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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조지 클루니보다 더 멋있는 이 '우주 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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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조지 클루니보다 더 멋있는 이 '우주 훈남'!

[이명현의 '사이홀릭'] 마이클 콜린스의 <플라이 투 더 문>

두어 주 전쯤의 일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회의가 있었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중고책 매장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책 구경을 하던 중 눈에 쏙 들어오는 책이 한 권 있었다. <플라이 투 더 문>(마이클 콜린스 지음, 최상구 옮김, 뜨인돌 펴냄)이었다. 몇 년 전 출장 중에도 이 책을 만났었다. 그때도 시간이 좀 남아서 회의장 근처 서점에 들러 책 구경을 하고 있었다. 이 눈에 들어왔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읽을 생각으로 책을 샀다.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을 읽지는 못했다. 영화 몇 편을 보고나니 벌써 한국에 도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이 책을 집어 들고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오래 전 달에 발을 디뎠던 12명의 우주 비행사 중 9명의 생존자에 대한 이야기책인 <문더스트>(앤드루 스미스 지음, 노태복·이명현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를 번역했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들과 함께 달 착륙에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달 표면에 가보지 못한 6명의 또 다른 우주 비행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이 생겼었다. <플라이 투 더 문>을 지은 마이클 콜린스는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과 함께 아폴로 11호를 이끌었던 우주 비행사였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달 표면에 발을 디뎠고 콜린스는 사령선에 혼자 남아서 지구로 귀환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 <플라이 투 더 문>(마이클 콜린스 지음, 최상구 옮김, 뜨인돌 펴냄). ⓒ뜨인돌
결국 보다 <플라이 투 더 문>을 먼저 읽게 되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나는 을 읽기 시작했다. 정말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두 권의 책을 (사실은 같은 책이지만) 내리 읽었다. 아름다웠다. 글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글의 형식미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책 모두 오랜만에 글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콜린스의 글에 매혹된 나는 다시 우주를 꿈꿀 수 있는 소년의 마음을 회복하는 덤까지 얻었다.

<플라이 투 더 문>은 콜린스가 자신의 일생 중 우주 비행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가볍게 쓴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구태여 '여행기'라고 부르려고 한다. 우주 비행사를 꿈꿨던 소년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인생의 여정을 그린 '인생 여행기'라고 부르고 싶다. 하늘로 우주공간으로 달로 여행하는 과정과 그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우주 여행기'라고도 부르고 싶다. 부제는 물론 '달 여행기'로 붙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더 큰 매력은 다시 꿈꾸게 해주는 '꿈으로의 여행기'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콜린스의 인생 여행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내가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홉 살 무렵이다. 내가 살던 텍사스 주의 산 안토니오 근처에는 비행장이 몇 개 있었기 때문에 날아가는 비행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햇빛으로 찌푸린 얼굴로 비행기를 올려다보면서 조종사가 되어 푸른 하늘을 맘껏 날아다니는 기분이 어떨지를 상상하곤 했다."

어린 콜린스는 꿈을 꾸었고 그 꿈은 하나씩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여행의 시작이다. 그것이 인생 여행이든 우주 여행이든 꿈으로의 여행이든, 시작은 소박한 소년의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비행기를 처음으로 타본 것은 열한 살 때로, 그루만 위전이라는 이름의 쌍발 수상 비행기였다. 하늘이나 땅을 구경하기보다는 조종간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나의 모습이 그 비행기의 조종사에게는 무척 흥미로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는 나에게 비행기를 직접 조종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비행기가 앞쪽으로 똑바로 날아가게 하려면 기수(비행기의 앞부분)가 항상 하나의 수평선을 기준으로 일정한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 기수가 그 수평선의 아래로 떨어지면 조종간을 몸 쪽으로 당기고 반대의 경우에는 조종간을 앞쪽으로 밀어야 한다. 그러한 원리를 알 리가 없던 열한 살의 꼬마는 비행기가 좌우로 요동치자 거의 울상이 되고 말았다. 허둥대는 내 모습을 보고 큰 소리로 웃던 조종사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순간에는 무척 당황스러웠지만 그날의 경험은 계속 나의 손과 머리에 남아 다시 한 번 조종간을 잡고 싶은 충동이 떠나지를 않았다."

