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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신호'와 박근혜의 '제안', 순풍 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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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신호'와 박근혜의 '제안', 순풍 탈까?

[정욱식 칼럼] 남북관계,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올해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남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북한의 행보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도 나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월 7일 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북한 공식 매체의 대남 비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올 들어 일주일간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실명 비난은 하나도 없고" 이에 따라 "조선중앙통신이 작년 12월 한 달간 70건이 넘는 기사에서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했던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대남 비방의 대폭 감소는 김 위원장이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다"고 말한 이후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 ⓒ청와대(왼쪽),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오른쪽)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로버트 칼린은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지도자의 신년사는 외부인들에게는 솜사탕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때때로 주목해야 할 진짜 중요한 무언가 있기도 한다"며, 이번 신년사에서 단연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남북관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제안이 아니라 신호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쪽에서 보낸 신호가 다른 쪽에서 무시되거나 거절당하면 대개 성과 없이 끝나게 된다"는 충고와 함께.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해 1월 3일 나온 박근혜 정부의 첫 반응은 실망스러웠다. "진정성이 없다"거나 "구체적인 제안이 빠져 있다"며 북한이 보낸 신호를 폄하하려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랬던 박근혜 정부는 6일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계기로 미묘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또 진정성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한의 태도에 대해 여전히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환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눈에 띈다. 그러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다.

북한의 신호와 남한의 제안

이에 따라 북한의 신호와 남한의 제안이 미묘한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 화학작용이 '잃어버린 6년'을 딛고 새로운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상실의 시대가 계속 이어지는 결과를 낳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이 보낸 신호의 맥락에는 남북관계를 총체적으로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올해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 되는 해"라고 강조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김일성의 유훈으로 간주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신년사 이후 대남 비방을 크게 줄이고 있는 것도 관계 개선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반면 남한의 제안 속에는 여전히 남북관계를 갑을관계로 보는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금강산 관광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 없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제안한 것이나, 6자회담 재개 및 한반도 평화협정 협상 개시에 대한 신호 없이 비핵화만 강조한 것을 보면 이러한 분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작년 상황의 재연이다. 남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재개를 둘러싸고 제안과 역제안, 그리고 수정제안을 거듭하다가 결국 두 가지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무산의 결과는 상호비방전의 격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만약 이번에도 북한이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제안에 금강산 관광재개를 포함한 포괄적인 의제를 논의하자고 역제안해올 경우 남북관계는 또다시 난기류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새로운 남북관계를 위하여

북한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응해온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최선의 반응이 오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건 바로 북한이 포괄적 제안을 해올 경우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실타래처럼 꼬인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 특사 교환이나 고위급 회담을 타진할 때도 됐다. 이는 지난 6년간 차악과 최악을 오고간 남북관계를 차선과 최선의 반열로 올려놓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모처럼 전해져온 북한의 긍정적 신호를 잘 살리지 못하면, 이른바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1심 재판 결과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는 2~3월부터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북한의 신호와 남한의 제안이 긍정적인 화학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남북관계의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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