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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민영화에 목매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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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그들이 민영화에 목매는 진짜 이유

[정책쟁점 일문일답] '철도 민영화' 반대하던 보수언론, 왜 말 바꾸나

1. 최근 상당수의 보수언론들이 민영화를 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을 부추키고 있습니다. 그 실태에 대해서 소개해 주시죠?
⇨ <조선일보>는 지난달 31일 사설에서 정부가 '민영화는 안 한다'는 약속을 거듭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에게 민영화는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인식을 갖게 만든 것은 큰 문제"라는 겁니다. <중앙일보>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바로잡아야 한다"며, "민영화 포기 약속(이)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도 지난달 27일 사설에서 "오히려 민영화 촉진법을 제정해도 부족할 판"이라는 주장을 했습니다. <문화일보>도 지난달 26일 기사에서 "민영화가 절대악(惡)으로 치부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홍익대 김 모 교수의 말을 인용, "민영화는 국민의 재산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사악한 용어로 변질되고 있"다고 강변하기도 했습니다.

2. 홍익대 김 모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 김 교수가 민영화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 중남미 각국의 사례를 보세요. 중남미 민영화가 국민의 재산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었습니까?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재벌들에게 헐값으로 헌납하고, 재벌들은 그 재산을 해외대자본에 팔아 엄청난 부를 축적한 망국적이고 매국적인 만행이 저질러진 과정이었지요. 중남미 서민들은 해외대자본의 먹튀 전략에 따라 엄청난 요금인상의 희생양이 되었고 말입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인프라)에게 빨대를 꽂게 한 민간투자사업(민영화의 일종)이 국민의 재산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었습니까? 민간투자사업은 여유자금이 넘치는 부유층들로 하여금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투자회사를 통해 국민들 재산에 빨대를 꽂고 혈세를 빨아가게 하는 과정이었지요.

3. 맥쿼리인프라는 또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민자SOC 운영회사를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데요. 그 금리 수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 맥쿼리인프라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올려 놓은 감사보고서를 보면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민자SOC 운영회사에게 모두 1조 960억원(2012년 말 기준)을 빌려 주고 있는데요. 그 금리가 6~20%였습니다.

4. 그런데 최근 민영화를 부추키는 일부 언론사들이 과거에는 영국 민영철도에 대해 맹렬히 비판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사실인가요?
⇨ 사실입니다. 2000년 말과 2001년 초에 중앙일보사와 조선일보사가 각각 <뉴스위크 한국판>과 <주간조선>을 통해 영국민영철도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한 적이 있습니다. <뉴스위크 한국판>은 2000년 12월 27일 기사에서 "영국의 철도 시스템이 세계의 부러움 대상에서 유럽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고 소개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영국 보수당 정부가 철도를 민영화한 이후, 철도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철도 사고가 속출했고, 연착이 다반사로 이루어졌으며, 철도 이용객이 크게 줄고 도로가 혼잡해지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겁니다.

5. 영국 철도 민영화 이후 철도 사고가 속출했다고 하는데요. 어떤 사고들이 있었나요?
⇨ 위 기사에 따르면 2000년 10월에는 "런던발 리즈행 열차가 해트필드 부근에서 탈선해서 철로변 철탑 기둥이 식당칸 지붕을 날려버리는 바람에 승객 4명이 사망했"고, "그로부터 약 1년 전에는 자동차 운전자가 런던의 패딩턴 역사 밖에서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다 아침 통근 열차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해 31명이나 사망했"습니다. 이 잡지는 "철도망 운영권을 기업들이 나눠갖다보니 상호협조가 거의 불가능해"져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고 지적하고, 영국인들은 "영리 추구가 공공안전 보장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레일도 이와 관련하여 2011년에 작성한 '철도 운영 경쟁 체제 도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문건에서 영국철도안전조사국(2009)의 자료를 소개했는데요.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복수의 기관 간 정보 교환 부족으로 일어난 사고 사례[영국, 영국철도안전조사국(2009)]
• 1997. Southall : 복수의 민간 철도 회사 간 정보 교환 오류로 열차 충돌(7명 사망)
• 1999. Paddington : 시설 관리자와 운영자 간 정보 교환 부족으로 열차 충돌(31명 사망)
• 2001. Salby : 복수의 민간 철도 회사 간 정보 교환 오류로 열차 충돌(10명 사망)
• 2002. Potters Bar : 시설 관리자와 운영자 간 정보 교환 부족으로 고속열차 탈선(7명 사망)

