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박인규 프레시안 편집인,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중 매주 한두 편의 칼럼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 현재 <프레시안 뷰>는 프레시안 조합원과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그 외 구독을 원하는 분은 프레시안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유료 구독 신청(1개월 5000원)을 하면 됩니다.(☞ <프레시안 뷰> 보기)
안녕하세요? 경제기사를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갑오년 새해 첫 주니만큼 2014년 경제 전망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큰 흐름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노력했으니, 제대로 했다면 1년 치 전망이라고 해서 별다른 얘기가 안 나올 테죠? 하지만 각 기관의 공식적 발표를 모아서 한번 훑어보는 것도 의미는 있을 겁니다.
세계경제 -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회복
우선 UN 경제사회이사국(DESA), OECD, IMF의 세계경제 전망을 살펴보면, 세 곳 모두 내년에는 성장률이 약 1%포인트 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UN 쪽의 수치가 다른 것은 이 기관이 구매력 지수(PPP)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후진국들의 비중이 높아질 테니 세계경제의 경우엔 수치가 사뭇 달라지죠).
▲ 표1. 각 기관의 세계경제 전망 ⓒUN DESA, World Economic Situation and Prospect 2014, 12. 18 / OECD, Economic Outlook No14, 11.19 / IMF, World Economic Outlook, 10 |
지역별로 보면, 미국은 2% 중반대까지 성장하고 유로지역은 플러스로 반전하며 중국은 횡보할 것으로 전망됐군요.
세 기관의 보고서 제목을 보면 "세계경제는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신구 역풍에 대해 여전히 취약하다"(UN), "더 강한 성장이 앞에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위험도 공존한다"(OECD), "세계 성장은 저단 기어에 있다, 행위의 추동력이 변하고 있다, 그리고 하방 위험은 여전하다"(IMF)입니다. 공통점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IMF가 말한 변화란, 선진국이 회복세를 주도하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미국의 성장은 우선 양적완화로 넘쳐나는 돈이 주식시장을 부추겼고, 이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데 기인한 걸로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수출도 증가했고, 미국으로 제조업이 되돌아오는 조짐도 일조했죠. 특히 셰일가스의 생산에 의해서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것은 미국 특수라고 할 만합니다.
지난해 12월 23일 IMF의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양적완화 축소와 채무 상한선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됐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양적완화를 월 100억 달러 만큼 실제로 축소했는데도 지난 5~6월과 같은 대혼란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늦어지기만 했던 화폐의 유통 속도가 조금 빨라지기만 해도 단기 금리가 상승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회복이 2015년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세 기관 모두 회의적입니다. 우선 미국의 회복은 단기적인 자산효과에 기대고 있어서 거품이 더 커지는 걸 방치할 수 없을 테고 재정적자의 문제나 글로벌 불균형의 문제도 거의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미 스티글리츠나 블라인더의 글을 통해 소개해 드린 대로, 위기를 낳았던 금융 시스템의 규제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죠. 현재의 성장세가 꺾이거나 다시 버블이 터질 경우엔 또다시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여전한 상태입니다.
유럽(유로 지역)의 문제는 더 근본적입니다. 언젠가 말씀 드렸듯이 공동의 통화를 쓰면서도 재정이 통일되지 않으면, 역내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력이 약한 그리스 등 남부유럽은 무역적자가 쌓일 텐데 똑같은 유로를 쓰니까 환율이 불균형을 조정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의 유럽이야말로 비전통적 금융정책(신용 확대+)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 재정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현재의 통합을 다시 느슨한 상태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죠.
중국은 3중전회에서 금융시장의 개방과 국유기업 개혁 의지를 밝히며 복지의 확대(국유기업 이윤의 30%를 연금 및 의료에 사용)를 통해 소비 주도 성장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만, 중국 내의 각종 불균형과 지방정부와 은행의 부실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역시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UN과 IMF가 새로운 위험이라고 한 건 이른바 취약 5인방(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등 국내외 적자가 많은 나라)이 양적완화나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외부충격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때문입니다. 만일 이들 나라가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맞는다면, '음의 되먹임 효과(negative feedback, 복잡계 이론의 개념으로 두 요소 간 상호작용이 특정 상황을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순환될 때를 말한다)'에 의해 모처럼 일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경제도 휘청거리게 되겠죠.
이들 세 기관은 모두 구조 개혁을 강조합니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만일 그 내용이 과거 IMF가 강조하던 금융시장의 자유화나 노동시장 유연화라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오히려 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이들이 말하지 않은 진정한 구조적 문제가 더욱 악화될 테니까요. 그 문제란 전 세계에 걸쳐 나라 간 불평등, 그리고 나라 안의 불평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버클리 대학의 들롱 교수는 흥미로운 칼럼을 썼는데요. 위기 전후의 불평등 상황을 보면, 미래 경제사(經濟史)는 자본주의 사상 최대 위기를 1929년 대공황이 아니라 현재의 장기침체라고 평가할 거라는 얘깁니다. 위기 이후에도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는 한 장기적인 회복 역시 요원한 일이 되겠죠.
