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민중'은 사회주의적 개념"

김관진 "대국민 심리전도 정당업무…사과 못한다"

박근혜 정부 고위 각료들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및 국가기관 대선 개입과 관련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5일 예결위에 출석해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민중'은 사회주의적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며 이 정당 강령 가운데 '민중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부분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오 의원의 지적에 답하면서였다.

오 의원은 '이같은 통합진보당 강령의 내용이 헌법의 국민주권 조항과 뭐가 달라서 위헌이냐'고 따졌고, 정 총리는 헌법에는 '국민'주권이라고 돼 있다며 '민중'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회주의적"이라고 했다. 오 의원은 어이가 없다는 듯 "민중은 인민대중의 준말이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정 총리는 오 의원의 "지난 대선이 공정하게 잘 관리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일부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고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질의하는 취지가 그것 아니냐"고 도리어 의원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국가 정통성과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했다"며 오 의원의 지적에 대해 "어떻게 그런 지엽적인 것까지…(총리가 알겠느냐). 결론을 가지고, 글귀 하나가 아니라 전체 맥락을 가지고 판단했다"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총리의 발언에 대해 "공안 검사 출신인 정 총리 머릿속에 뭐가 들었겠나"라며 "그럼 민중신학은 사회주의 신학이고 '민중서림'은 사회주의 출판사냐"고 비꼬았다. <동아일보>의 1920년 창간사에도 "오인(吾人)은 오직 민중의 친구로서 생사진퇴(生死進退)를 그로 더불어 한가지하기를 원하며 기하노라"라는 표현이 나온다.

김관진 "대내 심리전도 정당한 업무"

앞서 이날 오전 김관진 국방장관은 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북한은 통일전선 전략을 추구하고 있고 사이버매체로 대남 선전, 여론 조작을 모략하고 있다"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인 전쟁터에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여론을 호도하는 게 아니고 북한 선전 선동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윤 의원이 자신의 전날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정당한 업무를 수행한 일이다. 의원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며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맞서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윤 의원이 사과를 요구한 김 장관의 전날 발언은 "심리전은 북한에 대해 직접적으로도 하지만, 오염 방지를 위한 '대내 심리전'도 포함되므로 통합적이고 복합적"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염당하지 않도록 정당한 방법으로 설명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공격을 막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공격기능을 수행했다는 말"이라며 서과를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윤 의원은 김 장관의 사과 거부와 '정당한 업무' 주장에 대해 "잘못된 소신"이라고 비판하며 "정치에 개입한 군인의 딸이 대통령 됐다고 국방부 장관이 이렇게 나와도 되나? 대국민 사이버전이라니, 국민을 상대로 전투를 하나"라고 했다. 앞서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심리전'이라며 김 장관을 미화하는 이미지 게시물을 인터넷 공간에 올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