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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운동, '서바이벌' 했지만 '메이저'는 못 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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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년 운동, '서바이벌' 했지만 '메이저'는 못 갔죠"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향하고 불황의 기운이 만연한 가운데, 활발히 치솟는 수치들은 다음과 같다. 고시 응시율, 대기업 입사 경쟁률, 청년 실업률, 청년 부채율. 주거비를 비롯한 생활비는 나날이 오르는데,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은 미비하고 계층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 세대의 불안은 윗세대의 욕망을 뛰어넘는 동력이 되어 청년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생활 기반 선점을 위한 무한 경쟁에 매달리게 한다.

청년 세대의 삶의 조건 자체가 불안한 이때,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들 것만 같은 '활동'이니 '운동'이니 하는 길을 택한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들은 행복한가? 아니 그보다 일단 힘들지 않은가? 왜 시작했으며 왜 계속하는가? 이들이 탐색하는 세계의 진실은 무엇이며, 이들이 일구어가는 활동의 질량은 세계의 관성에 맞서 달리는 열차의 속력과 방향을 어디로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asic Income Youth Network, 이하 BIYN)의 <2013 청년 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는 각 분야의 청년 활동가들을 만나 지난 활동과 전망을 나누고, 기본소득과 교차점을 살펴본 기록이다. BIYN은 각 인터뷰이들이 걸어온 길의 가치를 믿고 이들의 서사와 메시지가 동시대의 친구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며 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또한 이 인터뷰가 늘 활동으로만 설명되어왔던 이들의 고유한 얼굴을 좀 더 자세히 그려내고, 더 나아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활동들을 잇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아래의 인터뷰는 <프레시안> 연재를 위한 편집본입니다. 글 마지막의 링크에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BIYN 청년활동가 인터뷰 프로젝트, 지금까지의 인터뷰 모아서 보기

활동가 인터뷰 시리즈 막바지에 이르러 새삼 우리의 친구, 맨발의 음악가 '단편선'을 만나기로 결정했다. 그의 독특한 위치 때문이었다. 현재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운영위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한국 기본소득 운동의 초기부터 깊은 관심을 보여 온 사람으로, 꾸준히 관련 활동을 해왔다. 요즘에도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못지않은 자신의 '인간투자론'에 따라 친구들과 다양한 운동을 함께 하고 있는데, 내부자로 개입하면서 외부자의 위치를 견지하며 '한줌'의 진보 운동, '거기에 더 한줌'인 청년 운동을 바라봐 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인터뷰는 지난 11월 6일 오후, 옛 두리반 근처 카페 '한 잔의 룰루랄라'에서 진행됐다. 그는 평소의 장난기는 잠시 넣어두고 때로는 단호하고 때로는 다정하게 운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 이야기의 맥락에서 벗어나든 말든 장구하게 이어지던 그의 비유와 예시를 들으며 공연 중 노래하는 시간 보다 멘트하는 시간이 더 길고, 글을 썼다하면 대단히 길어지는 바람에 '단편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그의 2010년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그 시절부터 자립음악가들의 아지트와 다름없던 카페 벽면에는 마침 단편선을 그린 작품들이 잔뜩 붙어 있어 인터뷰 내내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 음악가 단편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BIYN :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단편선 : 저는 음악가 단편선입니다.

BIYN : 활동가로서 자신을 소개한다면?

단편선 : 친구들 하는 걸 잘 도와주고 있는 활동가라고 생각합니다.

BIYN : 친구들이 뭘 하고 있나요?

단편선 : 청년좌파와 알바연대, 옛날 두리반이나 명동의 카페 마리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있고,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도 있고요. 아 맞다. 저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이라는 음악가 협동조합의 운영위원이네요! (허탈한 웃음) 그게 저의 주요 활동이에요.

BIYN : 최근 근황에 대해 궁금한데, 최근의 화두는 뭔가요?