콜린스는 우주 비행사로 뽑히던 날의 심정을 이렇게 적고 있다.

"기다림과 걱정으로 가득 찬 한 달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데크 슬레이턴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아직도 의향이 있다면 나를 나사의 우주인으로 선발하겠다고 말했다. 아직도 의향이 있냐고? 나는 그의 말이 분명히 농담일 거라고 생각했다. 지난 한 달 내내 이 일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는데 의향이 있냐고 묻다니….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데크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지만 나는 도저히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 달간 아무런 연락이 없자 신경이 곤두서 있던 아내 역시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네 살짜리 큰딸 케이트는 엄마 아빠가 흥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1966년 7월 18일 콜린스는 제미니 10호를 타고 드디어 우주 공간으로의 여행을 시작했다.

"우주선의 조그만 창을 통해 내다볼 수 있는 우주의 모습은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앞뒤 좌우 위아래 어디를 보아도 온통 별들이 빛나고 있는 우주뿐이다. 심지어 저 아래의 지평선 바로 옆에서도 별이 보인다."

아폴로 우주선은 착륙선과 사령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달 근처에 가면 착륙선은 사령선과 분리되어 달 표면에 착륙하게 된다. 착륙선에서 내린 우주인들이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사령선은 달 주위를 돌면서 대기하게 된다. 우주인들이 임무를 다 마치면 착륙선을 타고 사령선과의 도킹을 시도한다. 성공하면 착륙선을 버리고 사령선으로 모두 이동한 후 지구로 귀환하게 된다.

아폴로 11호의 착륙선을 타고 달 표면에 내린 사람이 바로 암스트롱과 올드린이었다. 콜린스는 사령선을 조종하면서 그저 달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새로 생긴 규칙에 의하면 착륙선이 달 착륙을 위해 분리된 이후 사령선에 혼자 남는 우주인은 우주 비행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앤더스는 우주 비행 경험이 없으니, 그렇다면 사령선에 남는 사람은 내가 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나의 임무는 착륙선 조종에서 사령선 조종으로 일종의 '진급'을 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팀원이 바뀌기는 했지만 나는 계속 사령선 조종 임무를 맡았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사령선의 조종사는 가장 경험이 많은 우주 비행사가 맡았다. 우주 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는 것보다 더 큰 미션이 어디 있을까? 가장 중요한 미션을 수행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가장 경험이 많고 뛰어난 우주 비행사가 사령선의 조종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는다. "아폴로 11호 비행에서 왜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착륙을 하고 당신은 사령선에 남아 있었나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그 이면에 있는 여러 규칙과 팀의 변경 등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힘든 일이라 나는 대답을 어물쩍 넘겨버린다."

달에 발을 디뎠던 12명의 우주 비행사의 이름 뒤에 가려진 6명의 사령선 조종사들의 심정은 아주 복잡했을 것이다. 위와 같이 반복되는 상황에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런 결정이 내려졌을 때 상당히 낙담했다. 달 착륙에 대한 미련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재미있는 헬리콥터 조종을 더 이상 할 수 없고 그러니 새를 쫓아다니는 비행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사실 사령선을 조종하는 일은 상당히 전문적이고 익히는 데에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 번 그 임무를 맡으면 다른 임무로의 변경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렇게 확실한 보직을 가지고 있으면 아폴로 계획에서 제외되지 않을 것이라는 장점도 있었다."

콜린스는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의 글에서 깊은 아쉬움의 냄새를 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 우주인 후보였다가 국제우주정거장으로의 여행이 좌절되었던 고산과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도 처음에는 좌절과 낙담 속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의 소중함을 깨닫기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콜린스에게 달 표면 착륙도 목표였겠지만 우주 여행 자체가 더 큰 의미를 가졌을 것이다. 아쉬움은 있었겠지만.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가 발사되었다. 콜린스도 그 속에 있었다.

