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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동맹과 오키나와 주민의 대충돌?

[정욱식 칼럼] 미·일, 헤노코 기지 건설 추진키로

오키나와 북부 해안에는 헤노코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나는 2000년과 2011년 두 차례 이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00년 7월에 처음 찾았을 때에는 '니라이카나이'라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니라이카나이는 오키나와의 토속어로 '바다 멀리에 있는 영원한 평화의 땅'을 뜻한다. 오키나와 전쟁에서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여자들은 "바다는 생명"이라며 평화의 바다가 전쟁의 바다로 돌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군기지가 들어서려는 것을 온몸으로 막고 있었다.

2011년 10월 5일 그곳을 다시 찾았을 때에는 8년(2639일)간 기지 건설 반대 집회를 해오고 있다는 팻말이 서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희망을 내비쳤다. 헤노코 주민들뿐만 아니라 오키나와 주민들 상당수가 헤노코 기지 건설 반대에 동참하면서 오키나와현 지사의 입장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2010년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 현 지사는 선거 전에는 미군 해병대 기지인 후텐마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선 직후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주민의 편에 섰다.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등 오키나와 내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현 지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나카이마현 지사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희망의 근거로 다가왔던 것이다.

▲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의 비극에 무심하다." 지난 2010년 4월 오키나와현민 약 9만 명이 모여 미군기지 반대 시위를 열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특히 히로카즈 현 지사가 2011년 9월 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미국의 밀어붙이기식 태도에 "오키나와 지방정부와 주민들은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도 오키나와를 더 이상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자 미국 의회의 분위기도 바뀌었다.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인 칼 레빈 민주당 의원,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의원, 동아시아-태평양 소위 위원장인 짐 웹 등은 오키나와의 고통을 더는 방식으로 기지 이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에 기지 이전 계획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렇게 평화를 되찾을 것 같았던 헤노코가 또 다시 동아시아 정세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나카이마 현 지사가 12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로 이전하는 것을 승인하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 변화의 배경에는 아베 신조 정권이 오키나와에 대규모의 경제 지원을 약속한 것이 주효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키나와 과학기술연구소에 약 3500억 원 지원, 3000억 원 규모의 나하 국제공항 제2활주로 건설, 오키나와 철도 보수 및 확장, 오키나와 투자 기업에 대한 면세 혜택 부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쌍수 들고 환영하는 펜타곤, 그러나

미국 펜타곤은 헤노코 기지 건설 계획을 "재균형의 중추"에 해당된다며 강한 집착을 보여왔다. 기지 건설의 골자가 유사시 해병대를 신속하게 수송할 수 있는 비행장 건설에 있는 만큼, 후텐마를 대체할 기지는 반드시 오키나와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헤노코 기지를 인근에 있는 캠프 슈와브와 연결해 지상-해상 복합형 기지로 확대해 MV-22 오스프레이 등 첨단 항공 전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나카이마가 승인을 발표하자마자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신속하게 환영 성명을 낸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성명을 통해 "캠프 슈와브-헤노코 해안에 후텐마 대체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오키나와 미군 재배치의 핵심"이고, "오키나와 재배치는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일 동맹의 이런 계획이 순조롭게 이행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미·일 양국은 예전에도 헤노코 기지 건설을 추진했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실패한 적이 있다. 특히 헤노코 주민들은 소형 선박을 이용해 해상 공사를 저지해왔는데, 물리력으로 이를 진압하려고 할 경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지 반대 운동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후텐마 기지 폐쇄와 헤노코 기지 완공 사이의 불일치 문제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나카이마는 기지 신설 계획을 승인하면서 "아베 정부가 5년 내에 후텐마 기지 이착륙 작전을 중단키로 약속했다"고 했는데, 이럴 경우 미군은 2019년부터는 후텐마 기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반면 헤노코 기지 완공은 빨라야 2022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한데, 이에 따라 펜타곤에선 볼 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후텐마를 더 오래 쓰게 해주든지, 헤노코 기지를 더 빨리 만들어주든지 하라는 것이다.

최근 흐름을 보면 미국과 일본 사이에 주고받기가 성행하고 있다. 작년 10월 미·일 간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자 일본은 후텐마 기지의 헤노코로의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미국 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자, 일본은 이틀 후 헤노코 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해 미국의 반발을 무마하려고 했다.

미국에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방문은 '지나가는 문제'라면 후텐마 기지 이전은 '앓던 이를 빼는 격'이다. 그러나 앓던 이를 빼겠다고 잘못 손댔다가는 오히려 치통이 커지는 법이다. 헤노코 기지 건설 강행이 오키나와 전체의 반미 여론 확산을 야기하게 되면 미·일 동맹의 부담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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