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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의 필수 조건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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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공동체의 필수 조건은? 자전거!"

[이 주의 조합원] 자전거 공방 '두부공'의 김두범 씨

"돈 있어? 링크(부품) 끼워 줄까? 돈 없으면 다음에 가게 앞 지나가다 생각나면 줘. 현금 말고 먹을 걸로 가져와도 되고, 너 '롤'(온라인 게임) 하면 게임 아이템으로 줘도 돼. (웃음)"

기자와의 인터뷰를 끊고, 자전거를 수리하던 김두범(31) 조합원이 중학생 손님에게 웃으며 말했다. 김 조합원은 홍대 끝자락 당인동에서 자전거 공방 '두부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조합원으로 가입해 매달 3만 원씩을 조합비로 납부하다 지난달 1만 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요즘 어려워서요…"

중학생 손님과의 대화를 지켜보니 어려울 만도 하겠다 싶었다. 당인동으로 이사오기 전 공방이 합정동에 있을 때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게 월세를 낸 적도 있다고 했다. 김 조합원은 농담처럼 "올해 목표가 '계산은 칼 같이'"라며 "받을 것 다 받아야 하는데, 손님들이 아는 사람이라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자전거 부품 값이 싸지가 않아서 아이들한테는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라고 했다. 중학생 손님에게는 1만 원대 초반인 부품 값을 받고 새 부품을 끼워 주는 대신, 중고 부품을 그냥 달아 줬다.

김 조합원은 국내에 6명밖에 없는 자전거 프레임 수제작자다. '수제 자전거'의 매력에 대해 김 조합원은 "세상에서 한 대 뿐인 '나만의 자전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며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데, 수제 자전거는 '손 맛'이 다르다. 아주 미세한 것까지 세팅할 수 있다. 장인이 무두질해서 만든 신발이 성능이 좋아서 높이 쳐주는 것이 아니듯, 성능만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훨씬 좋은 자전거들이 많이 있지만 (수제 자전거는) 개인의 취향에 맞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자전거 공방 '두부공'의 김두범(31) 씨가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찾아온 한 중학생 손님의 자전거를 손보고 있다. ⓒ프레시안(곽재훈)

국문과 졸업생이 '자전거 장인' 꿈꾸는 사연은…

지금은 '기름밥'을 먹고 있지만, 김 조합원은 인문계 고교를 나와 홍익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다소 엉뚱한 선택처럼 보이는 자전거 제작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손으로 하는 일이 정직한 일인 것 같다고 오랫동안 느꼈다"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어떤 교수님 수업을 듣다가 든 생각이기도 한데, 육체노동에 대한 감성이나 선호가 있었죠. 여러 가지 선택 중에 뭘 할까 고민하던 중에, 엄마가 몸이 안 좋아 운동을 하셔야 해서 형제들끼리 돈을 모아 자전거를 사 드린 게 계기가 됐어요. 엄마가 자전거를 굉장히 좋아하시게 됐거든요. '내 삶의 영역이 넓어진 것 같다'고. 그래서 내가 하는 일도 그런 일이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여기에도 반전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일을 하는 걸 엄마가 지금도 좋아하진 않으세요. 지금도 계속 '공무원 시험 보라'고…(웃음)"

그는 대학 졸업과 병역을 마치고 스물 여섯 살 되던 해부터 자전거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바이크 아카데미 등 관련 교육기관을 다니고, 경남 양산에 있는 자전거 공방을 찾아 수업 과정을 듣기도 했다. 일본까지 건너가 한 달 동안 도쿄(東京)의 자전거 공방들을 돌아다니며 유명 장인들의 작업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기도 했다. 2010년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미국 오리건 주 소재 UBI(United Bicycle Institute)에서 자전거 제작 과정을 이수했다. 그는 "이 때를 저는 '무사 수행' 기간이라고 부른다"라며 웃었다.

자전거의 매력을 물었다. 한 때의 인문학도다운 답이 돌아왔다.

"진화하지 않는 영역이란 점이 매력적이죠. 자전거가 발전하면 오토바이가 될 텐데, 자전거는 그렇게 앞으로 나가기를 멈춘 물건이잖아요. '여기까지만 자전거라고 부르자'고, 진화하지 않기로 합의한 물건인 셈이죠.

또 자전거의 매력 중 하나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는 거에요. 저는 '근대의 산물'로서의 자전거를 사랑하는데(웃음), 효율적이고 매력적인 이동 수단이죠.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의 이야기처럼 에너지 효율이 좋기도 하고. 그리고 자전거는 지역 공동체가 운영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에요. 이동 거리를 지역 공동체 안에 묶어두게 되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친환경적이지 않느냐'며 괜한 맞장구를 쳤다가 일장 강의를 들었다. 그는 "자전거를 친환경이니 녹색산업이니 하는데 위선적인 부분이 있다"며 "물론 매연은 적게 나오지만,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이용한다면 자전거보다 지하철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만들거나 정비하는 데 워낙 환경에 안 좋은 게 많거든요. 이 가게 안에만 해도 아세톤, 메탄올, 그리스, 도트오일 등등. 재질을 봐도 그렇죠. 쇠도 용접할 때 환경에 안 좋은 가스가 많이 나오고, 티타늄도 만드는 데 많은 화학적 처리가 필요한 물질이에요. 그래서 자전거가 사실 아주 친환경적인 물건은 아닌 것 같아요."

▲김두범 조합원. ⓒ프레시안(곽재훈)

"사회적 경제, 지역 공동체 없이 먹고살 수 있을 거라 생각 안 해"

그는 대학 때는 소위 '운동권'으로 학생운동도 했다. 지금도 모 사회단체의 지역 회원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 때도 시청 광장으로 나갔고, 그 전날에는 가게 앞에 철도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도 붙였다. 대안학교 '공간 민들레'에서 자전거 워크숍 수업 과정을 맡아 근 2년 동안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사회적 경제 모델에 대해 "지역 공동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의 요소가 총체적인 '윈-윈 게임'을 만들어 주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전에 공방이 있었던 합정동 지역의 홈플러스 사태 때도 느꼈지만, 이 가게 같은 소규모 공방들이 지역 공동체의 부활 없이 독립적으로 살아남아 먹고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한 이유를 물었다. "원래 인터넷신문 <참세상>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는 소식을 듣고 '새로운 언론협동조합을 건설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는 "(대안 언론의) '풀'을 넓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간 <프레시안>이 잘 해온 영역이 있고, 특히 기고가 좋기로 유명하지 않나. 한국 진보진영이 <프레시안>에 빚지고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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