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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효과, 서울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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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원순 효과, 서울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려면…

[초록發光]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 시즌 2가 필요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정책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중앙 정부가 핵에너지와 화력 에너지를 통한 중앙 공급 중심의 제도와 정책을 공고히 하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여된 권한을 이용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모색하고, 상당한 시민적 지지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정치의 긍정적 역할을 보여준다.

어떤 측면에서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는 하나의 상징 싸움이다. 내가 쓰는 전기의 생산 과정에 둔감했거나, 아니면 다른 선택의 길이 없던 대도시 에너지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과 생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제 에너지 전환의 실질적인 성과와 하부 구조를 견고히 하는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시즌 2 전략이 필요하다.

제안 1 : 상업 부문 전력 소비 저감과 전환

서울시는 2020년까지 온실 기체를 1990년 기준에서 25%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10년 현재, 서울시 온실 기체 배출량의 43%가 전력 부문에서의 간접 배출이다 또 서울시 전체 전력 소비의 59.5%는 서비스 부문이다. 이 말은 서울시 온실 기체의 4분의 1은 서비스 부문의 전력 사용에서 발생한다는 의미이고, 이 부분의 전력 소비를 감소시키거나,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해야 온실 기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11년도 현재 서울시 사업체 현황을 보면, 전체 75.2만 개 중 절반 정도가 도·소매업(21.6만 개), 숙박·음식점업(11.9만 개), 교육·서비스업(3.1만 개) 등이고, 이 중 개인 사업체가 31.4만 개로 전체의 85.8%에 이른다. 또 이들 세 분야 개인 사업체의 종사자는 113만 명에 이른다.

결국, 서울시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와 온실 기체 감축의 핵심적인 분야 중의 하나는 상업 부문 개인 사업자의 전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줄이거나,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느냐의 문제이다. 물론, 서울시도 가게 문을 열고 냉·난방을 하는 업소를 단속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서울시 전력 소비의 28.4%인 가정 부문과 대학 등 에너지 다소비 건물 에너지 효율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상업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와 전환은 형평성, 수용성, 효과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책 설계가 다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난 2008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업종별 에너지 절약 실시 요령'을 발표했는데, 음식료품 소매업, 일반 음식점, 병원, 숙박업, 사회복지사업, 학교, 각종 상품 소매업 등에 적합한 에너지 절약 실시 요령을 담고 있다.

예컨대 '음식료품 소매업의 에너지 절약 추진' 내용을 보면, 첫 쪽에 "연간 900만 엔의 광열비를 10% 삭감한 경우 90만 엔을 절약하게 되는데, 이익률 3%로 보면, 매상을 3000만 엔 신장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며 업주를 유혹한다. 이어서 기본 매뉴얼을 제공하는데, 소비 진단에서부터 낭비 포인트, 설비별 에너지 소비량 계산법, 나아가 에너지 절약 체크 리스트를 제공한다.

이처럼 서울시가 업종별 에너지 절약 매뉴얼을 만들고, 각종 협회 등과 협력해서, 교육과 정보 제공, 기타 행정적 인센티브를 통해 서비스 분야의 에너지 저감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은 별다른 재정적 부담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정책이다.

제안 2 : 녹색 산업 육성으로 에너지 전환의 인프라 구축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원순 시장이 바뀌어도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상당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이 정권의 성격과 무관하게 에너지 전환을 추진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작동하겠지만, 핵심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핵이나 화석 에너지보다 재생 가능 에너지와 관련한 일자리가 더 많다는 의미이고, 이들 유권자의 힘은 보수나 진보 정권 할 것 없이 탈핵 정책의 든든한 지원 세력인 것이다.

지난 2012년 서울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화 등과 MOU를 맺었다. 2015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은 '연료전지 120메가와트(6000억 원), 태양광 30메가와트(900억 원), 소수력 10메가와트(1000억 원)' 등 서울시 공공 시설에 7900억 원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솔라에너지는 2014년까지 약 3000억 원을 투자해 서울시에 100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과정에서 서울의 녹색 산업이 성장하고, 관련 일자리가 확대되는 것까지 연결될 때,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의 든든한 이해관계의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서울시는 태양광 보급 활성화를 위해 '서울형 발전 차액 지원 제도', '공공 건물 태양광 설치 임대료 완화', '설치비 저리 융자', '학교 태양광 임대료 완화', '미니 태양광 보급'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서울시 태양광 산업의 육성과 일자리 창출 전략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동돼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시 용역 보고서를 보면, 서울시 소재 재생 가능 에너지 사업체는 약 680여 개, 종사자는 약 7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또 관련 협회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판로 개척과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 개발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대기업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데 머무르고 있다.

예컨대, 서울시 산하 녹색산업지원센터를 활용해 중소 재생 가능 에너지 업체 제품의 국내외 홍보를 지원하거나, 태양광협동조합과 (대)학교 설치를 연결하는 등 판로 개척을 지원할 수 있다.

제안 3 : '울타리'를 넘어 녹색 전환 네트워크의 구심 전략

서울시는 지난 11월 내년 남북 협력 사업에 환경 지원 4억 원 등 총 49억 원을 배정하고, 북한과 적극적인 교류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2014년도 대외협력기금 운용 계획은 외국 공무원 연수와 보건의료 지원 등 총 26억 원의 지출 계획을 확정했다. 한편, 서울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육성자금'을 2000억 원 늘려 전체 규모는 1조14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처럼 서울시는 기후변화기금 외에도 다양한 기금을 조성·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의 중소기업육성기금, 기후변화기금, 남북교류협력기금, 대외협력기금 등을 활용해 서울 소재 기업의 재생 가능 에너지를 북한이나 제3세계에 지원해 에너지 빈곤을 퇴치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에게는 기술 개발과 판로 확보를, 북한이나 제3세계 주민에게는 복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서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정책 통합을 통해 서울의 녹색 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녹색 일자리 확보와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의 선거 공약 중 "희망 4 : 전시성 토건 사업 재검토 지속 가능한 생태 도시"의 세부 내용은 '한강 르네상스 전면 재검토', '서울형 발전 차액 지원 제도 도입',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형 발전 차액 지원 제도와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취약 계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은 에너지 비용을 저감하고, 집수리 과정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동시에 온실 기체를 감축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 시민사회와 학계의 주장이었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취약 계층 주택 에너지 효율화 사업의 구조적 단점, 즉 이사 문제 등 주거 기본권의 제약으로 인해 에너지 복지 해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예컨대, 서울시 중소 태양광 사업체가 개발한 300만 원 안팎의 1킬로와트급 독립형 태양광, 혹은 태양열을 지원한다면, 녹색 산업 육성과 에너지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상호 보완할 수도 있다.

후쿠시마와 밀양 그리고 2014년 지방 선거

박원순 시장은 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운동'과 '정치'의 영감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열린 시정을 통해 시민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소통 능력은 기존 정치에서 보여주지 못한 신선함을 선사했다. 특히, 후쿠시마 사고와 밀양이 보여주는, 대도시 에너지 소비자의 개인적 딜레마를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정책을 통해, 참여와 실천의 에너지지로 전환하는데 큰 자극을 주었다.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는 서울을 넘어 지역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의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 정책은 여전히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가시적인 몇 가지 성과가 있지만, 그것이 에너지 전환의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 연정 선상에서 '핵발전소 하나 줄이기'의 시즌 2를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온실 기체를 감축하고, 핵발전소를 대체하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위한 핵심적인 분야, 즉 서비스 부문의 전력과 교통 부문의 석유 문제 해결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에너지 전환의 흔들림 없는 지지 세력, 즉 녹색 산업과 녹색 일자리를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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