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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반도 저글링'…박근혜, 시진핑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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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반도 저글링'…박근혜, 시진핑을 배워라!

[서남 동아시아 통신] 시진핑 체제의 한반도 정책은 진화 중

한미 정상 회담과 한중 정상 회담이 끝나고 다시 한반도 정세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중국에 경사되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고, 10월 3일에는 중국을 명시적으로 겨냥해 2014년까지 방위 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 견제의 단일 전선을 위해 한일 관계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중 정상 회담 이후 한국 정부의 첫 외교적 카드가 전시 작전권 연기였다는 점에서 한미 동맹의 성격을 다시 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연일 심각한 도발적 언사를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반응은 의외로 잠잠하다. 10월 7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서 한중 정상이 다시 만나 북한의 핵 보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지만, 방법론과 해법을 둘러싸고는 여전한 온도차가 있었다.

이처럼 시진핑 체제의 한반도 정책은 지속과 변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원칙"을 강조해왔다. 이것은 과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순서를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 중국의 학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시진핑 체제의 한반도 정책이 질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이것은 시진핑 체제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 로드맵을 설정하고 이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맥락(context)의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중국의 한반도 정책 3원칙은 애초부터 조건, 목표, 방법이었지, 정책의 우선순위 개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체제의 한반도 정책의 새로운 변화라면 크게 보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변화 유도로 요약할 수도 있다. 이것은 표면적으로는 한중 간에도 의견이 합치되는 부분이지만, 그 방법론과 목표(end state)는 결이 다르다. 특히 중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명확한 방침이다. 무엇보다 시진핑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이 노선을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 북한의 최근 변화도 이러한 중국의 비핵화 의지를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오히려 중국의 관심은 북한 비핵화가 시간이 걸린다고 보고, 북한의 변화 유도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의 핵심도 북한 체제의 안정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가 체제의 정상화, 합리적인 경제 운영 규칙 등 정치와 경제의 연착륙에 있다.

이것은 과거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이 양국 간 집정(執政) 경험을 공유하기로 한 합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북한이 정치 개혁을 군당 체제에서 당-국가 체제의 정상화에 두기 시작한 이래, 중국은 북한과 다양한 유형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동북 지역과 북한 북부 지역의 공동 산업 프로젝트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하나의 미묘한 변화는 중국의 대북 정책에 관한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견해가 있다. 중국의 대북 정책은 이미 DNA 자체가 변했다는 분석이 있지만, 전술적 조정일 뿐 전략적 변화가 없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발간된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보고서도 "중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지도부의 후속 발언들은 근본적인 대북 정책을 바꾸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정책을 전략적 혹은 전술적 변화 또는 전략적 자산과 전략적 부담으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기계적이다. 절충론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조정되고 진화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이루어지고, 미중 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정책을 조정하지 않거나 다른 한편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다시 주목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판단 기준은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국가 이익에 얼마나 유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상황을 자국의 국가 이익에 유리하게 조정하고 무엇보다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여 기회 비용을 줄이고자 한다. 중국은 북한이 도발 모델과 대화 모델을 지속적으로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이러한 모델 전환 비용을 모두 짊어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에 대한 편입도를 낮추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과도한 연루의 위험을 차단하여 한반도 상황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한다. 이것이 최근 중국이 남북한 등거리 외교가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놓고 정책을 조정하는 배경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과거 내정 불간섭이라는 외교 원칙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 온 중국 역할론을 한반도에서는 좀 더 명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신형 대국 외교라는 새로운 외교 원칙의 영향을 받았다. 이미 G20(주요 20개국) 정상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왔다'고 밝힌 바 있고, 이번 APEC 회의에서도 "비무장지대 평화공원이 실현될 경우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것이며, 남북 간 상호 소통을 희망하면서 중국도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6자 회담의 중국 역할론이 주목을 끌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 사실상 중국 외교부가 주관한 베이징 타오위타이(釣魚臺)에서 6자 회담 10주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 참여한 북한 김계관 부상은 '한반도 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고 공화국의 기본 정책'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북한은 중국과 북핵 문제에 대해 공동 보조를 맞추려는 인상이 역력했다.

중국도 "미국과 북한이 모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9·19 공동 성명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도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 주어야 한다, 북한의 정치 체제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호혜 평등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치적 지혜와 전략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당분간 중국의 이러한 새로운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미 한미 정상 회담과 한중 정상 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한중 간, 중일 간 정상 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호주-일본의 동맹 강화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도 한국을 염두에 둔 측면도 있다.

동태적인 변화에는 동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접고 대담한 돌파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한반도 프로세스를 동시에 돌려야 할 것이다. 신뢰 프로세스만으로는 부족하다.

<프레시안>은 동아시아를 깊고 넓게 보는 시각으로 유명한 서남재단의 <서남포럼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 등을 매주 두 차례 동시 게재합니다.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19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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