6. 2001년 초 <주간조선>은 영국철도 민영화에 대해 어떻게 보도했나요?
⇨ <주간조선>은 2001년 2월 22일 기사에서 "형편없는 서비스, 턱없이 비싼 요금"이 요즈음 영국 철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소개하고,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런던발 리즈행 열차가 해트필드 부근에서 탈선, 철로변 철탑 기둥이 식당칸 지붕을 날려버려 승객 4명이 사망했다. 해트필드 사고 이후 500개 지점에서 속도제한이 시행되고 있다. 시속 100㎞로 달리던 도시간 열차는 이제 주요 구간을 겨우 32㎞로 달린다. 세계최초로 기관차를 개발한 조지 스티븐슨의 영광은 아랑곳없이 요즘 영국 철도는 정부보조 부족, 지저분하고 노후화된 시설로 유럽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일부 차량은 차령이 거의 40년에 이른다."

7. <주간조선>은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난 원인을 어디에서 찾았나요?
⇨ 이 잡지는 그 원인을 "정부의 오판으로 인한 민영화 계획"에서 찾았습니다. 이 잡지의 보도 내용을 좀더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1990년대 중반 보수당 정부는 철도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당시 민영화는 여론의 환영을 받았다. 철도 이용자들은 민영화로 시설과 서비스의 개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문제는 오래지 않아 불거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역의 운행이 줄어드는가 하면 운용회사가 나눠지면서 연결체계에 문제가 발생했다. 업체들끼리의 상호 협조도 거의 불가능해졌다. 신호체계가 일치하지 않다보니 영국의 철도 사망율은 유럽에서 높은 편이다. 10억㎞당 사망자수가 0.36명으로 프랑스(0.27)나 이탈리아(0.10)보다 훨씬 높다. 혼란스런 신호체계 때문에 파리나 브뤼셀에서 해저터널을 지난 유로스타 열차가 영국땅에 이르면 속도를 시속 300㎞에서 160㎞이하로 줄여야만 한다."

