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가지 논점에 대한 입장
첫째,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민영화인가? 그렇다. 정부는 민간자본이 참여하지 않는 자회사이니 민영화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30년 전에나 통하는 이야기이다. 1980년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공기업 민영화에도 여러 '파생상품'을 개발해 왔다. 지금 박근혜정부의 자회사를 경유한 민영화는 정부 민영화론자들이 내놓은 철도민영화 상품이다. 김대중 정부부터 철도민영화를 자신의 미션으로 추진했던 이들에게는 '창의적인' 작품이지만, 그 상품의 성격을 모를만큼 우리도 우둔하지 않다.
둘째, 국민연금기금이 참여하면 철도공공성이 유지되는가? 훼손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참여하라고 초대받은 국민연금기금은 시장에서 움직이는 민간펀드의 일종이다.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하므로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은 자산시장에서 운용되는 국민연금기금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
셋째, 박근혜정부는 철도관련법을 지키고 있는가?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철도사업법이 제정된 취지는 철도운영을 한국철도공사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되, 공사가 폐지한 노선과 민간투자사업 노선에 한해 제 3자 운영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지금 박근혜정부는 철도관련법을 왜곡 해석하며 철도정책의 중대한 결정을 강행하고 있다.
넷째, 수서발 KTX 주식회사로 인한 경쟁 효과가 발생하는가? 거의 전무하다. 정부는 복수의 KTX 회사가 존재하면 경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열차 운행이 선로에 종속되는 철도산업의 기본 특성을 무시한 설명이다. 두 회사 사이에 경쟁 효과는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중복 비용만 초래될 뿐이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은 동일한 성격의 회사 설립으로 인한 중복 비용과 시장자본에게 제공해야 하는 수익을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치이다.
다섯째, 한국철도공사의 개혁은 필요한가? 그렇다. 그 방향은 민영화를 통해 철도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철도서비스를 시민의 벗으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할 과제는 민영화가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의 이사회를 이용자, 전문가, 생산자 등이 함께 논의하는 참여형 지배구조로 개편하는 일이다.
▲ 수서발KTX 출자회사 설립과 관련해 민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
민영화, 시장자본의 수익성에 종속되는 기관으로의 전환
전통적으로 민영화는 공공기관을 민간자본에게 넘겨주는 매각(sale)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1980년 이후 지난 30년 동안 시장만능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주도하면서 고전적 형태인 매각을 뛰어 넘어 다양한 종류의 민간위탁(franchising, concession, public-private partnership), 민간투자사업(BTO, BTL) 등 교묘한 민영화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한국철도에서도 여러 민영화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수서발 KTX 민영화는 정부가 건설하고 운영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민간위탁 방식이었으며(영국 여객철도도 여기에 해당), 이미 일부 업무를 민간회사에게 넘기는 외주화도 진행 중이다. 또한 민간자본이 건설에 참여하고 독점 운영권을 얻어가는 민간투자사업도 근래 늘어나고 있다(인천공항철도, 서울 지하철9호선 등).
다양한 방식의 공공기관 민영화에서 관통되는 기본 원리는 '수익 추구(profit motive)'이다. 공공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공공성을 목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된다. 그런데 그 공공기관이 시장자본의 수익성에 종속되는 기관으로 전환될 때, 이것이 바로 민영화이다.
따라서 민영화 여부의 판단 잣대를 공공기관의 소유구조 변화, 매각으로 한정하게 되면 철도산업의 민영화 추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대표적 예로, 이명박 정부는 수서발 KTX 민간위탁을 추진하면서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 경쟁체제 도입'이라고 강변했다. 현대건설, 동부건설, GS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두산 등 주요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제안서 공개 설명회까지 개최하고서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우기는 촌극을 벌였다. 지분 매각 방식만이 오직 민영화라는 30년 전의 통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현재 25개 사기업이 운영하는 영국 여객철도도 소유권은 영국정부에 있으니 민영철도가 아니고, 지하철9호선도 외국계 금융자본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 등 시장투자자가 운영해도 소유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으니 공공철도가 된다.