단편선 : 요즘의 화두는 두 가지로 압축되고 있는데요. 우선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어제도 간밤에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침대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고민했죠. "하… 대체 어떻게 아르바이트 안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음악 가지고 살기 엄청 힘들어요. 돈이 들어오는 게 기본적으로 공연인데 그건 계절상품 같은 거라서 겨울이 되면 공연이 없어요. 음반도 내야 하는데 이 돈은 또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화두는 충무로에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새 공간을 열면서 조직을 리뉴얼하는 거예요. 자본주의도 4.0하는데 저희도 인터페이스 업데이트를 해야 되잖아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맨 처음 만들어진 2010년에는 사실상 친구들로만 이루어진 프로젝트였고, 지금은 조직이 꽤 커졌어요. 거기에 따라 운영 체제가 업데이트 되도록 조직의 방침 등이 선진화, 합리화 되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던 것 같아요. 2년이건 3년이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어떻게 얻을 것인가 고민하고 실무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고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일단 실무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운동 뽕'에서 두리반까지

BIYN : 대학생 시절에 여러 집회에서 공연도 많이 하고, 학생회장도 했었잖아요. 어떻게 '운동'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건가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단편선 : 그때 '운동 뽕'을 좀 맞았죠.

BIYN : 계기가 따로 있나요?

단편선 : 계기는 뭐… 당연히 나쁜 선배들 때문이죠. (웃음) 그런데 저희 집은 부모님이 두 분 다 학생 운동을 하셨고 지금도 대충 <한겨레> 읽고 그래서요. 처음에는 저도 집에 있는 신문 읽으면서 열심히 교양을 쌓던 학생이었는데요. 대학에 들어가니까 자유롭게 술을 먹을 수 있잖아요. 선배들이 술을 사주는데 저보고 학생회를 하라고 하기에 "예 당연히 해야죠. 만세" 한 다음에 거기서 여러 가지를 했죠. 그런데 보니까 학생회 간부를 하면 여자애들하고 놀기 정말 좋은 거예요. 학생회장을 하게 되면 신입생이 들어올 것이고 신입생 중에 여자애들도 많을 거고. 한마디로 '학생회 뽕'을 맞은 거죠.

BIYN : 무슨 뽕을 그렇게 많이 맞아요?

단편선 : 저는 계속 뽕을 맞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래서 사이키델릭 음악을 좋아하는데. (웃음) 원래는 그때 밴드 멤버들하고 같이 군 제대 후 밴드를 하자고 약속했었는데, 친구들한테 "미안해. 나는 나의 대의를 지켜야겠다"고 말한 다음에 맨날 여자애들이랑 술 먹고 필름 끊기면서 놀았죠. 그때까지는 진지하게 그런 것들을 생각할 이유도 별로 없었고 선배들에 대해서 '무식하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이 선배들은 왜 이렇게 논리적으로 잘 안 맞지 하다가,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 무렵, 연애하던 새내기와 깨지고 방황하던 와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거죠. 그때부터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했어요.

운 좋게도 군대에 엄청나게 큰 도서관이 있었고 책을 빌릴 수 있었어요. 거기서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게 책밖에 없으니까 별 걸 다 읽었죠. 그런데 군대에 있으면 지도해주는 사람이 없잖아요.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데 마침 그 때 촛불시위가 일어난 거예요. 차라리 내가 거기에 갈 수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갈 수가 없으니까 뇌 내 망상이 많아졌어요. '저것이 인민들의 자율적인 행동이구나'라는 멍청한 생각을 하던 상태로 전역을 했고 그때부터 집회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했죠.

BIYN : 두리반은 단편선에게 어떤 의미라고 할 수 있나요?

단편선 : 저한테 두리반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데, 거기에서 저라는 인간에게 현실성이 생겼어요. 경제적으로도 반쯤 독립하게 되었고요. 그전까지는 의지로 승리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았고 원칙적인 것만 고수했었거든요. 또 굉장히 많은 자원들이 그곳에 집약되었었기 때문에 조합의 초기 멤버들한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음악가들도 많이 몰렸고 활동가들도 많이 몰렸고, 젊은이들도 많았고요. 한국의 어떤 사회 운동, 특히 청년들의 운동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음악가로서는, 공연이 펑크 나면 제가 대신해야 하니까 공연도 엄청 많이 했죠. 역할 분업이 안 되어 있어서 (할 수도 없었고) 잘 몰라도 엔지니어를 봐야하고 잘 몰라도 공연 기획을 해야 하고 잘 못 만들어도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죠. 그러다 보니 일의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요. 또 거기에서 굉장히 다양한 음악들을 듣다보니 음악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요. 제가 지금 가진 음악적 자원을 많이 얻었다고 생각해요.

