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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결 처형하는 무자비한 북한? 그래도 대화로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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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결 처형하는 무자비한 북한? 그래도 대화로 관리해야

[정세현의 정세토크] 장성택 처형, 김정은 제1비서가 주도했을 것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2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의 체포부터 처형까지 북한은 매우 이례적으로 전 과정을 공개했다. 이후 남한 언론에서는 장성택이 최룡해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렸다는 분석부터 장성택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그를 밀어내기 위해 벌인 공작이었다는 등 그의 처형을 둘러싸고 갖가지 분석들을 쏟아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현 원광대 총장)은 장성택과 만났던 순간을 회고하면서 그가 차분하고 신중하며 겸손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은 "장성택의 그런 면모가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게 했을 것"이라며 장성택의 차분한 처신과 따뜻한 인간성이 역설적으로 그가 죄를 뒤집어쓴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장성택 처형의 주역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은은 장성택이 고모부라는 친인척 관계로 얽혀 있어 버거웠을 것"이라며 "장성택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사 또는 집단이 김정은을 상대로 모략을 했을 수 있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좀 불편했을 상황에서 그런 말을 들으면 믿고 싶은 심리가 작동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남북관계를 비롯해 북한의 대외관계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장관은 "장성택을 정리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상당 기간 내부의 긴장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성택 처형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나 인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긴장 조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장성택 처형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은 역시 믿을 만한 집단이 못 된다", "무자비한 집단이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저런 무서운 집단과 대화도, 화해협력도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그런 정권이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대화를 통해 감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터뷰는 북한이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것을 공개한 13일 오후에 진행됐다. 진행은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맡았다. 다음은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의 2인자이자,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지난 12일 전격 처형됐습니다. 북한은 올해 초 3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놓더니, 연말에는 장성택 숙청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번 사건의 배경과 원인을 살펴보고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등에 끼칠 영향을 점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정 총장께서는 예전에 장성택과 두 번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가까이서 본 장성택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정세현 : 네, 두 번 만났습니다. 차분하고 신중하면서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첫 만남은 2002년 10월 26일 서울에서였고, 이후 2007년 10.4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평양 백화원 초대소에서 만났습니다.

2002년 10월에는 장성택이 북한 경제시찰단 부단장으로 서울에 왔는데 당시에는 한국 정부에 총리가 부재한 상황이었습니다. 북쪽에서 장관급 인사가 오면 총리 주최 환영 만찬을 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통일부 장관인 제가 환영 만찬을 주최했습니다. 그때 제 오른쪽엔 당시 경제시찰단 공식 대표인 박남기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이, 왼쪽엔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앉았습니다.

북쪽 대표단이 장성택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정말 그가 권력자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또 장성택이 당시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문제에 상당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을 보고 실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는 북한에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라는 것을 발표해 경제 문제에 한창 관심을 갖던 때였거든요.

그런데 권력자가 흔히 가질 수 있는 오만함 같은 것들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좀 따뜻한 사람이라고 할까요? 만찬이 끝난 후 기념촬영을 할 때도 인상 깊은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북쪽 대표단 사람들이 장성택을 향해 "부부장 동지 앞으로 나오시라요", 이러면서 앞줄 가운데로 서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런데도 장성택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하면서 맨 뒷줄, 그것도 끝쪽으로 가더라구요. 그런 것을 보고 겸손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 저 사람은 오래 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7년 10.4 정상회담 때는 제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당시 회담이 끝난 후 환송오찬이 있었는데. 오찬장에 도착하니 북한이 제 자리를 장성택 옆으로 배정해 놓았습니다. 북한은 한 번 만난 남측 사람을 다시 만나게끔 하는 경향이 있지요. 중국말로 꽌시(關係)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성택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됐는데, 당시 오찬을 하면서 저한테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경제 쪽에도 관심을 가져 주십시오"라고 말하더군요. 자연히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요.

장성택은 제가 별것 아닌 간단한 걸 물어보는데도 본인이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꼭 확인하고 답변했습니다. 당시 오찬에 나온 음식에 대해 물어보니 장성택은 "아 제가 확실하게 잘 몰라서"라며 관련된 사람을 불러서 확인하고 답해줬습니다. 장성택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이 사람은 조심성이 있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 차분하고 신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레시안 : 말씀을 들어보니 장성택이 비교적 온화한 사람 같은데요. 북한이 발표한 대로 '반당 반혁명 종파행위'를 저지르고, 나아가 최고 권력을 넘볼 사람 같지는 않습니다.