8. <주간조선>은 또 이 기사에서 네트워크산업 민영화는 정부독점을 민간독점으로 전환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 이 잡지는 그 기사에서 "전기-가스-철도-상하수도 등 네트워크 산업은 민영화를 통해 민간에게 팔아도 정부독점이 민간독점으로 전환된 것에 불과하다"며. "그래서 자칫 이런 네트워크 산업에서 다른 경쟁자를 도입하면 중복 과다투자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잡지는 "사기업이 공기업보다 언제나 경제적 성과가 우수했던 것도 아니"라며, "영국 재무부 조사결과 1980년대를 통틀어 공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율은 1983년이후 6%이상을 유지한 반면, 제조업은 줄곧 4%를 밑돌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9. 2000년대 초반의 신문들을 검색해 보면 <매일경제신문>이 '영국철도 민영화 실패'에 대한 보도를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매일경제신문>은 2000년 10월 31일 '민영화와 영국의 철도대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이 기사의 일부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이용객들의 불만을 사는 또하나의 요인은 요금이 대폭 인상된 것이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가 민영화와 함께 작동했다. 이를 수용했던 이용객들은 요즘 "한마디로 속았다"며 배반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차가 안전과는 무관하게 운용됐으며 그동안 선로보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요즘 영국에서는 철도 민영화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면서 공적 성격이 강화된 새로운 체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 <매일경제신문>은 2001년 12월 9일 기사에서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실패로 결론이 났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기사 내용도 소개해 주시죠
⇨ 그 기사의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국의 철도 민영화는 실패로 결론이 났다. 유지보수를 담당한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철도는 정부 관리로 들어갔고 공적자금으로 투입해야 할 액수조차 잘 모른다. 최소 10조원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부가비용이 속출하고 있어 정확한 액수를 셈하지 못하고 있다. (···) 실패의 핵심은 철도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보수와 건설 부문이다. 민영화는 이전에 정비된 시설을 이용만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를 위한 보수도 하지 않았다. 탈선같은 '기본이하'의 원인으로 사고가 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승객의 안전과이윤을 맞바꾼 체계"로 철도민영화를 비난한다. (···) 지금은 정부가 돈을 넣지 않으면 영국의 철도체계가 송두리채 붕괴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이렇게 보면 영국에서는 철도민영화를 통해 얻은 것이 없다. 이를 초기에 몰아부친 보수당조차 실패를 자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11. 독일철도도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코레일의 최연혜 사장은 독일이 철도 민영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실상은 어떻습니까?
⇨ 그것은 최 사장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합니다. 가톨릭대 이종원 교수 등은 2012년 12월에 발표한 논문, '유럽 철도 사례의 경험과 교훈'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경쟁체제와 철도산업 발전간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 시기 유럽 철도산업의 발전은 정부의 부채탕감과 정부투자 증대 및 고속철도 발전의 효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는 겁니다. 어느 쪽 주장이 더 타당할까. 저는 최 사장의 논문을 보더라도 이종원 교수 등의 주장이 더 타당하다고 봅니다.

12.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있나요?
⇨ 최 사장은 2001년 4월 교통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 교통>에 '독일연방철도청의 철도구조개혁'이라는 논문을 기고했는데요. 이 논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독일연방철도청 민영화 구조개혁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관청 형태에서 주식회사 형태로, 주식은 100% 정부가 보유한 공사 형태로 전환되었다. 둘째, 부채 탕감이 이루어졌다. 1993년 말까지의 누적 적자 670억마르크(1993년 환율로 32조원- 인용자) 전체를 정부가 떠안았다. (···) 다섯째, 동독제국철도의 복구 및 개량비용은 연방 정부가 부담한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는 독일철도주식회사에 1994년부터 2002년까지 투자보조금 약 330억마르크(1994~2002년 평균환율로 19조원-인용자)를 보장하였다. (···) 일곱째, 신설 노선의 건설 및 기존 설비 개량을 위해 연방정부가 재정을 지원한다. 연방정부는 이를 위해 1994년~ 1997년 사이에 420억마르크(1994~1997년 평균환율로 22조원-인용자)를 투자하였으며,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총 800억마르크(1998~2002년 평균환율로 51조원-인용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논문을 보면 독일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1993년에 670억마르크(3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했고, 그 후 10년간 1550억마르크(93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그렇다면 지난 20년 간 독일철도에서 나타난 약간의 발전은 민영화에 의한 것일까요? 아니면 정부가 쏟아 부은 125조원(1993~2002년)에 달하는 혈세에 의한 것일까요? 최 사장은 그 결과가 민영화에 의한 것이라 강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주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13. 일본 철도 민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지요?
⇨ 일본 철도 민영화의 명암에 대해서는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12월 8일 <프레시안> 기고문, '탈선·화재 빈발하는 일본 철도, 범인은 민영화'에서 자세히 서술해 놓았는데요.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의 국유 철도는 1987년 여객부문은 3도(홋카이도, 시코쿠, 규슈)와 혼슈(본섬)를 동일본, 도카이, 서일본 등 6개의 지역으로 분할하였고 화물은 1개의 회사로 하여 7개의 주식회사로 분할하여 사유화했다. 분할 사유화 이후 예상했던 대로 7개의 회사 중 3개(JR동일본, JR도카이, JR서일본)회사는 흑자를 내면서 주식시장에 상장하며 일본 철도 사유화의 성공 사례로 얘기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4개(JR홋카이도, JR시코쿠, JR규슈, JR화물)회사는 (역시 예상했던대로) 구조적인 적자에 허덕이면서 안전에 대한 재투자 등을 못함에 따라 사고가 빈발하는 등 분할 사유화의 그림자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 철도 사유화 당시에 3도(홋카이도, 시코쿠, 규슈)의 철도 회사는 철도 운영과 경영 조건이 구조적으로 열악해 적자를 보전해 주기 위해서 국가 예산으로 경영 안정 기금을 많이 조성해야 했다. 3개 회사의 경영안정기금은 모두 1조2781억 엔(약 14조 원)규모다. 일본 철도를 분할 사유화한 이후 26년이 지난 지금도 JR홋카이도를 비롯한 3도(3사)는 적자를 경영 안정 기금으로 채워 넣고 있다."