박근혜 정부의 KTX 민영화 방식: 자회사 주식회사를 활용한 시장자본 참여
철도산업의 민영화가 주로 이루어지는 영역은 철도운영 부문이다. 외국에서도 철도시설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되어 민영화되는 경우가 드물다. 철도 민영화의 선봉에 섰던 영국조차 처음에는 철도시설까지 민간에게 매각했지만 그 부작용이 너무 커 지금은 철도시설공단(Network Rail)으로 재국유화해야 했다. 반면에 철도운영부문은 시설투자 부담에서 벗어나므로 시장자본이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철도 운영권만 불하받으면 막대한 투자비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수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운영부문의 민영화 방식은 이명박 정부식(영국식) 민간위탁, 지하철9호선식 민간투자사업, 자회사 형식을 통한 시장자본 참여 등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방식이 바로 자회사를 활용한 민영화이다.
민간투자사업이 SOC 건설에 정부재정과 민간자본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는 시설 건설은 정부(철도시설공단)가 맡았지만 운영에 정부 지분(한국철도공사)과 시장자본(국민연금기금)이 함께 들어오는 변형된 형태의 민간운영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자회사는 모기업의 사업 역영에서 주변 업무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모기업을 능가할 수 있는 독특한 자회사이다. 수서발 KTX가 이후 한국철도의 중추 간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수서역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됨에 따라 수도권 광역교통망의 허브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수서발 KTX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성장해 가지만, 한국철도공사는 KTX 승객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경영수지 악화로 일반철도의 고사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박근혜정부의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이 다른 자회사 방식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지니는 까닭이다.
국민연금기금 성격: 국민연금기금은 시장수익률 이상을 추구하는 시장펀드
박근혜 정부는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회사 지분구조가 코레일 41%, 공적자금 51%로 구성되니 민간 참여가 없고 정관에서 민간 매각을 금지하므로 민영화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기본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일부러 왜곡하는 변명일 뿐이다.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법에 의해 조성된 국민의 노후예탁금이므로 '사용 목적'에서 공적자금의 성격을 지닌다. 그런데 이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적립기금으로서 자산시장에서 기금을 투자하는데, '기금 운용'의 측면에서는 다른 민간펀드와 동일하게 시장자본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시장자본의 성격은 현행 국민연금법에서도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국민연금법 102조(기금의 관리와 운영)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관리운영하고.... 자산 종류별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금운용의 책임을 지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을 마련한다. 이 지침은 국민연금법이 정한 '시장수익률을 넘는 수익' 추구를 위하여 국민연금기금이 달성해야할 목표수익률을 '실질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조정치'로 명시해 놓았다. 매년 약 7% 수준에서 목표수익률이 정해져 왔다. 이에 근거하여 국민연금기금은 자산운용시장에서 활동하는 유사한 민간펀드를 벤치마크로 삼아 자산군별(국내주식, 해외주식, 국내채권, 해외채권, 대체투자) 목표수익률을 세부적으로 정해 기금운용 집행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요구하고 국민연금공단은 이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기금을 투자하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투자할 경우 이는 인프라 부문에서 특정 지분 몫을 인수하는 SOC 대체투자에 속하게 될 것이다. 2010-12년 3년간 국민연금기금이 SOC 투자에서 비교로 삼은 벤치마크 수익률은 평균 6.91%였고, 실제 달성한 수익률은 이보다 0.79% 포인트 높은 7.70%였다(국민연금연구원, [2012년 국민연금 기금운용 성과평가] 245쪽. 2013년)
따라서 국민연금기금이 수서발 KTX 주식회사 지분 59%를 가질 경우, 국민연금기금은 당연히 7% 이상의 수익을 요구할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법,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에 따른 의무적 조치로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같이 자산운용 측면에서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민간펀드와 동일한 시장펀드의 하나일 뿐이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겐 일반 투자신탁회사 펀드가 지닌 지분이나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 지분이나 시장수익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투자자이다. 결국 국민연금기금이 투자한다는 것은 시장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자본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면 발생하지 않을 수익 추구가 '민영화 비용'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관의 매각 금지 조항: 이사회가 언제든지 변경 가능
국민들의 민영화에 대한 비판이 거세어지자 수서발 KTX 주식회사 정관에 공적자금의 지분을 민간자본에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넣어 민영화를 차단하겠다고 호언한다. 국토교통부는 국민연금기금의 시장자본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지난 12월 10일 한국철도공사 이사회가 의결한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안이 이미 민영화 방안임을 인식하지 못한 뒷북 설명이다.
