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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인도네시아 투자,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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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인도네시아 투자, 약일까 독일까?

[서남 동아시아 통신] 폭스콘의 인도네시아 투자 계획

지난 1년 반 이상 인도네시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뉴스 중의 하나는 대만(타이완)의 전자 업체 폭스콘(Foxconn)의 투자 관련 뉴스이다. 폭스콘이 인도네시아에 5~10년에 걸쳐 최대 100억 달러까지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높은 실업률에 시달리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최대 10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폭스콘의 투자 계획을 환영한 것은 물론이다.

지난해 8월 산업 담당 장관은 폭스콘이 연말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할 핸드폰을 연 300만 대 규모로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폭스콘의 투자는 계속 연기되었다. 가장 최근 소식은 10월 발리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CE) 회의에 참석한 폭스콘의 궈타이밍(郭台铭) 회장으로부터 나왔다. 그는 중국 젊은이들이 제조업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폭스콘 측은 2014년부터는 인도네시아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정보통신 기업으로 애플, 소니, 인텔, HP 등 가전, 컴퓨터, 통신기기 등 전자 제품 전 분야에 걸쳐 다국적 전자 업체의 제품을 대리 생산하고 있다. 대만 기업이지만 대만에 생산 설비를 갖고 있지 않고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아이폰이 처음 발매되고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갈 때 중국 내 종업원이 130만 명을 상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중국의 선전에서 폭스콘의 어린 노동자들이 건물에서 몸을 날려 저임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고, 이에 국제적인 비난 때문에 폭스콘은 임금을 올려주어야 했다. 이후 폭스콘은 인건비가 비싼 광둥 지역의 생산을 줄이고 임금이 싼 쓰촨성 청두나 허난성 정저우에서 생산을 확대했다.

즉, 폭스콘은 기술력이 좋아 첨단제품을 제조하고는 있지만, 다른 회사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주문받아 생산하는 하청 업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의 인건비가 부담이 되어 저임금을 찾아 새로운 지역으로 이전을 해야 하는 기업이다. 인도네시아는 지금 주요 20개국(G20) 국가가 되었다고 국제 매체에 연일 광고를 하고 있지만 폭스콘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처지가 사실은 애처롭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천연자원은 인도네시아 경제의 높은 잠재력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부담이다. 천연자원 중 일부는 재생 가능하지 않는 성격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석유 및 가스 등의 자원을 수출함으로써 얻은 자금을 바탕으로 1980년대 중화학 공업을 시도해 보았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동남아 다른 국가들이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여 공업화를 시도할 때도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화교 기업인과 정치권력의 유착은 렌트 추구 사회 구조를 만들어냈고 비효율적인 경제는 결국 1990년대 외환 위기로 연결되었다. 이후 구조 조정 과정에서 많은 좋은 기업들이 해외에 매각되었다. 인도네시아가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보유하고도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

인도네시아는 2000년대 들어와서 또 한 번의 자원 붐을 맞게 되었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으로 국제 자원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했다. 석유, 가스 외에 석탄, 팜오일 등 새로운 자원이 수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경기는 호조를 보였다. 사실은 10% 이상에 이른 중국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의 성장률 6%대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았기 때문인지 국제 사회는 자연스럽게 인도네시아를 희망의 땅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자원 붐에 기반을 둔 성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수출형 제조업이 발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난 수년간 인도네시아는 이 점에서 성공을 했는가? 경제 성장에 따라 투자는 증가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는 노동력을 활용하는 수출형 제조업 보다는 천연자원 개발 분야, 서비스 산업 아니면 자본이나 기술 집약적인 내수형 제조업에 더 집중되었다. 그 결과 자원 가격이 하락하자 인도네시아의 무역 수지는 대폭 적자로 돌아섰고, 올해 연초 이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경기 불안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도네시아는 성장 과정에서 기술 역량을 구축하지 못했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간하는 국제경쟁력보고서에 의하면 인도네시아의 연구개발(R&D)투자는 2011년 GDP의 0.03%에 불과하고 국민 1인당 R&D 지출은 0.9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이 같은 해에 R&D 투자가 GDP의 1.84%, 1인당 투자액이 100달러라는 점에 비추면 처참한 실적이다.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R&D에 전체 21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중국은 5000배 수준인 1018억 달러를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의 수준은 동남아의 태국(타이), 말레이시아, 필리핀보다 훨씬 낮다. 이러니 섬유나 의류 등 노동 집약적 제조업도 중국과 경쟁에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네시아가 산업 구조 고도화를 달성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폭스콘이 생산할 제품군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이므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차원에서는 투자 유치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의 뉴스 정보로 판단하건데 폭스콘이 중국에서와 같이 수출을 창출하는 형태로 인도네시아 사업을 운영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다국적 전자업체의 하청 업체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고려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궈타이밍 회장은 인도네시아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즉, 완제품인 핸드폰의 수입 관세는 0% 인데 부품의 수입 관세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부품을 수입하여 조립한 후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를 하겠다는 의사이다. 여전히 내수형 제조업 투자가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자체적인 기술 역량을 구축하지 못하는 한 장기적이고 바람직한 국가 전략과 관계없이 이와 같은 투자라도 유치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국가의 산업 전략을 외국 기업에 맡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박번순 홍익대학교 초빙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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