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박명재 행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것으로 지난 달 1일 송민순, 김장수, 이재정 장관 내정으로부터 한 달 반을 끌어 온 외교안보라인-부동산 관련 인사를 매조지했다.
하지만 연말을 앞두고 다시 개각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한 상황이다. 이번 하마평의 특징은 누가 들어오느냐가 아니라 누가 나가느냐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
교체대상은 정세균, 이상수, 박홍수, 장하진 등
정세균 산자부 장관은 본인부터가 당 복귀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정 장관은 최근 "내각에 들어올 때부터 1년 정도 할 생각이었고 수출 3000억 불도 돌파하고 해외자원 개발도 많이하는 등 할 만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은 "복귀 이후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각에 있을 때는 정치적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정치적 발언은 피했다.
당내 신망이 높은데다가 적이 없는 정 장관은 현재 차기 당의장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다만 관리형 의장 역할을 맡아주길 바라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본인은 '꿈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 밖에 지난 2005년 1월 취임해 임기 2년을 채워가는 박홍수 농림부 장관, 장하진 여성부 장관의 교체설도 들린다. 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당 중진 출신인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이번에 복귀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말이 많다.
유시민 장관, 노 대통령 대리인으로 당 복귀하나?
하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당 복귀여부다. 유 장관이 복귀할 경우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 역할을 하며 당장 여당 사수파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것.
유 장관은 취임 때부터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마치고 싶다"고 공언했고 최근에도 "연금개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정치에는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고 복귀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친노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맡을 사람은 유 장관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이 몸 담았던 우리당 내 친노 계파인 참정연 소속 유기홍 의원은 "본인이 계속 남아 있겠다고 하지 않았냐? 나는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참정연의 전 대표였던 이광철 의원도 "아직까지 사실로 정해진 것은 없지 않냐"고 말했지만 '당으로 복귀하면 힘이 실리니 환영하는 입장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장관을 그만두면 복귀하게 된다는 것은 하나마나한 이야기"라고 답하며 "당 복귀를 환영하지 않으면 (의원직을) 그만두란 말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청와대 "본인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
연말 개각설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사람들과 전혀 통화도 하지 않았다"며 "대상은 커녕 시기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본인들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핵심관계자의 이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일단 연말 인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지난 11월 안보라인 장관 내정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다른 말씀이 없어도 인사수석실에선 반기별로, 일정 기간 이상을 재임한 사람을 포함해 인사 대상 후보군을 정하는 작업을 한다"며 "이번 인사도 사실은 7월부터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음 고생 심한 한 총리, 끝까지 갈까?
역시 여당 출신인 한명숙 총리는 한 동안 유임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최근 청와대와 총리실 사이에 불협화음도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안정감과 온화한 이미지로 호평을 받고 있는 한 총리지만 취임 직후부터 여당과 청와대 사이에서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것.
지난 8월 김병준 전 부총리 파동 직후 한 총리, 김근태 당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정청 고위급 4인 모임을 꾸렸지만 출범 4개월이 지난 지금 당청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 정책자문정책기획위원을 지냈다가 현재는 관계가 소원한 한 교수는 "청와대에는 발길을 끊었지만 총리실에는 가끔 들어간다"며 "재야 출신인 한 총리가 FTA 문제, 평택 미군기지 문제 등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더해 최근 들어 한 총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더 크다.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당적 포기-임기 중단'을 언급하기 직전에도 대통령은 한 총리에게 '통보'하다시피 한 데 그쳤다는 것.
또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한 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관 사회적 대화기구인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한 총리도 실세 장관인 유 장관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총리가 당적 포기까지 감수하며 노 대통령과 끝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모를 일'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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