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정국'이 막을 내리면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29일 새벽 1시께 민주노동당 단병호, 강기갑, 노회찬, 천영세 의원과 당직자 40여 명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전격적으로 점거했다.
이는 전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기간제 및 단시간제 근로자 보호법 제정안, 파견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노동위원회법 개정안 등 비정규직 관련 3법 처리에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서로 물어뜯을 때는 언제고…"
29일 오전 현재 민노당 의원들 및 당직자 20여 명은 법사위 회의장 내부에서 문을 걸어 잠근 채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최순영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거대양당은 재논의를 위한 어떠한 의미 있는 실천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그나마 길지도 않은 시간을 한나라당은 전효숙 임명동의안 저지를 위해, 열린우리당은 당청간의 알력과 갈등으로 다 허비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7일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보름간의 재논의 하기로 합의했으나, 전효숙 사태와 정계개편 논란 등으로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
이영순 공보부대표도 "민주노동당은 수차례에 걸쳐 대화와 논의를 촉구했지만 일방적으로 거부당했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상적이지 못한 국회운영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비정규직 법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거대양당이 당리당략에는 서로 물어뜯어도 국민생존권 유린에는 어깨동무 단짝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며 "청와대는 전효숙을 내어 주고 비정규직법을 취하는 것을 '대화정치의 복원'이자 '상생'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냐"고 비꼬았다.
"양극화 극단적으로 악화시킬 악법"
최순영 의원은 "비정규직법안은 양극화의 핵심문제인 비정규 노동자의 문제를 극단적으로 악화시키는 민생악법"이라며 "사실상 2년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규모 해고와 실업을 제도화하고 불법으로 파견된 노동자에 대해 고용의무만을 부과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최 의원은 "자본에 짓밟히고, 거대양당에 의해 버려진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물리적 저지 방침을 확인했다.
반면 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이 본회의장을 점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법사위 회의장이 점거됐다"면서 "표결 등 정상적인 의사 진행과정을 통하지 않고 회의장을 점거하는 국회 상황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리당 측 간사인 우원식 의원도 "비정규직법은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비정규직의 차별 시정 절차를 담은 대단히 중요한 법안"이라며 "비정규직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조건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하는 것은 슬로건 정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 회담을 갖고 비정규직 법안 처리 등 국회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리당 김한길 대표는 이어 오전 중 민노당 의원들과 면담을 갖고 합의 처리를 요청할 계획이나 현재로선 민노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