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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의 '종북몰이', 구한말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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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의 '종북몰이', 구한말 전철 밟나

[한반도 브리핑] 다양성, 국가 생존에 필수 요건

연말연시이다. 어렸을 때는 연말연시 특히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무언지 모르게 설레고 춥지만 따뜻하고 한 해를 마무리 한다는 '크리스마스'의 느낌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별로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물론 나이가 들어서 세파에 치이다 보면 세월의 변화에 무감각해지는 것도 있겠지만,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예전과 다른 것은 아마도 사회 공동체가 유명상실해지고 개인주의 위주의 파편화된 생활 때문일 것이다.

원래 성탄절도 공동체 안에서의 축제이었음을 상기할 때 지금과 같이 현실에서 성탄절의 분위기를 느끼기란 무리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성탄절은 서양과 동양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언가 훈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여 주었던 날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수의 탄생으로부터 비롯된 기독교의 역사와 의미를 되새겨볼 때, 실로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세계인구의 삼분의 일이 기독교를 믿고 있는데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가난하게 그리고 핍박받고 억압받는 이들의 편에 서고 늘 이들과 함께 지냈던 예수를 생각할 때 도저히 상상도 되지 않는 결과이다. 이렇게 소박하게 시작되었던 기독교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가 되었으며 '성탄절'은 종교에 관계없이 세계인이 축하하는 '명절'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을까?

예수께서 탄생하셔서 보여주신 생각과 행동은 과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예수께서는 엄격한 규율과 신분 그리고 종파(宗派)적 차별성을 위주로 구원의 유무(有無)가 결정되었던 당시의 유대교의 모순을 비판하시고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 평등하고 그 누구라도 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한다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설파하시고 스스로 실천하셨다. 주류사회는 이와 같은 예수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들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예수를 로마제국에 대항하는 반역자로 몰아 처형하였다.

▲ 지난 22일 사상 초유의 민주노총 사무실 공권력 침탈로 경향신문사 사옥이 쑥대밭이 됐다. 현 정부는 철도 민영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정부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해 법과 원칙을 운운하며 그들과 대화하기 보다는 그들을 억누르려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평등을 체(體)로 하고 사랑을 용(用)으로 하는 기독교는 예수께서 십자가에 목 박혀서 돌아가신 이후 그의 제자들 그리고 특히 바울에 의하여 로마로 전파되었다. 단순히 전파된 것이 아니라 로마제국 사회의 신분 피라미드의 밑을 형성하고 있었던 노예들에게 급속도로 펴져서 경제적으로 로마제국을 떠받들고 있던 노예들을 한편으로는 위로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였던 것이었다. 즉 로마 시대에서 가장 핍박받고 억압받는 노예들의 종교로서 거듭나고 있었던 것이었으며, 이것이 로마 주류사회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왔던 것이었다.

이에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313년, '밀라노 칙령'으로 수백 년 동안 탄압받아온 기독교를 공인하고 전통의 다신교 대신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사실상의 국교(國敎)로 정립하였다. 기독교의 시초인 예수께서 말의 구유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소박한 곳에서 탄생하시고 일생 동안 그 사회에서 가장 핍박받는 사람들과 함께하시다 처형당하신 것을 상기할 때 실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이후 기독교의 중심이 된 로마 바티칸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양의 권력과 문화의 중심이었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된 것에는 매우 흥미로운 역설 (contradiction)이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로마제국은 다신교였다.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된 로마제국은 유럽전역으로 그리고 북아프리카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많은 다민족 국가들을 통합하게 되었으며 이들을 저비용으로,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통치하기 위해서는 제각기 다른 종교를 갖고 있던 민족들의 종교를 인정하여 공존시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유일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기독교를 국교로 인정함으로써 로마제국은 불가피하게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를 억압하고 주류사회에서 퇴출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의 역설은 바로 핍박받고 억압받는 피지배자들의 종교였던 기독교가 주류가 되면서 도리어 타 종교를 탄압하고 억압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다신교로 대변되었던 로마제국의 포용성과 확장성은 유일교인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면서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었으며 로마는 하나의 통합된 제국으로서 유지될 수 없었다.

이러한 역설은 미국에서도 발견된다. 미국은 이민으로 이루어진 사회이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이민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청교도인들 (Puritans)도 종교의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었다.

우리가 '표현의 자유' (Freedom of Speech)라고 흔히 알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이른바 권리장전) 1조는 원래 종교, 언론 및 출판의 자유와 집회 및 청원의 권리로 구체적으로 "연방 의회는 국교를 정하거나 또는 자유로운 신앙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 또한 언론, 출판의 자유나 국민이 평화로이 집회할 수 있는 권리 및 불만 사항의 구제를 위하여 정부에게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수정헌법이 만들어질 당시 미국인들에게는 표현의 자유보다 종교의 자유가 선차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었으며 국가가 국교를 정하는 것을 헌법에서 막고 있을 정도로 종교의 자유 즉 다양성에 가장 높은 중요성을 부가하였다. 이것은 서로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온 이민자들이 공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조건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것은 다르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하며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기초가 되었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영국의 많은 식민지 중에 하나였던 미국은 제1차 대전 이후 세계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초강대국의 지위를 보존하기 어려운 위치에 처해 있다. 로마제국 이후 가장 강력한 제국이라고 일컫던 미국은 무슨 이유에서 몰락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설에서 우리는 그 이유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었던 것은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는 '종교의 자유'로 대변하는 '다양성의 공존'이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가 미국을 근본주의적 기독교 라인과 그렇지 않은 라인으로 나누어 즉, 'Christian belt'를 기준으로 미국인들을 나누고 통치하는 (divide and rule) 방식으로 대통령이 되고 동일한 방식으로 미국을 통치하였으며 미국이 절대선(絶代善)이 되고 미국을 반대하거나 대항하는 국가들을 악의 축 (axis of evil)로 단정하여 국제질서 역시 대립과 분열로 이끌면서 미국의 몰락은 가시화 되었다.

미국은 '다양성의 공존'에 가장 큰 가치를 두며 국가건설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초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나, 초강대국이 된 이후에는 그 '다양성의 공존'을 스스로 부정하면서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진화 (evolution)란 다른 종(種)보다 우수하고 강한 종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에는 없는 또는 가지지 못한 변이(mutation)라는 다양성을 갖는 종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다양성은 단지 도덕적인 차원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 또는 소양(素養)과 같은 것이다. '다양성의 공존'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늘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초강대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세계 경제의 축의 동북아시아로 이동하면서 동북아시아 한가운데 있는 우리는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구한말 (舊韓末) 동아시아에서 천 년 이상을 이어온 중국의 지배력이 흔들리고 깨지면서 우리는 큰 변화를 맞이하였었다.

그러나 외국의 침략에 맞서고 우리의 헌 것을 정화시키며 진화하려는 우리 민족이 자체적으로 생성한 새로운 흐름인 '동학'을 수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기존의 지위와 세력을 유지하려는 수구에 의하여 '다양성의 공존'이 좌절되면서 일제의 식민지라는 암흑기를 걷고 말았다.

2013년을 마무리하는 현재 우리는 또다시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통치세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모두 '종북 (從北)' 또는 불순한 세력으로 내모는 작금의 현실은 구한말의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을 한층 높여주는 것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2014년 신년에 이러한 흐름에 부디 반전(反轉)이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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