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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미국, 구세주는 이란

[해외 시각] 이란과의 화해만이 미국의 추락 막을 유일한 해법

지난 2003년 부시 정부가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의 꿈은 원대했다. 이라크를 해방시켜 친미 민주국가로 만들고, 이어 이란 이슬람정권까지 무너뜨려 세계 석유자원의 3분의 2가 묻혀 있는 중동지역 전체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확고히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이러한 미국의 꿈은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미국이 점령한 이라크는 전통적 지배세력이었던 수니파가 몰락하고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미국의 숙적인 이란과 가까워졌고, 이에 따라 미국의 시리아정책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지난 30여년간 미국의 대규모 원조를 받으며 충실한 동맹국 노릇을 해왔던 이집트에서는 미국의 의도를 정면으로 반하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동 지역 최대의 동맹국들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미국의 능력과 의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의 의도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대한 영향력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지난 30여년간 최대의 숙적이었던 이란과의 화해뿐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일방적 군사주의에 의한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 이후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위상은 어쩌다 이처럼 땅에 떨어졌을까? 미국의 탐사보도 언론인 로버트 드레퓌스의 기사를 통해 그 실상을 들여다 본다. 다음 글은 지난 11월 5일 미국의 진보적 웹사이트 <톰 디스패치>에 발표된 드레퓌스의 글을 전문 번역한 것이다. (원문보기)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진 미국, 구세주는 이란

지난달 미국은 리비아와 소말리아에서 알카에다 잔당과 알샤바브 이슬람운동의 핵심인물을 제거하겠다며 동시 기습작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런 작전들은 미국의 가공한 힘을 드러내는 사례라기보다는 대중동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는 다른 사소한 예외적 사례일 뿐이다. 그 현상이란 대중동권에서 미국의 힘과 권위, 영향력과 상황 관리 능력이 파국으로 치닫는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린 지 12년, 이라크에 대한 명분 없는 전쟁을 벌인 지는 10년이 지났다. 이 전쟁들은 미국의 적을 없애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쟁 이후 이 지역의 주요 동맹국들을 포함한 어떤 나라들에 대해서도 미국의 위상은 역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지역 어디에나 특수작전팀을 보낼 수 있고, 필요하다면 프레데터와 리퍼 같은 무인기(drone)를 동원해 테러리스트에 대한 표적살해 작전도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중동의 로드니 데인저필드(주로 무시당한 역할로 유명한 한국의 배삼룡 같은 희극인. 편집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 중동에는 미국을 존경하는 나라도, 정말로 무서워하는 나라도 없다. 심지어 미국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 미국이 한때 강력한 영향력으로 장악했던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로드니 데인저필드'라고 조롱할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P=연합뉴스

중동에서 철옹성 같던 미국의 패권이 왜 이처럼 자유낙하 하는 처지가 됐을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한 침공은 중동의 민중과 지배층 모두에게 강력한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킨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이 제국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여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됐다.

나아가 아랍의 봄이 이 지역 일대를 뒤흔들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동의 정치세력들도 미국의 뜻을 긴밀히 추종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여지를 주었다. 중국과 인도처럼 석유 소비대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 원유 생산국들과 더 밀착하게 됐다. 그 결과 중동 일대의 상황은 미국의 힘이 빠지는 쪽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할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바마의 입장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이고 종종 무시하거나, 미국의 정책을 대놓고 반대하고 있다. 미국이 점령했던 이라크와 미군이 철수할 예정인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이라크는 이란과 밀접한 관계인 이슬람 시아파 출신의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다스리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은 부패하고 경박한 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다. 카르자이는 걸핏하면 탈레반과 손을 잡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호스니 무바라크에서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2013년 7월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로 이어지는 2번의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미국의 입장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해 왔다.

터키는 나토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이슬람 정권이 들어서있다. 터키는 시리아에 대한 오바마의 오락가락 정책에 짜증을 내면서 나토 군사시스템에서 운용될 수 없는 미사일방어시스템을 중국으로부터 구매하기로 결정해 미국에 충격을 주었다. 리비아, 소말리아, 그리고 예멘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다. 이런 나라들은 무장세력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미국에 극도로 적대적인 무장집단들이 많다.

