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北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만들자" 촉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北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만들자" 촉구

김정은, 장성택 숙청 두고 "종파 오물 제거했다" 자평

북한 조선노동당 김정은 제1비서는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새해엔 보다 적극적인 대남 대화 공세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 제1비서가 반북 행태에 대한 비난을 함께 언급한 점을 들어 진정한 관계개선 의지가 아닌, 남한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데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1일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를 통해 중계된 신년사에서 김 제1비서는 "북남사이에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한 정부에는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향후 남한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신년사에서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원칙적인 입장만 강조했던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지난해 언급하지 않았던 '관계개선'이라는 용어를 수차례 사용한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지적하며 "김 제1비서가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김 제1비서가 이러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2014년에는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 직접 나서 '국가수반'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오랜 기간 정상외교에 나서지 않던 김정일 총비서가 2000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후 중국을 방문해 북중정상회담을 했다"며 이후 러시아·미국 등과 정상회담을 추진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김 제1비서도 "남북관계를 먼저 개선하고 이어 중국, 러시아, 미국 관계도 개선하려는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북한의 구체적인 대남 대화제의로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꼽았다. 그는 "북한이 2013년에 추진했다가 일방적으로 연기한 이산가족상봉의 재개를 제안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허용을 요구하면서 당국 간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이어 "한국정부가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데, 북한의 비핵화에 유리한 환경 조성과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남북총리회담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북한이 관계개선을 언급한 것에 못지않게 대북비방과 종북 소동을 중단할 것을 강조한 것을 두고 진정성 있는 대화 모색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원칙적으로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점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으나 이는 정책 전환이 없으면 대결구도도 지속되는 것임을 시사한다"면서 "반북행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남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 선임연구원은 "김일성이 20년 전 서명한 1994년 남북정상회담 관련 문서를 거론한 점은 큰 틀에서의 대남대화 제의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 제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 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위대한 수령님(김일성)께서 조국통일과 관련한 역사적 문건에 생애의 마지막 친필을 남기신 20돌이 되는 해"라며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유훈을 받들어 올해의 조국통일운동에서 새로운 전진을 이룩하여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신년사 발표 이후 배포한 '2014년 북한 신년사 특징 및 평가'를 통해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한다고 언급했지만, 한편으로는 '종북 소동' 등을 언급하면서 대남 비방도 계속하고 있어 향후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재 상황에서 북한의 의도를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며 "다음주부터 시작될 신년사 후속조치에서 북한이 무엇을 제안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장성택 숙청 두고 "종파 오물 제거했다" 자평

한편 장성택 숙청에 대해 북한은 "종파 오물을 제거했다"며 김정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한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장성택 숙청 이후 대내적으로 규율과 질서를 강조하면서 사회 전반의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제1비서는 이날 신년사 발표 초반에 "지난해에 당안에 배겨있던 종파 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였다"며 "우리 당이 적중한 시기에 정확한 결심으로 반당, 반혁명 종파일당을 적발, 숙청함으로써 당과 혁명대오가 더욱 굳건히 다져지고 우리의 일심단결이 백배로 강화되었다"고 자평했다.

이는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불리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적 영도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통일부는 김 제1비서를 중심으로 한 당내 유일적 영도체계를 중시하고 당 대열의 순결성 보장을 강조하며, 당이 사회 전체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은 이날 재판 및 즉결처분을 전하면서 위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북한은 당분간 군과 공안기구를 중심으로 한 통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이번 신년사에는 당의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군과 공안기관 등을 중심으로 보수적이고 국수주의적인 세력의 입장이 강하게 투영됐다"면서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정책 운용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위대한 장군님께서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 강령을 선포하신 40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라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했다. 올해는 지난 1974년 김정일이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 10대 원칙을 선포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에 맞춰 유일적 영도체계와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를 환기시켰다는 분석이다.

절약은 곧 생산이며 애국심의 발현?

이번 신년사에서 김 제1비서가 3번이나 '절약'에 대해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그는 "절약은 곧 생산이며 애국심의 발현"이라며 "절약투쟁을 강화하여 한 와트의 전기, 한 그람의 석탄, 한 방울의 물도 극력 아껴쓰도록 하며 모두가 높은 애국심과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나라 살림살이를 깐지게 해나가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당의 영도체계를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경제관리의 지도와 결정적 개선을 언급하고 있지만 내각과 지배인에 의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 완성보다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국가의 통일적 지도와 절약, 정신력을 강조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제1비서가 2012년 6.28 조치를 발표하면서 농업과 경공업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범위에서 인센티브를 강화한 이른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이번 신년사에 부각시키지 않은 것이 개혁조치에 대한 후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김 제1비서가 "사회주의 농촌테제의 정당성과 역할을 뚜렷이 실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분조관리제를 비롯한 새로운 변화조치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신년사에는 '3차 핵실험', '핵 억제력 강화' 등과 같이 핵과 관련한 명시적인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핵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병진노선도 '새로운 병진노선' 정도를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수준"이라며 핵과 관련해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이를 두고 "대외관계에서 신중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