정세현 : 말씀드린 장성택의 그런 면모가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게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의 차분한 처신과 따뜻한 인간성이 역설적으로 그가 죄를 뒤집어쓴 이유가 된 것이라고 불 수 있죠. 북한은 장성택이 의도적으로 종파를 형성하고 반당·반혁명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즉 의도적인 것이 아니었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따랐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장성택을 속전속결로 처형해버린 것을 봐도 장성택의 지지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의 체포를 결정하고 이후 나흘 만인 12일, 특별군사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한 뒤 즉시 처형했습니다. 또 장성택의 체포가 공개된 이후 조선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에 장성택에 대해 북한 인민들의 적개심이 크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장성택을 거의 인간말종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그런데 이것은 뒤집어 보면 장성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동정심이나 지지가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장성택은 혁명가의 자녀도 아니었습니다. 북한 엘리트를 육성하는 만경대혁명학원 출신도 아니고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평양 김일성종합대학 정치경제학부를 다니다가 김정일의 여동생인 김경희와 결혼해 이른바 '로열 패밀리'가 된 사람입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북한 기준으로 본다면 한미한 집안 출신인데, 그런 사람이 3대째 '백두혈통'으로 내려오고 있는 김정은 체제를 뒤집고 본인이 최고 권력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조심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으리라고 봅니다. 정말 장성택이 김정은 체제를 전복하려는 모의를 했다면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장성택의 판결문에 누구와 어떤 모의를 해 정권을 전복하려 했는지 구체적 내용이 나와야 했는데, 그런 내용은 없지 않습니까?

북한 지도부는 앞으로 북한 내에서 장성택에 대한 추모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장성택 계열의 사람들을 향한 숙청의 칼날을 들이밀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더불어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정치사상교육 사업을 강화해 갈 것으로 봅니다.

장성택 숙청, 김정은이 주도한 듯

프레시안 : 장성택이 이미 지난해 말부터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났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전문가인 알렉산더 만수로프는 미국의 <38노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세 가지 사실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첫째는 2012년 12월에 장성택이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이 권력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둘째는 올해 1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유엔 대북한 제재에 맞서 김정은이 중대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를 소집하면서 장성택을 부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김정은이 2013년 5월 중국에 특사로 파견한 인물이 장성택이 아닌 최룡해였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현 : 우선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이 곧 권력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왜냐하면 장성택에게 이것 말고 다른 직책도 많거든요. 국방위원회 부위원장도 하고 있었고 노동당 행정부장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당시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자신들의 측근도 함께 이동했습니다. 만약 당시 장성택 숙청의 조짐이 있었다면 측근들이 함께 이동했을까요?

다음으로 북한이 유엔의 대북한제재에 대응하기 위한 회의를 할 때 장성택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은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국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보낸 것은 북한이 더 이상 군사적으로 강경노선을 걷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중국에 주기 위해 군부를 대표하는 인사를 보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 전 재판을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은 이날 재판 및 즉결처분을 전하면서 위 사진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프레시안 :
북한 내 2인자 자리를 놓고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장성택 부위원장이 권력 투쟁을 한 결과, 장성택 숙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하자면 '군부와 당의 권력투쟁에서 군부가 승리했다'는 분석인데요. 따라서 앞으로 북한이 군부 주도의 강경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구요.

정세현 : 비교적 온건한 노선을 추구했던 장성택이 숙청당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강경파들이 득세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장성택을 몰아낸 것이 최룡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장성택의 숙청 과정에서 당 조직지도부가 나서서 장성택에 대한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현재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조연준인데,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조연준을 지도할 수 없습니다.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당 소속이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총정치국장보다 서열상 높진 않지만 실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조연준이 위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또 조연준이 최룡해보다 나이가 열 살 이상 많습니다. 최룡해가 지휘를 하고 조연준을 수족으로 부리면서 장성택을 제거하기는 힘든 것이죠.

