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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KTX 분리, 제2의 대운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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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KTX 분리, 제2의 대운하 사기극?

[시민정치시평] '효율이 최고'라는 국토부, 대수술 필요하다

2013년 12월, 정부가 국민들에 내민 선물이 나라를 온통 뜨겁게 달궜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철도 발전 방안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던 철도노조는 법의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불법 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동안 파업이 일어나면 집단 따돌림에 가까운 비난을 받아왔었는데 이번만큼은 국민들의 지지가 상당하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도한 철도 정책을 둘러싸고 정권과 국민이 대결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앵무새처럼 말만 '국민행복시대'를 부르짖는 권력에 맞서 보통 사람들은 서로 안녕하시냐고 묻는다. 당장은 권력이 철도노조를 굴복시킬 수 있겠지만 민의를 거스른 정치권력의 끝이 어떤지는 지난 역사들이 보여주고 있다.

이번 국토부의 철도 정책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쟁점 중의 하나는 과연 정부의 정책이 철도 민영화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정부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민영화를 방지할 여러 안전장치들을 마련해놨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안전장치를 마련해 놨다는 게 그만큼 민영화의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발성이 강한 재료를 가져다 놓고 각종 안전장치를 두는 것보다는 아예 폭발 가능성이 없는 소재를 사용하는 게 맞지 않는가? 수서발 KTX 분리 정책은 기본 설계도는 MB정권의 수서발 고속철도 민간개방이라는 민영화 계획에 맞춰 만들어졌다. 국토부 '신자유주의 키드'들과 이들의 청부를 받은 한국교통연구원의 합작품이었다.

한국철도의 문제를 독점과 공영체제로 보고 이 두 가지 요인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극복하자며 민간 경쟁체제, 즉 다수의 운영자를 두는 철도 민영화 계획을 만들었다. 그러나 수익이 보장된 노선을 민간에 떼어주는 MB정권의 노골적인 재벌 특혜 정책은 강력한 사회적 반대에 부딪혔다. 국토부의 철도 정책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철도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민영화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알리바이로서 한국철도의 현실을 재단해버린 점이다.

현재 진행되는 철도 정책의 골격이 MB정권 시절 마련된 정책을 뼈대로 하고 있기에 새 정부에서 새로운 설계도가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국토부는 새로운 설계 대신 민영화라는 사회적 반대를 피할 궁리에만 매진한 끝에 공적자금을 동원한 경쟁체제 도입으로 간판만 바꿔 달았다. 그리고는 절대로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장담한다. 백화점 설계도로 공사를 하면서 완공되면 가정주택으로만 사용하겠다는 꼴이다.

ⓒ프레시안

수서발 KTX는 경쟁체제가 아니라 새로운 독점노선

백번 양보해서 정부의 민영화가 아니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는 고스란히 남는다. 수서발 KTX의 분리 운영이 한국철도를 효율화하고 발전적인 전망을 갖느냐의 문제다. 정부는 경쟁에 따른 효율화로 수서발 KTX의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했는데, 수서발 KTX 요금을 낮출 수 있는 이유는 정부의 주장대로 경쟁의 효과가 아니라 수익노선만 독점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실은 독점의 효과를 경쟁의 효과로 위장하고 있는 꼴이다. 수서발 KTX는 그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흑자 경영을 할 수 있다.

경쟁은 선택을 통한 배제를 전제로 한다. 경쟁에 따른 성과의 수치는 점유율로 표시되는데 일반적인 시장에서는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림으로써 이 점유율을 무한정 높일 수 있다. 곧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 수서발 KTX가 아무리 빛나는 경영성과를 달성한다고 해도 도입하기로 한 22편성으로 가능한 열차의 최대 운행 횟수를 초과할 수 없다. 주어진 배분권에 따라 선로를 점유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작용하는 법칙은 철도의 산업적 특성인 독점성이다. 서울역과 수서역 주변에 사는 이용객들 간에는 경쟁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 이외에도 공동선로를 이용하는 구간에서도 사실상의 경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대전-동대구 구간에서 코레일과 수서발 KTX가 경쟁하고 그 결과 수서발 KTX에만 사람이 몰린다 해도 수서발 KTX가 수용할 수 있는 이용객의 한계가 분명하다. 때문에 이용객들은 자연적으로 코레일이 운행하는 KTX 열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열차표를 살 때 좌석이 매진되면 요금이 비싼 특석이나 불편한 입석으로라도 이용하게 되는 원리와 비슷하다. 이용객들의 여행 패턴은 자신이 필요한 시간대의 열차를 이용하지 선택적으로 선호하는 열차회사를 고르지 않는다는 것은 서울 지하철에서 공동운영하고 있는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게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를 갖는 철도 산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낳은 것이 현재 진행되는 정부의 철도정책인 것이다.

공기업 부실화에 앞장서는 정부

효율이 최고의 가치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철도 산업 설계도를 보면 곳곳에 비효율의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기금 등 공적기관의 투자지분 도입이다. 철도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다시 철도로 재투자되는 게 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철도 재정적자를 줄이는데 기여하는 일이다. 그러나 59%를 차지하는 공적자금 지분의 수익 배당금으로 빠져나가는 철도 수익만큼 철도 산업의 건전성은 확보되지 않는다. 철도 적자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마당에 이를 메꿔 나가야 할 철도 운송수입의 일부를 항구적으로 철도 산업의 외부로 빼돌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부가 수서발 KTX에 연기금을 동원하는 이유는 용산 사업 실패로 부채규모가 늘어난 코레일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신설 KTX 법인의 자본금은 800억 원에 불과하고 코레일이 초기 설립 자금으로 동원하는 비용도 5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800억 원이면 코레일 자본금 5조 4000억 원의 1.5%에도 못 미친다. 코레일이 정부로부터 강제 인수 받은 인천공항철도에 대한 부담금이 1조 2000억 원이었다. 수서발 KTX 신설법인 설립자금의 15배다. 고작 공항철도 노선 하나 인수 하는 자금의 15분의 1에 불과한 비용으로 전 국토의 고속철도망을 운영하는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속된 말로 '알박기'로 불리는, 검증된 수익을 뽑아가는 빨대로 기능할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수서발 신설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동원한 여러 가지 논거와 행태들을 보면 이것을 사기극이란 말 이외에 어떤 말로 대체할 수 있을지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 대수술이 필요한 곳은 4대강에 이어 철도까지 파탄을 내고 있는 국토부가 아니고 어디겠는가?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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