게다가 정관이 도대체 얼마나 의미를 지니는 것인가? 지난 8월 한국철도공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에서 주주의 지분 매각을 금지하는 것이 위법적 조항이어서 무효화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놓고도 정관 제정을 강행했다. 또한 이 정관은 이사회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기에 국민연금기금의 지분이 다른 투자자의 몫으로 전환되는 일도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기업이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거나 설립되는 것은 민영화의 사전 조치로 해석되는 게 보통이다. 대표적 사례로, 1997년 공기업경영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 인천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가 민영화 대상 기업으로 정해졌었는데, 이 공기업 역시 주식회사로 전환되는 경과를 밟아 갔다(현재 담배인삼공사, 한국통신, 한국중공업은 민영화 완료).
박근혜 정부 위법 행정: 기본법 위반하고 의사결정에 국회 배제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에서 국민들이 주목할 점은 박근혜정부가 한국철도운영체제의 중대한 결정을 수서발 KTX 자회사라는 일개 공공기관의 정관 사안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 시절 철도민영화로 사회적 논란을 벌일 때 쟁점은 철도민영화법 제정 여부였고, 노무현정부에서도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논리에 따르면, 철도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결정이 철도자회사 이사회의 손에 맡겨진다. 형식은 이사회를 통하지만 사실상 이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행정부가 한국철도운영체제의 변화 결정권을 행사하겠다는 이야기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치이다.
이는 현재 철도산업의 기본골격을 정한 모법인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는 일이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한국철도공사에 국가 소유 철도노선에 대하여 독점적 운영권을 부여하고, 예외적으로 한국철도공사가 아닌 새로운 운영자가 맡는 경우는 한국철도공사가 적자를 이유로 철도서비스를 중지하거나 제한한 경우로 정하고 있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 34조(특정노선의 폐지 등의 승인), 시행령 48조(철도서비스의 제한 또는 중지에 따른 신규운영자의 선정)}.
즉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가 적자를 이유로 운영을 포기한 노선이거나 민간투자사업에 의해 별도로 건설된 노선이 아니라면 한국철도공사가 아닌 제3자가 운영할 수 없다. 수서발 KTX는 한국철도공사가 포기한 노선도 아니고, 민간투자사업도 아니다. 적자 폐지노선, 민간투자사업 노선도 아닌데 박근혜정부가 시장자본이 참여하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에 면허권을 부여하는 것은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을 위반하는 일이다.
최근 국토교통부장관은 나중에라도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면허권을 취소하겠다고 발언했는데, 이 역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해 상법을 위반할 소지가 매우 큰 조치이다. 사실상 효력이 없는 대책임에도 논란을 피해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서발 KTX 주식회사 지분에 미국자본이라도 들어오는 날이면 현재 KTX 노선도 한미FTA 조항에 적용받을 위험이 크다. 2005년 6월 이전에 건설된 현행 KTX 노선은 현재유보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 건설된 노선은 한미FTA 유보조항 보호를 받지 못하기에 미국자본이 참여할 수 있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현행 평택~부산(목표) 노선까지 운행하기에 자신의 영업권을 내세우며 이 노선에 대한 권리까지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연혜 사장에게 묻고 싶다. 최 사장은 작년 새누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이전까지 노무현정부에서 철도공사 부사장을 지내고 얼마전까지 철도대학 총장까지 지낸 철도전문가이다. 현행 철도관련법이 정말 아무에게나 철도면허권을 주도록 입법화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8월, 한국철도공사가 수서발 KTX 자회사 정관이 이후 상법에 의해 무효화될 수 있다는 법률 자문까지 받아 놓지 않았는가? 한미FTA로 인해 평택-부산(목표)까지 미국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체 할 것인가? 왜 이토록 이러한 위험한 일을 벌이는 것인가?
두개 KTX 회사의 경쟁효과: 없다
▲ 수서발 KTX 운행 노선 수서 펴택 구간을 빼고 겹친다. ⓒ철도노조 |
두 회사가 별도로 KTX를 운영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인원을 줄일 수 있을까? 현재 서울-부산 KTX노선의 편성은 20개의 차량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 기관사 1명, 열차팀장 1인, 승무원 2인(1인당 10량 담당)이 일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 역시 여기서 인원을 더 줄일 수 없다.