또 최룡해가 총정치국장까지 올라가는 데는 장성택의 역할이 컸다고 봅니다. 최룡해는 군부 출신이 아니라 사노맹(사회주의청년동맹) 출신입니다. 군 경력이 전무합니다. 최룡해 아버지가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인 최현 대장이라고 하더라도 군 경력이 없는 인사를 총정치국장에 앉힌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인사였습니다. 군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모욕일 수 있습니다. 역대 총정치국장 인사들을 봐도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을 지냈던 사람들이기도 했구요. 그러니까 최룡해가 군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물론 민간인인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 앉힌 데는 김정일 집권 시 선군정치라면서 군인들이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것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을 겁니다. 당이 확실하게 군을 지배하는 당 우위 체제로 가야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죠. 이게 공산주의 체제의 기본적인 통치 방식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군에서 대장, 차수 등의 높은 계급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최룡해의 총정치국장 임명을 모욕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겠죠. 이런 배경에서 최룡해가 자기를 도와준 장성택을 쳐냈다? 그러면 최룡해 역시 군 내부에서도 신임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장성택 제거의 주역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였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이복 누나인 김설송 부부가 장성택 숙청을 지휘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북한에서 이복형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북한에서 이복형제는 '곁가지'에 불과하거든요. 거기에 권력을 줄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김정일이 이복동생인 김평일과 김영일을 외교관 감투를 씌워서 사실상 외국으로 추방한 것만 봐도 곁가지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지요.

김정은은 장성택이 고모부라서 버거웠을 겁니다. 친인척관계가 없으면 나이가 많아도 부하로 부릴 수 있는데 고모부니까 좀 껄끄러웠을 겁니다. 어릴 때 고모부라고 불렀던 사람과 갑자기 상하관계가 바뀌어 버린 것이잖아요? 장성택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김기남 당 비서는 친인척관계가 아니니까 덜 껄끄러웠을 겁니다. 또 그 사람들이 김정은에게 극진히 잘하기도 했겠지요.

장성택의 자리를 노리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사 또는 집단이 김정은을 상대로 모략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건 권력의 생리이기도 하지요. 김정은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좀 불편했는데 그런 모략을 들으면 그것을 믿고 싶은 심리가 작동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장성택의 죄목을 찾아 제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입지를 키우려는 세력이 연합해서 김정은을 활용했을 수 있는 겁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장성택 숙청으로 김정은의 권력이 강화된 것으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할까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정세현 :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장성택을 희생양으로 삼아 권력을 강화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토마스 쉐퍼 주북한 독일대사가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취약했기 때문에 장성택을 숙청했다고 분석했는데, 김정은 체제는 이미 대안이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즉, 정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김정은이라는 상징적 존재를 수령으로 모시고 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운명공동체입니다.

사실 장성택의 숙청은 체제 불안보다는 김정은의 심기가 불편해진 데 그 단초(端初)가 있었다고 봅니다. 권력의 생리와 관련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지요.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통령과,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당선 공신들이 집권 이후 점점 멀어지고 결국 공신들이 제거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과 맞먹으려고 하기 때문이죠. 민주주의 국가도 이럴진대, 하물며 3대 세습하면서 최고 지도자가 신적인 존재로까지 떠받들어지는 북한 사회에서는 더하지 않겠어요? 김정은이 보기에 장성택이 자신을 신으로 봐주지 않은 것입니다.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죠. 이게 장성택 숙청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레시안 : 흔히 장성택을 중국통이라고 하는데요. 북·중 경협을 주도하면서 북한 내부의 경제상황도 좋아져서 주민들한테 인기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성택의 처형으로 인해 북한의 개혁개방이 후순위로 밀리고 북·중 관계가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세현 : 장성택이 추진해 왔던 북·중 간 경제협력 프로젝트의 명맥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앞으로 그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심화·발전시키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장성택이 체포됐던 8일, 신의주에서 개성까지 고속철로를 놓기로 한 프로젝트의 계약이 체결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장성택 때 이미 입안이 됐던 것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장성택이 추진했던 사업들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는 경제협력 사업들이 강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최고 결정권자가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건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강력히 밀어줘야 성사가 가능하거든요.

그동안 장성택은 중국의 상무부장 천더밍(陳德銘)을 카운터파트로 해서 황금평·위화도 개발, 나진선봉 개발, 신(新)압록강대교 건설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장성택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밀어붙이니까 가능한 일이었죠. 그런데 무산철광 등 북한의 지하자원을 중국에 헐값에 팔았다는 누명을 장성택에게 뒤집어씌워 처형시킨 상황에서 앞으로 북한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경제협력 사업에 나서겠습니까?

또 중국은 이른바 '꽌시'(關係·관계)를 중시합니다. 관계가 있는 사람이거나 아는 사람한테는 혜택을 많이 주는 중국식 사교 문화인 셈이죠. 물론 국가적인 일을 하는데 꽌시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익에 입각해 협상을 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중국과 손잡고 일했던 장성택과 그 부하들이 사라진다면 새로운 꽌시를 형성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면, 상당 기간 동안 북·중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기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프레시안 : 방금도 말씀하셨지만 북한이 지난 9일 공개한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장성택이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리는 매국행위"를 했다고 나오는데요. 북한은 이 때문에 '주체철과 주체비료, 주체비날론' 등을 발전시키라는 유훈을 관철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세현 : 무산철광이 연변에 근거를 둔 회사에 싸게 팔렸다고 하는데 싸게 판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싸게 파는 대신 중국으로부터 반대급부가 기대되니까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를 싸게 팔고 추후에 중국의 투자를 크게 유치한다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요?

