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지만, 세월은 순리대로 앞으로만 나아가나봅니다. 2013년이 벌써 '작년'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이 정권의 남은 시간 또한 빠르게 지나가버리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봅니다만, 우리는 물리적인 세월의 흐름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민주주의와 민생의 위기가 실로 심대하기에 하루빨리 희망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
2013년의 10대 뉴스에도(언론사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 원전비리 사태 등의 민주주의 이슈, 경제민주화와 '갑을'문제, 전세대란과 렌트 푸어 등 서민 주거문제, 철도민영화와 철도노동자 파업, 기초노령연금 등 주요 민생·복지공약 파기 논란 등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민생고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불통과 독선을 버리지 않는 정권
국민들이 얼마나 안녕하지 못했으면 대학가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전국적 관심을 모으는 일까지 벌어졌겠습니까. 그렇게 우리는 2013년 한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생도 외면, 방치하는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으로 인해 전혀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민생을 살리겠다는 지난 총선·대선의 공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하지 않겠다던 공공부문의 민영화는 폭력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심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민초들의 눈물을 닦아줄 정책과 비전은 제시되지 않고, 이제는 다시 재벌·대기업 프렌들리에다가, '창조경제'라는 뜻도 모를 구호만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1월 6일에 열린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노동존중과 적극적 민생대책과 같은 개념들이 통째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자회견 어디에서도 그 같은 단어는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은 것입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의 '후퇴'를 넘어 그것을 아주 '폐기'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철도노조에 대한 일방적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대다수 국민이 철도·의료 등의 공공부문 민영화에 갖는 우려에 대해 성실한 해명 없이 '민영화가 아니니 믿어달라'는 식의 태도만 고집하였습니다. 공공부문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하면서, 각종 규제를 다 풀겠다고 하니 이것이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그 같은 범국민적 우려에 대해 일말의 가치도 없다는 듯한 태도만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불통도 이런 불통이, 독선도 이런 독선이 없습니다. 아예 유신정권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일까요.
철도민영화 강행, 의료민영화 시도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엄청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처럼 혹독한 양극화와 민생고의 시대에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위한 정책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양극화와 민생고를 심화시킬 공공부문의 민영화정책을 강행하고 있기에 국민들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12월 28일, 십만여명의 인파가 서울광장에 모여들어 박근혜 정권에 대한 강력한 투쟁을 선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정권의 잘못된 정책기조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기에, 그 추운 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여든 것입니다.
국민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역시, 결국 믿을 것은 우리 국민들밖에 없습니다. 인내천(人乃天)이라고 했고,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한 추모의 촛불,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행동, 2008년 범국민적 촛불항쟁에 이어 또다시 범국민적 저항이 나날이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끝이 어디일지는 박근혜정권이 하기 나름이지만, 국민들은 쉽사리 저항과 투쟁을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 출산율은 세계 꼴찌 수준이라는 최악의 지표는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비정규직, 특수고용, 간접고용, 해고 남발 등 최악의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많이 일해도 소득은 적으니 참으로 피곤하고 고단하기만 합니다. 그러다보니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집집마다 이자 폭리에 한숨 소리만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비, 주거비, 통신비로 인한 고통도 너무나 큽니다. 철도민영화 강행에 이어 그나마 건강보험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의료의 공공성마저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끊임없는 의료민영화 시도로 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도대체 이 정권은 오히려 민생의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 분명한 정책들만 밀어붙이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이를 좌시만 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YOU(당신들)'를 뽑았습니다. 2011년도에는 'You'가 또 한번 나옵니다. 'PROTESTER(항의자)'가 그해 올해의 인물로 뽑힌 것입니다. 비록,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이 지배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2014년의 전망은 대단히 불투명하고 암울하지만, 'YOU'가 있고, 'PROTESTER'가 있어서, 즉 참여하고 저항하는 '우리 국민들'이 있어서 희망을 느낄 수 있습니다. 6개월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국가기관의 총체적 불법 선거개입에 대한 국민촛불집회, 이 땅에서 가장 서럽게 살아왔던 '을'들의 경제민주화 투쟁(갑을혁명), 청년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에게 연대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 대자보 열풍, 역사왜곡 교과서에 맞선 뜻있는 이들의 외침 등은 모두 그러한 희망의 증거입니다.
국민을 이길 수 있는 권력은 없습니다. 화무실입홍(花無十日紅)이고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온갖 우여곡절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실천하고 행동해 나간다면, 민주주의와 민생의 승리는 더욱 빨리 오고야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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