미국의 영향력을 쇠퇴시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체이스 프리먼은 최근 미국-아랍전국위원회 연설에서 이 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그는 "미국은 중동 지역 현지에서 벌어지는 많은 사건들에 대한 지적, 실질적 통제 능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프리먼은 2009년 오바마에 의해 국가정보위원회 위원장에 지명됐으나 저 유명한 이스라엘 로비의 집요한 반대 때문에 결국 낙마한 인물이다. 프리먼은 "미국이 중동에서 가졌던 영향력을 더 이상 확보하지 못하고, 확보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0월 29일자 사설에서 유감스럽다는 논조로 "미국은 동맹국들로부터 공공연한 반발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그리고 이스라엘로부터 이런 반발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정부의 내부 논의에 대한 1면 기사에서 <뉴욕타임스>의 마크 랜들러 기자는 "지난 여름 백악관은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많은 목표들이 (미국의) 능력 밖에 있어 '보다 유연한 전략'을 채택하기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처한 곤혹스러운 상황이 보여주는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은, 지난 수십년 동안 중동에서 반미전선의 중심으로 여겨져온 이란이 미국의 영향력을 지켜줄 마지막 기회를 제공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이 평화 협상에서, 양국의 강경파들의 정치적 세력이 만만치 않은 반대를 무릅쓰고 협상의 성과물이 나온다면, 중동에서 미국의 신뢰를 되찾는 긴 여정이 시작될 수 있다.

시리아 사태의 난맥상

미국이 대중동권에서 무기력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 제1호'부터 살펴보자: 바로 시리아다.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은 내전으로 악화돼버렸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사태를 조율하는 데 완전한 무능력을 보여줬다.

시리아 사태의 초기인 2011년 여름을 돌이켜보면, 당시 오바마는 아사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라크 식으로 미 지상군이 시리아를 침공하지 않는 한, 아사드를 퇴진시킬 힘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사드는 오바마의 요구를 즉각 일축해 무장 대결 사태를 키웠고 러시아와 이란의 지지를 끌어냈다. 오바마가 아사드의 퇴진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시리아 반군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고, 이에 따라 군사 충돌은 더욱 악화됐다.

1년 뒤 오바마는 모래 위에 '레드라인'을 그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의 군사적 대응을 자초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아사드는 다시 오바마를 무시했다. 수많은 민간인들이 가증스러운 화학무기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오바마의 대 시리아 정책에서 가장 참담한 실책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 무기를 동원해 아사드의 군사시설을 궤멸시킬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오바마는 조지 W. 부시 스타일로 내부의 지지와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으며, 동맹국들이 이탈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미국의 뜻에 따르던 영국와 아랍연맹까지 오바마의 기대를 저버렸다.

국내에서도 정치적 지지는 거의 없었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미국인들은 시리아에 대한 전쟁이나 공습에 대해 압도적으로 반대했다. 오바마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공격 결의안을 최후의 방안으로 삼아 의회에 제출했다. 이런 성격의 제안에 대해 보통 거수기 역할을 했던 의회는 백악관이 (충격을 받을 정도로)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결의안을 철회하거나 대통령 명령으로 시리아 공습을 감행하는 선택안 사이에서 당황과 망설임을 겪던 오바마는 굴욕적인 방식으로 국면을 전환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고를 해체하고 화학무기를 폐기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목표로 한 제네바 평화협상을 서둘러 마련했으나 설상가상의 슬픈 역설에 직면했다. 시리아 정부가 러시아의 지지 속에 제네바 회담에 참석하기로 한 반면, (미국의 은밀한 지원을 받아왔던) 시리아 반군은 단호하게 회담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이집트의 웃음거리가 된 미국

미국의 무력함이 시리아에서만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바로 이웃에 있는 이라크에서도 참담한 실패를 거듭했다. 지난 2003년 미국이 침공한 이후 미국이 세운 이라크의 정부조차 미국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주둔 미군이 철수한) 2011년 이후 미군 일부를 잔류시키려는 계획에 대한 이라크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했다. 그 뒤 이라크는 이란의 영향권에 더욱 확고하게 편입됐으며, 시리아 문제에서 미국과의 협조관계는 사실상 끝났다.

시리아가 내전 상태에 돌입한 이후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시아파가 정권을 장악한 이라크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함게 아사드를 지지하는 입장에 서있다. 아사드는 시아파의 소수 종파인 알리위파에 속한다. 아사드 편에 선 이라크의 시아파 무장세력들이 시리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강력한 만류를 무시하고 시리아 반정부세력을 지원 또는 최소한 묵인해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정부는 이란이 이라크 영공을 거쳐 시리아의 정부군에 물자를 공수해주는, '베를린 공수(1948년 소련이 베를린 서부지역을 봉쇄하자 연합군이 물자를 공수했다. 편집자 주) 작전을 허용하고 있다.