기본소득에 대한 기대와 운동에 대한 전망

BIYN : 기본소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단편선 : 저는 당연히 기본소득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에요. 지금의 사회란 무엇을 해야 하는 사회인가 계속 생각하다 보면 그래요. 일단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이 굶어죽지 않을 거예요. 어떤 사람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저는 한국이 사람이 굶어죽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지급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

한편으로 기본소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자기책임'이 높아진다는 점이에요. 국가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 진영의 흔한 비판은 사람들이 너무 게으르다는 건데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 주니까. 그런데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그것을 어떻게 쓸지 자기가 판단해야 해요. 최소한의 것들을 보장해주지만 여기서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하죠. 자율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높은 교양과 자기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본소득이 그런 것들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하지만 돌파해야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어요. 자본주의가 온 다음에 기본적으로 자유도가 높아졌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분배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량생산을 통해 삶의 질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거든요. 지속 가능성에는 물론 회의적이지만 자본주의에도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중세시대에는 음식 선택의 자유 같은 것들도 없어요. 전근대에서는 지금처럼 가게가 많지도 않고 계량이 이루어진 시스템도 아니고… 일단 기본적으로 고기가 이렇게 많지도 않았어요.(웃음) 어떤 사람들은 거기로 다시 돌아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저는 싫거든요.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기 싫어할 것 같아요. 맛있는 것 많이 먹으면 좋잖아요. 어쨌든 자본주의가 인류 발전을 위해 해준 게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삶의 모습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BIYN : 지금까지의 기본소득 운동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단편선 : 작년에 좌파 내지 진보그룹에서 김순자, 김소연 후보님이 대선에 나오셨잖아요. 제가 그때 엄청나게 실망했는데, 그게 둘이 분리해서 나온 것 때문이 아니에요. 두 후보의 공약이 새누리당보다 못한 거예요. 옛날 민주노동당 때는 정책 브레인이나 자금이 전부 거기로 모이기도 했고, 실제로 많은 정책들을 만들었죠. 지금 이렇게 분화된 것에 불만은 없는데, 이제는 정책을 현실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확인한 게 저번 대선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두 후보 다 지지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아쉬운 거죠. 우리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

원래도 진보 운동 자체가 한국에서 한줌인데 거기에 더 한줌이니까 진짜 각이 안 나온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기본소득 운동도 마찬가지이지 않나 싶어요. 어차피 한줌인 것은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거기에서 유능한 애들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는가가 아닐까요. 도시계획이나 정책에 대해 빠삭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아직까지는 내가 속해있는 그룹에서 그런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또 일단은 이 운동이 기본적으로는 교수님들이 시작한 운동이잖아요. 금민 선생님도 활동가이시긴 하지만 학자, 이론가라고 볼 수 있으니까. 물론 훌륭한 교수님들이라고 생각하지만, 기본적으로 연구자 풀 자체가 너무 좁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연구가 굉장히 한정적이죠. 실력 있는 오거나이저의 존재도 절실한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이 능력이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 능력이 있는데 그것들을 모으고 시너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게 잘 되고 있다는 느낌이 아직 없어요. 그래서 대중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고요.

물론 대중 운동은 기본소득 운동만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죠. 능력치를 갖고 있는 그룹들이 많이 모여서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 성장해야 하는데 재능을 갖고 뭔가를 할 수 있는 애들 자체가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 느낌이에요. 잠재력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필드도 없고요. 진보정당 운동에서의 정파 싸움이 가장 문제가 되는 이유 역시도 능력 있는 사람이 능력을 펼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BIYN : 청년 아젠다를 갖고 시작했던 운동들의 경우 현재 상황은 어떤 것 같아요?

