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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소극적 대북정책,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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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朴정부 소극적 대북정책, 전략 부재를 드러낸 것"

[2013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평가] 대화의 문 닫지는 않았지만…

강온을 오가며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남북관계는 지난 9월 21일 이산가족 상봉 연기 이후로 사실상 '올스톱' 됐다. 박근혜 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고 3년 만에 재개된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합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정상화 외에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핵 문제 해결 등 남북 간 현안을 제대로 해결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극적인 정책 운용 방식, 남북관계 개선에 명확한 로드맵이 없었던 점,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한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2013 남북관계 되짚어보기,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인상적 장면'(☞바로가기)에 이어 전문가들이 꼽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명암을 짚어보고자 한다. 의견을 내준 전문가 10인은 다음과 같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 김연철 인제대학교 교수,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 박후건 경남대학교 교수,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장용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학교 총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가나다 순). <편집자>

▲ 남북은 7차례에 걸친 회담 끝에 지난 8월 14일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했다.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오른쪽)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합의문 교환 이후 악수하고 있다. ⓒ개성공동취재단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의 2013년 대북정책은 어땠을까. 지난 1년 동안 추진한 대북정책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3~4월 전쟁 위기 속에서도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점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뤄낸 점을 꼽았다. 특히 남북이 대결로 치닫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가 '신뢰 프로세스'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한동대학교 김준형 교수는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신뢰프로세스의 문을 닫지 않은 점을 평가할 수 있다"며 "국내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할지라도 신뢰프로세스를 폐기하지 않으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 역시 박근혜 정부가 올해 상반기의 위기 국면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해 끊임없이 북한과 접촉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남북이 7차례까지 실무회담을 하면서 합의를 도출했던 것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라며 "이는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나온 결과"라고 진단했다.

북한과 대화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결국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마무리됐다. 이 합의에서 남북은 형식적으로는 개성공단 합의문에 양측의 책임을 공동으로 명시하면서 북측은 형식을, 남측은 내용을 챙긴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전 과정을 봤을 때 "회담 막판에 우리가 북측의 요구를 들어주는 식으로 마무리된 것"이라며 "우리가 어느 정도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근식 교수 역시 "합의문 중 가동 중단 재발방지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주어를 '남과 북'이라고 썼다"면서 "양측이 서로 양보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남북의 회담 태도가 뒤에 이산가족 상봉 합의까지 이어져 남북이 서로 양보를 하면서 실리를 챙겼다고 평가했다.

세종연구소 백학순 수석연구위원도 "개성공단의 정상화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좋은 기초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형 교수는 합의 과정에서 "남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협상 대상이라는 점을 북한에 보여준 측면도 있다"면서 "이는 나중에 이뤄질 협상에서 우리가 지렛대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외에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재설치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인제대학교 김연철 교수는 "(NSC 재설치가) 정책 혼선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책조정의 문제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그동안 안보 분야에서 정책조율과정과 더불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었다.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이 이원화돼있었다"면서 기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NSC 설치로 이러한 문제점이 다소나마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박근혜 대통령(왼쪽 가운데)이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김관진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연합뉴스

다만 장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때 잘 운영되던 NSC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었다"는 것을 지적하며 "정부에서 다시 복원하기로 한 것인데 자신들의 판단에 대한 평가 없이 재설치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임지지 않은 자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NSC)시스템의 유용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복원하려고 하는 점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MZ 세계 평화공원 조성과 유라시아 철도 연결 구상을 밝힌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안 보여서 좀 아쉽다"며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평화공원은 북측의 협력이 없는 상태에서 실현되기 어렵다. 하지만 구상 자체는 평가할 만하다"고 밝혔다.

한편 몇몇 전문가들은 올 한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준형 교수는 "특별히 꼽을 것이 없다. 굳이 찾아본다면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고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역시 "그나마 평가를 해본다면 어쨌든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대학교 박후건 교수 역시 "특별히 한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소극적인 대북정책, 전략 부재를 드러내는 것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중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던 정부의 태도를 꼽았다. 연세대학교 문정인 교수는 올해 정부의 대북정책을 돌아봤을 때 "우리가 원칙을 갖고 주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북한의 행태에 따라 우리가 대응했다. 북한에 반사적인 정책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정부가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대화와 협상의 장이 북미 양자회담이고 여기에서의 결정사항을 다자가 모여 논의하는 틀로 6자회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6자회담 재개를 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관심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그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내세우는 공식적인 정책과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백 수석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6자회담 재개 노력에 호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북한의 6자회담 재개 노력을 정부가 무시한 것은 '전략적 능력'의 부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장용석 선임연구원 역시 박근혜 정부가 "핵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핵문제를 방치했다"면서 "우리가 평화문제와 비핵화를 주도적으로 제기하지 못하면 핵문제도 풀지 못하고 우리의 한반도 전략도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5월 초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혔다. 김창수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한반도를 안정시킬 수 있고, 이것이 북한의 도발도 막는 것이라고 미국 정부와 여론을 설득했다면 미국 정부가 따라왔을 텐데 그걸 놓쳤다"며 "한미 정상회담 때 양국이 대북 정책에 확고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면 그 이후에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됐을 때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진전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 남북관계 개선 로드맵 있었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을 분리시킨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김근식 교수는 "이산가족 상봉은 북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것이긴 하지만, 금강산 관광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북측 입장에서는 굳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카드를 소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후 장성택 숙청까지 오면서 경색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개성공단을 정상화시키며 어렵게 만들어 놓은 남북대화의 동력이 중단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 북한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21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김연철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 이후 남북관계 재개를 위해서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그림도, 의지도, 계획도 없었다"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없다 보니 이산가족 상봉도 무산됐고 남북관계도 재개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김창수 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국내 정치에 북한을 너무 이용했다"면서 NLL 문제를 비롯해 지난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이 북풍 몰이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정욱식 대표 역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부터 이석기 의원 및 통합진보당 사태를 거쳐 최근 장성택 처형까지의 과정을 보면 현 정부가 북한 문제나 남북관계를 그 자체로 풀기보다는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국내 정치를 과도하게 의식하다 보니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형 교수는 "적어도 대선공약만 봤을 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와 진보 정부의 중간 정도가 될 줄 알았는데, 신뢰 프로세스가 갈수록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차이점은 정치상황과 인도적 사안을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특히 대북 인도적 지원은 분명히 분리해서 한다고 했는데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눈에 띄는 대북 지원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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