14. JR홋카이도의 경우 소외지역 노선이 폐지되었고, 탈선과 화재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하지요?
⇨ 오선근 위원장의 기고문에 따르면 "JR홋카이도는 국철에서 분할 사유화된 이후 적자 등의 이유로 지역 노선을 764킬로미터나 폐지"했고, "인력은 외주 용역화를 통해 구조조정을 해 1만4000여 명에서 7000여 명으로 감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인 적자 등의 문제가 쌓이고 쌓이면서 시설과 차량 등 안전 투자와 인력 확보가 안 되어 화재 사고와 탈선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JR홋카이도 철도에서는 2011년 5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여 건의 화재 및 탈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JR홋카이도 철도 사고 이후 정부가 안전 특별점검을 진행한 결과, "170곳의 선로에서 이상이 있었음에도 방치"해 온 것이 드러났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특별 열차의 운행 속도를 현행 시속 130킬로미터에서 시속 110킬로미터로 낮추고 운행도 축소하는 등" 사고대책을 세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합니다.

15. 정부가 민영화를 피하면서 공기업 개혁을 슬기롭게 해낼 수 있는 방도가 없을까요?
⇨ 공기업 개혁을 슬기롭게 해낼 수 있는 간단한 방도가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채 비율만 제대로 통제하면 어렵지 않게 공기업 개혁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부채 비율이 통제되면 공기업들은 신규사업을 시작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울러 기존사업 부피도 줄여야 합니다. 또 신규사업과 기존사업의 부피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영업비용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줄어들고, 영업이익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며, 당기순이익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도 줄어듭니다. 이와 같은 개혁이야말로 진정으로 '시장경제 친화적인' 공기업개혁입니다.

16.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이와 같은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민영화에 목을 매는 이유가 뭘까요?
⇨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사리사욕' 때문입니다. 부채 비율 통제를 제대로 하려면 300여개의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부채 비율 통제 기준을 차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개혁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사리사욕을 채워주는 공공기관까지 개혁 대상이 됩니다. 예컨대 국책연구소 등이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엉터리 정책을 합리화해 주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기관들까지 일률적으로 개혁 대상이 되면 오히려 이들 기관의 독립성이 강화됩니다. 즉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여 국책연구소들을 하수인처럼 부리고 있는데, 이들이 '국민 대표기구'의 투명한 통제를 받게 되면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을 합리화해 주는 수단을 잃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철도 노조와 같은 '눈의 가시'만 몇 군데 제거하려 하는 것입니다.