단편선 : 88만원 세대라고 호명하면서 개입하려던 담론은 현재 정치적 목표를 그다지 달성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 진영에서 지금 남아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면 그게 성공한 장사라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청년유니온 했던 조성주나 김영경 정도가 메이저에서 살아남은 것 같네요.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청년세대 운동은 어쩌면 두리반, 카페 마리에 모였었던 청년들을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게 우리의 출발점이었다고도 생각하니까. 그 이후에 명맥을 잇고 남아있는 곳도 얼마 없어요.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도 마리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잖아요. 자립음악생산조합이 청년 운동인지는 재고해봐야겠으나 어쨌든 남아있고, 청년좌파도 거기에 있던 멤버들과 같이 만들었던 것 같은데요. 어쨌든 이제는 넘어서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메이저로 한 명도 못 갔어요. 메이저로 가는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메이저로 못가면 언더를 장악하든가 인디를 장악하든가 마이너라도 장악해야하는데 그런 것 같지도 않아요. 헤게모니를 못 만든 거죠.

아직까지 다들 그림이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그림을 크게 그려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어요. 어떤 측면에서는 저도 저의 활동이나 자립음악생산조합의 활동에 지리멸렬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걸 풀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으면 망해요. 재산까지 다 털린 다음에 망하면 그게 무슨 짓이에요. 있을 때 빨리 폐업하고 딴 걸 만들던가 아니면 재산을 안 털리고 더 불릴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죠.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삶'을 위하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BIYN : 올해 상반기부터 '최저임금 1만원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요? 본인을 제외한 다른 참여 단위들은 다 단체인데 혼자 개인이기도 하고요.

단편선 :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요.

BIYN : 그럼 왜 들어가 있는 건가요?

단편선 : 저는 그게 저의 가장 비판 받을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한 번 인간하고 관계를 맺으면 어지간하면 관계를 안 끊어요. 그냥 다 잘 되어야 좋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친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좀 더 해요. 친구가 하는 거라면 기본적으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요. 이름이라도 올려주고, 회비라도 한 번 더 내주면서 전부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일단은 도와주고 보자는 건데 효율적이진 않죠.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잘 될 수도 있으니까. (음흉한 웃음) 미래를 위한 투자랄까.

BIYN :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요?

단편선 : 살다보니까 어떤 나이, 어떤 시기에는 내가 만들어야 하는 가치가 이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거기서 원칙적으로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가 에요. 그것을 지키는 선에서 계속 갈 수 있다면 자기모순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겠고 모순이 있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죠. 품위라는 것은 정신적인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만들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삶을 살아야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제대로 후회할 수 있어요.

BIYN : 그 가치들이 현재 사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단편선 : 품위라는 것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선 위에 그것들(사회적 관심, 활동)이 있는 거죠. 기본소득에 동의하는 이유 중 하나도 사회적으로 볼 때 이게 우리 사회의 최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운동이기 때문이거든요. 우리 사회가 아무리 쓰레기 같은 사회라고 해도 우리 사회는 여기까지는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최저를 여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거예요.

BIYN :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단편선 : 일단 음악가로서는 내년에 음반을 두 장 내야해요. 걸작을 만들 수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면서 작업해야죠. 올해 일본에 작게나마 진출하게 됐는데, 유럽도 좀 가보고 싶고 내년에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어요.

활동가로서는 자립음악생산조합의 새 공간을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밀접하게 연관시키고 싶어요. 그 공간을 바탕으로 사회가 음악과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가 고민해볼 생각이에요. 물론 그 공간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한 작업들을 해내야 될 거고요. 그 외에 기본소득, 청년좌파 등 여러 가지 적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BIYN : 가장 믿는 구석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단편선 : (단호) 생명보험이요. 액수가 좀 커요. 나중에 보험금 타면 한 밑천 만들어야지.

BIYN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단편선 : 이제 연애를 좀 해야 될 것 같아요. 제가 아침마다 인삼을 먹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주세요. 여성분들 많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전문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조건 없이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소득을 말합니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Basic Income Youth Network, 이하 BIYN)는 기본소득이 실현된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모인 개인 및 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BIYN는 한국사회에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알리고, 신자유주의의 누적된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당사자인 청'소'년(0세~30대)이 먼저 그리고 같이 기본소득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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