"우주에서의 둘째 날은 내가 인생에서 맞은 가장 조용한 날의 시작일이었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지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약간의 불안감과 그보다는 훨씬 큰 (우주선이 정상적으로 운항 중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지구의 크기의 변화 말고는 우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밖의 우주를 보고 있으면 우주선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 같았다."

점점 작아지는 지구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찬 광경이다. 그 모습과 그 시간을 둘러싼 고요야말로 '우주'를 실감나게 하는 실체 자체였을 것이다.

"컬럼비아호의 전등을 켜고 보니 조종석이 상당히 아늑한 장소로 변했다.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물론 우주선에 나 혼자 남겨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며 내가 없다면 닐과 버즈가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닐과 버즈의 귀환을 기다리며 달 궤도를 비행 중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외로움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 강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달이라는 산에 오른 두 명의 등반가는 컬럼비아라는 베이스캠프가 있기에 안심하고 등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콜린스의 인생 여행은 달의 궤도를 도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그 자신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아쉬운 마음을 알리고 싶은 순간이기도 한 것 같다. 늘 주인공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면 우리들은 그의 고독함과 쓸쓸함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생 속에서 가치를 찾는 지혜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사령선 속에 홀로 남은 콜린스의 심정이야말로 한 인간으로서 가장 인간적인 상태로 남겨진 채 성찰할 수 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방문하는 곳마다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열광했다. 그들은 "우리가 드디어 해낸 겁니다!"라고 외쳤다. 인류가 마침내 다른 세계에 첫발을 내딛었다는 의미였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놀라곤 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라면 "당신들 미국인들이 드디어 해냈군요"라고 말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당신들'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라고 말했다. 그런 표현에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좋았다. 달에 다녀온 우리는 미국인이기에 앞서 분명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체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주 여행이 갖는 가치는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를 하나로 엮어서 볼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닌 '인류'의 이름으로 우리는 우주로 여행을 하는 것이다. 현실은 비록 대결의 장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지향하는 곳은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공간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주체는 미국이나 그 어떤 국적에 매인 사람이 아니라 '인류'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아폴로 11호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나는 우리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우주선이 아닌 비행기를 타고서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 나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우주개발 프로그램과의 이별이기도 했다. 우주 비행사라는 직업을 그만둔다는 것은 무척 힘든 결정이었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을 맡은 우주 비행사 마이클 콜린스. ⓒ출처 : en.wikipedia.org
콜린스는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에 다녀온 직후 은퇴를 선언했다. 그 이유는 이 책 218쪽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라. 또 다른 인생의 여행을 시작한 것이었다. <플라이 투 더 문>의 나머지는 화성 여행을 비롯한 미래의 우주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그의 꿈이 끝나지 않은 까닭이고 그의 열정이 다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그리고 덕담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의 지상 수백 킬로미터에서 얇은 줄 하나에 몸을 맡기고 매달렸던 경험이 있다. 또한 이 행성의 위성인 달을 넘어 그 뒤편인 어두운 공허함의 공간에 다녀오는 특권을 누렸다. 나는 이 책을 읽는 여러분 중 누군가도 그런 특권을 누리게 되기를 희망하며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여러분이 자신의 생애에서 그러한 날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히 가능한 일이다. 만일 누군가가 그런 특권을 누리겠다고 결심한다면 나는 그의 출발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그를 성원할 것이다."

나는 <플라이 투 더 문>과 을 읽으면서 세 가지 여행을 동시에 했다. 콜린스라는 사람으로의 인생 여행, 우주공간과 달로의 우주 여행,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우주 여행에 대한 꿈으로의 여행. 콜린스의 글은 이 모든 여행을 감미로움 속에서 맛보게 해주는 매혹적인 힘을 가졌다. 아름다웠다.

이 글은 콜린스의 인생 여행의 여정을 살짝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와 함께 우주 여행을 하고 싶거나 꿈으로의 여행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배반하고 싶지 않아서다. 이 책은 여행기이기도 하고 그것을 경험하게 하는 4D 시뮬레이터이기도 하다. 자 이제 <플라이 투 더 문> 속으로 비행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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