17. '국민 대표기구'를 통해서 300여개의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투명하게 일률적으로 개혁하면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을 합리화해 주는 수단들을 잃게 되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철도 노조와 같은 '눈엣가시'만 몇 군데 제거하려 하는군요?
⇨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내놓은 공기업 개혁방안을 보세요. 아무런 알맹이가 없습니다. '민영화'라는 선무당의 칼만 휘두르면서 국민들의 재산과 혈세를 대기업과 부유층에게 넘기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정부가 지난달 13일 발표한 '4차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면, 과거에 정부가 맥쿼리 인프라로 하여금 민자SOC 운영회사에 빨대를 꽂고 국민들 혈세를 빨도록 허용했듯이, 재무적 투자자로 하여금 의료법인 자회사에 빨대를 꽂고 국민들 혈세를 빨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18. 현행법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는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나 학교법인, 복지법인 등으로부터 수익의 일부를 빼갈 수 없지 않나요?
⇨ 현행법에는 그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나 학교법인, 복지법인 등도 자법인을 둘 수 있지만, 그 자법인의 수익도 모두 모법인의 원래 목적, 즉 의료, 교육, 복지에만 쓰여져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맥쿼리인프라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로 하여금 여기에 빨대를 꽂을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법규를 개정할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19. 맥쿼리인프라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가 의료법인 자법인에 빨대를 꽂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지금까지 대형병원 사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병원주들과 부유층 의사들이 대리인을 내세워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집합투자회사를 세우고 자법인에 빨대를 꽂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비영리의료법인의 운용자금은 대부분 건강보험공단 지원금과 환자들 본인부담금으로 충당되는데, 그 운용자금 중 일부가 비영리의료법인 외부로 유출됩니다. (이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 투자자가 의료법인에 빨대를 꽂든 자법인에 빨대를 꽂든 큰 차이는 없습니다.)

20. 일각에서는 병원도 어차피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데, 그것이 무슨 문제냐고 항변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그들이 '비영리법인'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겁니다. UN이 발표한 국민계정 집계 기준을 보면 UN은 경제주체를 네 가지로 나눕니다.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가계, 기업, 정부 외에 비영리법인이 하나 더 추가됩니다. 비영리법인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법인 중에서 정부 대신 정부 기능의 일부를 수행하되, 정부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고 동시에 정부로부터 부가된 일정한 의무를 수행하는 법인을 말합니다. 사립학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초중고 사립학교를 보면 건물과 집기, 토지 정도만 학교법인 소유고, 운영비의 거의 전부는 국가로부터 주어집니다. 이 때 정부가 학교법인 이사장 등으로 하여금 운영수익의 일부를 학교법인 외부로 빼돌리도록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학교법인 이사장 등에게 학교법인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 것입니다. 많이 빼돌리면 빼돌릴수록 정부가 더 열심히 그 적자를 메꾸어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전세계에 이와 같이 바보스러운 짓을 하는 정부는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와 같은 바보스러운 짓을 시작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21. 정부는 이와 같이 의료민영화를 하면 병원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정부 주장은 쌀독 안에 쥐를 풀어놓고 쌀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22. 대형병원이나 부유층 의료인들도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사실인가요?
⇨ 사실이 아니라 엄살입니다. OECD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1년간 OECD 34개국의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은 8.0% 포인트에서 9.3% 포인트로 1.3%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11년간의 상승율은 16%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5.0% 포인트에서 7.4% 포인트로 2.4%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상승률은 48%입니다. OECD 34개국의 GDP 대비 의료비 비율이 16% 상승할 때 우리나라가 48% 상승했으므로 우리나라 상승 속도가 OECD 평균보다 3배 빠른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부유층 의료인들은 배가 고프다며 비영리법인에 별도로 빨대를 꽂는 길을 열어달라고 조릅니다. 정말 염치 없는 사람들입니다.

23. 의료법인 민영화는 곧 병원 당연지정제 폐지로 이어지고, 또 미국식 의료체제로 이어진다는 것이 민영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인데요. 그럴 가능성이 있나요?
⇨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맥쿼리인프라와 유사한 재무적 투자자들이 의료법인에 빨대를 꽂고 지속적으로 수익을 빨아가면 의료법인은 더 궁핍해지고 그렇게 되면 정부가 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지속적으로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원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는 것입니다. 병원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 재정이 건전할 때만 유지됩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나면 병원 당연지정제도 파탄이 납니다. 그리고 양자의 파탄은 곧 미국식 의료체제라는 지옥이 한국에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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