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다시 언론을 맹비난하며 자신들은 본질적인 진보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2006년 한 해를 보내며 대통령비서실 직원 여러분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는 속성상 그들이 속한 환경에 탐닉하고, 스스로 만든 상황만을 전할 뿐"이라며 "역사는 본질상 진보의 흐름이고 이 흐름을 일시적으로 기득권과 반동의 저수지에 가둘 수는 있어도 곧 둑이 터지고 마는 것은 역시 시간의 조화"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 한 단락을 인용한 뒤 "지난 4년간 그랬듯이 멀리보고 뚜벅뚜벅 갑시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원'에게 편지를 보내 논란을 빚은 지 1주일 만에 이번엔 비서실장이 비서실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것.
"우리 사회의 논쟁과 갈등은 해답을 찾고 있다"
이 실장은 "양극화논쟁, 5.31지방선거, 부동산 문제, 바다이야기, 한미FTA 갈등,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사건, 전시 작전통제권환수문제,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지난 한 해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이슈의 연속이었다"며 "불가피한 논쟁과 갈등을 가져오고, 예기치 않은 대립과 충돌로도 이어졌지만 하나 둘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평(世評)과 달리 우리 사회의 온갖 갈등이 해결되고 있다고 주장한 이 실장은 "하지만 우리 사회가 선진 반열에 들었다고 자임하긴 힘들다"며 그 이유로 올 해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꼽았다.
"선진 사회를 막는 사건의 중심에는 언론이"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 포럼이 내놓은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 시안 발표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문제 처리과정 △한나라당 (최연희) 전 사무총장의 술자리 여기자 추행사건 등이 선진사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꼽은 이 실장은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며 "스스로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자 감시견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포기하고 외면하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를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실장은 "탁류처럼 흐르고 있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로부터 지성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생각하게 한다"면서도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언론'과 '언론정치'의 짙은 안개를 뚫어 보는 혜안과 지혜를 잃치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영국의 역사학자 E. H. 카와 성공회대 신영복 명예교수의 글을 빌어가며 '역사는 본질상 진보의 흐름'이라며 "지난 4년간 그랬듯이 멀리보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편지를 맺었다.
극좌가 진보를 표방해 '참여정부' 흔든다더니
"극좌세력이 진보를 표방하고 실사구시를 구현하는 참여정부를 흔든다", "극좌세력이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에 우리 군을 파견해선 절대 안 된다며 이라크 파병은 반대했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국과) 끈질긴 협상 끝에 3000여 명의 (국군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하던 이병완 실장이 비서실 직원들에게 '진보'를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는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는 대통령 지지율뿐만 아니라 최악의 당청갈등 상황에서 자칫 자괴감에 빠지기 쉬운 비서실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석 중인 홍보수석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이 <경향>, <한국> 등 중도적 입장의 신문들을 향해 '하이에나'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은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다시 언론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많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