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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인간의 조건'에 '무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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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진짜 '인간의 조건'에 '무한 도전'!

[초록發光] 라오스에서 햇빛 발전으로 기적을

TV 프로그램을 통해 개그맨들이 매주 전기 없이 살기, 핸드폰 없이 살기, 권장 칼로리로 살기와 같은 미션을 한가지씩을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 얼마나 많은 조건이 필요한지 새삼 깨닫게 되면서 동시에 얼마나 지금을 사는 우리는 유약한가를 느끼게 된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이게 정말 가능한걸까?' 싶은 말도 안 되는 무모한 미션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도전은 참가자의 노력을 통해 조금씩 가능한 것이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저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함께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요즘 나는 이러한 인간의 조건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상하며 나만의 무모한 도전을 꿈꾸고 있다. 언젠지 모르는 날 나의 수첩 한 구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억이 시작 되는 순간부터 전기를 쓰는 것에 익숙했던 나의 삶과 전기라는 것이 기억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소중했던 이곳 아이들의 삶은 다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의 삶에서 전기는 삶의 조건이었고, 있는 것이 고맙기보다 없는 것이 불편했었다. 어린 시절 한 번도 내가 쓰는 전기가 어디서 오는지, 발전소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해 본적도 없다. 그러나 잠시 밀양 송전탑을 잊고, 핵발전소 비율에 대한 논쟁을 벗어나 찾은 라오스 사이나부리 지역의 산간 학교 아이들은 전등이 켜지는 것만으로 "우와~" 하는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짓는다.

학교에는 태양광 발전소가 있고, 마을 옆에는 초소수력 발전기가 놓여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소중하고 내가 많이 쓰면 다른 누군가가 전기를 쓸 수 없는 상황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내가 걸어온 길은 끔찍한 세상이 되어 가는데, 이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었을 때는 나와 다른 세상에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섞인 질문을 스스로 해보게 된다. 나의 무모한 도전은 이곳 라오스에서 전기라는 인간의 조건을 두고 시작 되고 있다.

라오스, 선택의 갈림길에 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라오스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5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전기가 없는 오지 학교에 전등을 달아주자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소소한 활동이 5년이라는 시간을 이어가는 동안 라오스는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라오스는 2020년 최빈국 지위를 벗어나기 위해 경제 개발을 위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그리고 투자에 힘입어 라오스의 경제, 사회, 문화 지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제조업이 발달하기 어려운 내륙 국가인 라오스는 자연 자원을 파는 산림업과 광산업 그리고 라오스를 관통하는 메콩 강을 활용한 대규모 수력 발전을 주요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게다가 때마침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투자처가 간절했던 많은 선진국들은 새로 부상하고 있는 라오스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하루가 멀게 수력 발전에 대한 계획이 나오고, 공무원조차 내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 할 정도다.

현재 라오스의 수력 발전소는 16개가 가동 중으로 설비 용량은 약 2900메가와트다. 사실 이미 라오스의 경제 상황과 인구를 고려하면 자국용 전력을 충분히 충당하고도 남는 용량이다. 하지만 아직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들이 70여 건이나 남아있다. 모두 건설이 되면 설비 용량은 약 2만1000메가와트가 되어 한국의 4분의 1 수준으로 증가한다.

라오스는 이 전력을 태국(타이), 베트남, 캄보디아에 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전기가 풍부한 상황에서도 2012년 현재 라오스의 전기화율은 78% 정도이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대규모 수력 발전 프로젝트로 이주를 당하는 사람들, 발전소에서 태국으로 향하는 송전탑에 마을을 내준 사람들이 오히려 전기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기를 끌어 오는 설비비를 감당 할 수도 없거니와 지속적으로 전기 요금을 부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간 지역 사람들은 중국의 초소수력 발전기를 들여와 직접 설치를 하거나,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디젤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라오스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선두에는 전력 산업이 있다. 라오스의 발전소와 전력 계통이 그려진 지도는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몇 개월만 지나면 또 다른 계획들이 만들어져서 새로운 지도가 필요할 정도로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라오스의 메콩 강은 수력 발전소로 덮히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라오스는 이제 곧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한국이 걸었던 그 길, 전기가 인간의 조건이 되고, 전기가 있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없으면 불편한 것으로 취급되는 그 길을 스스로 선택한지도 모르고 휩쓸려 갈지도 모른다.

▲ 2008년 수력발전소 가동 및 계획 현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전기라는 권력에 맞서기

3년 전 태양광 발전기를 세워준 후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찾았다. 그런데 태양광 집열판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수소문 해보니 교장 선생님의 집으로 옮겨져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교장 선생님의 집은 유일하게 밤에도 밝게 빛나는 공간이 되었고 마을의 특별한 곳으로 인신되었다. 전기를 가진다는 것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흔히 재생 가능 에너지면 모두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재생 가능 에너지도 누군가만을 위한 특혜가 되거나 또 다른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한국이 핵에너지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한다고 해서 에너지를 둘러싼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기억을 마음에 담고 메콩 강을 건넜다. 그곳에는 대부분의 마을이 초소수력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후와이치 마을이 있다. 후와이치 중등학교는 올해 한국국제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태양광 발전기를 모든 기숙사에 설치하기로 한 학교다. 읍내에서 차로 1시간 반을 가서 메콩을 건너 30분가량 짐을 지고 들어가야 나오는 고난의 길에 직업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함께 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30킬로그램이 넘는 배터리며, 태양광 패널을 직업학교 아이들과 선생님이 나눠들고 걷기 시작했다. 땀이 온몸을 적실 쯤 학교라곤 없을 것 같던 숲에 학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미 학교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 마을 이장님까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존의 태양광을 교실로 옮기고, 기숙사에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하는 작업에 이틀이라는 시간이 꼬박 걸렸다.

떠나는 날, 마을 이장님은 진지하게 우리에게 마을의 에너지 문제를 상의해왔다. 초소수력과 태양광으로 마을의 모든 가정에 전기를 보급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마을의 전기 문제를 고민해 본 적 없던 마을 사람들이 학교의 변화를 보면서,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 하루를 마치고 선생님과 라오스 쇠구슬 치기인 빼땅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 낮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로 불을 밝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사실 핵발전소와 화석 연료 그리고 대수력에 의존한 대전기 시스템과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한 소규모 전력망의 경쟁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 불가능한 일이다.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런데 마을 이장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무모한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는 피해를 감수해야하는, 그리고 강요하는 전력 시스템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모두가 함께 하는 작은 에너지로 만드는 세상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곳 마을에도 대전기가 들어올 때, 우리는 그것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마을 사람들을 상상을 해본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내년에도 라오스 산간 학교와 마을에 재생 가능 에너지를 지원합니다. 더 많은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카페를 방문해 주세요.

☞ 바로 가기 :
라오스 산간 학교에 햇빛 발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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