자유로 가요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지금은 SBS <일요일이 좋다>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 3'의 심사위원으로 본업의 내공을 발산하고 있다. 기존 메이저 기획사와는 다른 시각을 가졌지만 동시에 양현석, 박진영과의 기 싸움을 개그로 포장할 줄 아는 유연함으로 활약하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이 그를 유혹하지 않는다면 변함없이 일주일 스케줄이 빠듯하도록 방송 활동을 이어갈 신동엽과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어 예능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지 아직은 미지수인 유희열. 내년에도 가볍지만 우습지 않은 두 남자를 보며 계속 웃을 수 있을까?

▲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의 유희열(가장 오른쪽). ⓒSBS

MBC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의 시그니처 인사를 빌려와 말해본다.

"내년에도 다시 만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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