(☞ The Strange Case of American Inequality)
한국경제 - 성장률과 위험의 동반 상승?
▲ 표2. 한국 경제 전망 ⓒ 기획재정부, 2014년 경제전망, 12. 27 |
정부는 12월 27일 2014년 경제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10월의 발표와 거의 같습니다. 정부는 2012년 12월에 2013년 전망치를 1%포인트 낮춘 바 있습니다. 그 때 저는, 차기 정부의 부담을 없애려는 의도일지라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죠. 하지만 박근혜 정부 역시 정권을 잡으니까 미래가 장밋빛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우선 과거의 행적을 보면 이번의 발표도 그리 신빙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 표3. 예산안 편성 시(매년 9월) 정부의 전망치와 실제치의 차이 ⓒ국회 예산정책처 '2014년 재정운용방향 및 주요 현안'(2013.8, p13) |
국회 예산정책처가 정리한 표3를 보면 정부의 전망은 2011년 1.3%포인트, 2012년 2.5%포인트나 빗나갔습니다. 어디서 전망이 어긋났는지를 살펴보면, 매년 정부는 설비투자와 민간소비의 증가에 기대를 걸고 높은 성장률을 전망했다가 3년 연속 실적이 이에 못 미쳤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경제가 조금 나아질 테니까 이번엔 과거처럼 많이 틀리지는 않겠지만, 소비와 설비투자에 대한 과도한 낙관은 이번에도 반복된 걸로 보입니다.
우선 투자를 보면(표2 참조) 2012년 -1.9%, 2013년 3/4분기까지 -1.6%를 기록했던 수치가 2014년에는 갑자기 6.2%로 치솟는다고 전망했습니다. 2012년 12월의 2013년 전망치도 3.5%였는데 실적은 훨씬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망치도 그리 미덥지 않습니다. 정부 발표문을 보면, 1인당 GDP가 3만 달러로 오르려면 설비투자가 훨씬 더 많이 늘어야 합니다. 우리 경제의 생산성 역시 그렇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투자가 늘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거죠.
물론 투자는 기업의 '야성적 충동'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낙관적 기대가 차오르기 시작하면 갑자기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발표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힘듭니다.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이 표현은 3년째 똑같습니다)로 인해 수출이 6.4%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일한 근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수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 등 동아시아가 특별히 수입을 늘릴 이유가 없는데(오히려 하방 위험이 더 큰데) 우리 수출이 3% 이상 증가할 거라는 기대는 과도한 게 아닐까요?
어쩌면 정부는 '투자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전방위 규제완화와 민영화 정책을 펴고 있으니까 재벌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런 예측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소비는 더욱 문제입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정부는 민간소비가 3% 이상 증가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만, 실적치는 1%대였습니다. 투자와 달리 소비는 그다지 변화가 심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자산 가격이 상승해서 흥청망청하는 시기를 빼곤 그렇죠.
정부가 소비 증가의 근거로 삼는 건 물가안정과 고용조건의 개선, 그리고 가계흑자율의 증가입니다(p40). 하지만 1~2%의 가계흑자율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기는 대단히 어려워 보입니다. 가계 부채 1000조를 넘어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사교육비·의료비·주택 관련 비용이 여전히 가계를 억누르고 있는 한, 소득이 조금 증가한다고 바로 내구재나 준내구재의 소비가 늘기는 어렵겠죠. 미래의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부채를 줄이려고 할 테니까요.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만, 정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50대 여성의 취업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50대의 재취업이기 때문에 임금이나 고용의 질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겁니다.
기획재정부의 발표를 직접 보실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십시오.
(☞ 정부, 내년 성장률 3.9% 전망…"경제 활성화·민생 안정'에 역점)
한국의 지뢰밭은 정부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어떻게든 주가와 집값을 올리려는 정책은 더 많은 가계 부채를 만들어낼 겁니다. 재벌급 회사들의 경영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한 상태입니다. 좀처럼 위기 얘기를 하지 않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제2의 위기'를 예견할 정도니까요.
더구나 현 정부가 전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규제완화와 민영화는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더 심화시킬 겁니다. 한국 경제에서도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빈부격차입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46.7%)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대답했습니다. 1988년 처음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죠. 나아가서 "일생 동안 노력하면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없다"라고 응답한 국민이 57.9%였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행복은커녕 희망마저 잃은 거죠. 현재의 정책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금처럼 무대포로(막무가내로) 추진한다면, 이 수치는 더욱더 높아질 겁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