지난달 유엔 총회 기간 중 열린 대외관계협의회(CFR)에서 이라크의 호샤르 제바리 외교장관 은 오바마 정부의 대시리아 무기 지원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결정은 지난 4월 비밀리에 이뤄졌으며 지난 여름에 뒤늦게 공개됐다. 제바리 장관은 "우리는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미국은 이집트에 관한 정책에서도 헛발질을 계속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집트 문제에서 이상할 정도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이 나라에서 상상가능한 모든 분파에게 반감을 사고 외면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부러 그러기도 힘들다.

지난 7월 이집트 군부가 무하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하고, 그의 권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가혹한 탄압에 나섰을 때, 오바마 정부는 이집트인들은 물론 중동 주민 모두에게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상황을 자초했다. 쿠데타가 분명한 이집트 군부의 행동을 쿠데타라고 규정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미국 법에 따르면 쿠데타라고 규정할 경우 이집트 군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얄궂게도 이집트의 새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의 지원 중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르시 정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인 사우디아라비아와 페르시아만의 걸프국가들이 최소한 120억 달러의 현금을 이집트의 텅텅 빈 곳간을 채워주면서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상황을 수습한다면서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결정을 내렸다. 오바마는 아파치 공격 헬기, 하푼 미사일, M1-A1 탱크 부품, 그리고 F-16 전투기 등 일부 값비싼 군사물품들 양도하는 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테러 지원과 국경감시장비 등을 포함한 다른 군수지원은 지속하기로 했다.

이렇게 세분화된 결정은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드러냈을 뿐이다. 이집트의 새 지도부가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조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이 두려워할 일을 하겠다는 공개적인 도전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동네북 된 미국

중동의 친미동맹국 중 가장 충격적인 이탈은 사우디아리비아다. 사우디 왕정이 미국으로부터 이탈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강경파 보수성향의 부패한 왕실 인사들이 미래가 점점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점을 갈수록 의식하게 된 것과 관계된 측면이 있다.

크리스토퍼 데이비슨의 신작 <왕정 이후: 붕괴 위기의 걸프 왕국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이 받는 여러가지 압력들을 묘사하고 있다. 데이비슨에 따르면, 사우디 왕정이 느끼는 불안정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은 아라비아 반도에 설치된 서방권의 군사기지들이다."이들 군사기지의 존재는 이슬람과 주권에 모욕(이라고 간주된다)"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중동의 미 군사기지는 사우디 왕가에게 안보 우산을 제공해주었고, 사실상 사우디는 미군 보호령이었다. 이라크 전쟁 이후 혼란 속에서 아랍의 봄과 이란의 목소리가 커지는 변화 속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떤 선택이 좋을지, 미국이 친구인지 적인지 확신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2003년 이후 사우디 통치자들은 미국의 정책에 대해 점점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꼈다. 미국이 이라크의 수니파 지도자 사담 후세인을 몰락시키고, 이란이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도록 허용한 것에 대해 수니파인 사우디 왕정은 극도로 분노했다. 또한 2011년 보수파이자 친사우디 정권인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부가 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좀 더 노력하지 않은 것을 비난했다.

사우디는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대해 현재 완벽한 결별의 길로 가는 갈림길에 서있다. 시리아 반군의 주요 후원자로서 사우디는 오바마가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군사시설에 대해 공습하는 것을 포기한 결정을 하자 극도로 실망했다.

수니파가 지배하는 사우디는 시아파의 종주국 이란을 수니-시아파의 종파 투쟁의 관점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으로 미국-이란 관계가 정상화될 가능성에도 경악하고 있다.

사우디의 분노는 지난 9월 외교장관이 유엔총회에서 예정된 연설을 돌연 취소한 것으로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사우디는 오랫동안 공을 들여와 자국 역사상 처음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으나, 곧바로 거부했다. 로이터는 "사우디 왕가 지도자들이 이란과 시리아에 대한 버락 오바마의 정책에 대해 실망해 미국과의 관계 단절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사우디의 반발로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관계는 근래에 들어 가장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보기관 수장인 반다르 빈 술탄 왕자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변화를 선택할 지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기관의 수장을 지낸 투르키 알파이잘 왕자는 미국의 시리아 정책을 다음과 같이 맹비난했다: "바샤르의 화학무기를 국제적으로 통제하겠다고 지금 벌이고 있는 연기는 철저하게 기만적인 것이 아니라면, 웃기는 짓이다. 이런 방안은 오바마에게 (군사공격을) 철회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아사드가 자국민을 학살하는 것을 돕도록 계획된 것이다."