다른 업무는 어떨까? 두 회사 모두 철도시설공단이 소유한 시설을 사용하고 선로사용료를 동일하게 납부한다. 수서발 KTX 주식회사는 한국철도공사에게 열차 차량을 임대하고 정비까지 위탁한다. 노선의 대부분이 한국철도공사와 겹치기에 선로 유지보수 업무도 두 개로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일이다. 역사도 한국철도공사의 것을 함께 쓰고 정보시스템도 한국철도공사의 것이다. 서울역에서 평택 구간을 제외하곤 같은 선로를 달리기에 앞지를 수도 없어 소요시간도 동일하다. 어느 한 회사가 인하하면 따라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같은 구간에서 사실상 요금도 달리하기 어렵다.
굳이 두 회사에서 다른 점을 찾는다면 객실 서비스 정도인데 비좁은 공간에서 소수 승무원들이 제공할 수 있는 역할의 차이가 클 수 없다. 동일한 차량을 사용하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로 색상이 있겠지만, 어린 아이가 아니라면 이것에 영향을 받을 어른은 없을 것이다. 결국 두 회사 사이에서 경쟁효과는 사실상 발생하지 않는다. 현행 고속버스처럼 여러 회사 버스들이 순서에 따라 배차될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 운운하며 또 하나의 공기업을 설립하고자 한다. 왜 굳이 임원직, 관리직 비용을 별도로 지불하고, 두 회사간 차량 임대, 수리 등 계약 업무까지 추가로 벌여야 하며, 수서발 KTX에 투자한 시장자본에 시장수익까지 지불해야 하는 일을 벌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낙하산 자리가 더 필요한 것인가? 혹시 한미FTA 협정에 따른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가?
공기업이라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면 이미 KTX는 저가항공, 고속버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도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잘 운영되고 있는데 동일 기술, 동일 차량의 회사를 복수로 설립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정부가 초래하는 공기업 비효율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여전히 공공기관이라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과도 모순된다. 정부는 지난 12월 1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공공기관의 유사·중복기능 등을 축소·조정하겠다고 발표해놓고 지금 동일한 역할을 하는 조직을 하나 더 만들겠다고 강행하고 있다.
올해 봄까지 한국철도공사는 수서발 KTX를 분리 운영할 경우 경쟁효과는 없으면서 비효율만 발생한다며 정부정책을 비판해 왔다. 취임 2개월을 맞는 최연혜 사장도 이전에는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은 철도 특성을 잘못 이해한 정책이라며 KTX 경쟁 도입과 민영화를 강력히 비판해 왔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운영의 책임기관으로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사실을 고해야 한다. 최연혜 사장은 새누리당 정치인 이전에 철도 학자였다는 점을 상기하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대안: 한국철도공사가 수서발 KTX를 통합운영하고 참여형 이사회 도입하라
정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진정 그러한가? 그렇다면 철도민영화를 금지하는 조항을 입법화하자는 야당, 시민사회, 철도노조의 제안을 수용하기 바란다. 상호 신뢰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왜 신뢰를 줄 수 있는 조치를 거부하는가? 입법 항목은 간단하다. 한국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한국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자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철도사업법에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신규운영자를 적자폐지노선과 민간투자사업 노선으로 제한하면 된다.
이제 진정 한국철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개혁을 진행하자. 공기업 중복 설립, 시장자본의 수익 등의 비용을 치루지 않고도 개혁은 가능하다. 우선 수서발 KTX는 현재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철도산업의 통합적 특성을 살려 한국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해야 한다. KTX의 경쟁은 이미 저가항공, 고속버스를 상대로 발생하고 있고 한국철도공사의 KTX 사업은 매년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만약 수서발 KTX 노선이 개통됨에 따라 KTX 노선끼리 비교 효과를 얻고 상호 자극을 주고자 한다면 한국철도공사에 노선별 사업부서를 꾸리면 된다.
한국철도공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문제는 지배구조에 있다. 따라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가 추진해야할 진정한 철도개혁은 민영화가 아니라 의사결정권을 지닌 지배구조 혁신에 있다. 한국철도공사 지배구조를 철도이용자, 전문가, 철도생산자들이 함께 논의하는 '참여형 이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낙하산체제에서 벗어나 이용자, 전문가, 생산자가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상호 견제하고 소통하는 혁신 공기업체제를 마련해 가자.
* 필자는 <영국 철도산업 민영화와 철도 노사관계 변화> 저자로 철도 전문가이기도 합니다.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http://mywelfare.or.kr/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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