중동에서 미국의 두번째 믿을 만한 동맹국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가장 충직한 동맹국 이스라엘은 어떤가.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결코 중동에서 협조적인 파트너라고 할 수 없는 행동을 과시적으로 보여왔다. 이로 인해 오바마의 계획은 여러모로 더 어려워졌다.

2009년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대통령에게 의기양양하게 도전했다. 이런 도전은 서안지구에 유태인 불법 정착촌을 추가 건설하지 말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시작됐다. 그것도 오바마가 집권 1기를 시작하면서 특별히 부탁한 요청이었다. 게다가 지난 5년간 전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이스라엘이 공공연히 위협해왔던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을 실제로 단행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하산 로하니가 이란의 대통령으로 선출되고, 핵프로그램와 관련해 서방 열강들과 협상을 재개할 뜻을 내비치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발표하는 성명들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이스라엘은, 우리를 파멸시키겠다는 핵무장한 이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무기급으로 농축된 우라늄도 전혀 없고, 핵폭탄 제조 기술도 완전히 터득하지 못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입장은 강경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핵연구 성과를 군사적으로 전용한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네타냐후의 연설은 너무나 강도가 세서, 이스라엘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스스로 고립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였다. 카터 정부의 고위관료 출신으로 이란 전문가인 개리 식은 "네타냐후는 모든 정황을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으로, 가능한 한 부정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안달이 나있다"면서 "그는 상황에 대한 지나친 과장으로 자기 발등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이란: 오바마에게 희망의 등불이 된 아이러니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양국 모두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타결하게 된다면 중동에서 힘의 균형이 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란, 미국, 그리고 P5+1(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과 독일) 사이의 이란 핵문제 협상을 방해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이란이 수용하거나, 다른 나라들이 고려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먼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조치들을 철회하려는 방안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전면 중단하고, 핵시설을 폐쇄할 것을 요구한다거나,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사용을 불허하고,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건설중인 중수로를 포기하고, 포르도 지역의 요새화된 지하시설을 영구 폐쇄하고, 이란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농축우라늄을 외국으로 반출하라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지속하고, 기존 시설을 일부 유지하고, 농축우라늄 재고 일부를 국제원자력기구의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감시 하에 연료용으로 보유하는 것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 이후 34년간 앙숙이었던 이란과의 관계정상화가,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추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를 늦추거나 뒤집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예를 들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이란은, 알카에다 동맹세력을 포함한 수니파 이슬람 반정부세력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아사드 대통령의 2014년 대통령선거 전 퇴진을 설득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란은 2014년 미국 전투병력이 철수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이란은 미국과 지역 열강들과 함께 이라크의 안정화 작업에 동참할 수 있다.

나아가 미국-이란 협상은 페르시아만의 미군 주둔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 현재 미군은 카타르, 바레인, 그리고 쿠웨이트 등에 대규모 해군병력, 기지와 기타 군사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을 다른 지역 열강과 글로벌 열강들과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합리적이고 지속적인 협상을 지원하는 작업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은 알카에다 식의 테러 근절과 마약 밀수 단속 등 공동의 이해관계가 될 수 있는 현안들을 다수 공유하고 있다.

물론 이런 협상들은 양국의 강경파들이 결사적으로 막으려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완전히 타결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흔들리는 장대 위에 수십 개의 접시를 계속 돌리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중동에서 이런 '접시'들이 사방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접시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것을 막을 시간은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백악관이 노련한 장인의 솜씨를 발휘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런 임무를 감당해낼 수 있는지는 전혀 장담할 수 없다.

(전문 번역: 이승선 기자)

필자 로버트 드레퓌스는 미국 뉴저지 주의 독립 탐사보도 언론인이다. 주로 정치와 국제안보를 다룬다. <네이션>의 객원 칼럼니스트이며, 네이션닷컴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롤링스톤, 마더존스, 아메리칸프로스텍트, 뉴리버플릭 등 여러 잡지의 필자로도 활동했었다. <악마의 게임:미국은 이슬람근본주의를 어떻게 해방시켰나>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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