또 실제 좀 싸게 팔았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우에도 보면 북한이 중국과 거래에서 국제 우호가격이라고 해서 국제시세보다 비교적 싸게 거래를 했거든요. 북한이 중국의 물건을 국제가격의 반 정도로 산 경우도 많습니다. '조·중 특수 관계'에 입각한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북한의 수송 능력이 열악해서 제값을 못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의 운송수단으로 철광석을 중국 측에 인도해준다면 비싸게 받을 수 있겠지만, 물류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그렇게 못해요. 중국 트럭이 와서 철광석을 싣고 가거든요. 그럼 물건값에서 수송비는 빼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값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중국은 북한의 물류가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하고 무산철광에서 연길까지 가는 철도를 자신들 자본을 들여 깔았습니다. 아마 자신들이 수송하기에 편리한 방식으로 개·보수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훈춘에서 나진선봉까지 가는 도로 역시 중국 자본으로 건설하고 있구요. 단둥에서 용천까지 건너가는 신압록강대교도 중국 자본으로 건설하고 있죠. 이렇게 중국이 교통 인프라 건설에 돈을 쓴다고 하면 북한도 뭔가 반대급부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주고받고 하는 것이 있어야죠.

이런 큰 그림을 보고 북·중 경협을 생각해야 하는데, 북한은 자원을 싸게 판 것만 부각시켜서 장성택이 매국행위를 했다고 만들어버린 것이죠. 이렇게 하면 앞으로 외국과 경제 협상을 할 때 상호주의적으로 하거나 혹은 북한이 먼저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중국 또는 상대측의 더 큰 투자를 유치하는 전략은 추진하기가 어렵지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당국자도 나올 수 없구요. '이러다가 나도 매국 행위로 몰리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이는 비단 북·중 경협뿐만 아니라 개성공단 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남쪽의 많은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북한이 양보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의 이익을 증대시켜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있을 텐데, 북한의 어느 당국자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장성택 처형, 북한 대외관계 적신호 켜지나

프레시안 : 장성택 처형이 남북관계 등 북한의 대외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 운명을 달리한 이들. 왼쪽부터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은 제1비서, 최룡해 총정치국장,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비서. 사진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열린 은하수음악회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정세현 : 북한이 장성택 숙청을 정당화하기 위해 당분간 내부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유지하고 강경노선을 끌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남한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장성택을 처형한 12일 북한이 제4차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회의를 19일에 하자고 제안을 했다죠. 그런데 이것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청신호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북한이 회의를 제의한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는 뒤로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정도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은 회담을 통해 자신들이 거둬들일 이익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오겠지만, 우리 쪽의 유연한 대응을 유도할 수 있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외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당분간 강경파의 목소리가 득세하면서 대미 관계를 비롯해 대외관계 분야에서 유연한 정책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지난 5월 최룡해를 중국에 보내면서 그동안 거부해 왔던 6자회담도 할 수 있다고 밝혔고 이어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러시아까지 다녀오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요지부동일 때 북한과 중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선제적인 활동을 벌인 셈이었는데요. 이러한 활발한 움직임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5~7월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북한은 6자회담을 빨리 열어서 북·미 관계를 안정시켜보자는 기대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북한을 그렇게 만든 것은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지요. 케리가 4월에 베이징에서 6자회담은 물론이고 4자, 2자회담까지도 할 수 있다고 말했거든요.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에 영향을 받아서 북한도 전향적으로 움직인 시절이 그때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북한의 적극적 행보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프레시안 : 19일 열릴 개성공단 공동위원회에서 북한이 내놓을 제안이 앞으로 북한의 대외정책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이 전향적인 조치를 하면 모를까, 예를 들어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와 관련해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개성공단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정도의 과감한 제안이 나온다면 몰라도, 그 정도가 아니라면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설사 그렇게 하겠다면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해도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부적인 데서 시간을 끌면서 남쪽의 상황을 체크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이번 회의는 경제적 문제를 논의한다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 서로 탐색한다는 더 중요한 목표가 들어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결국 북한이 대외관계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다고 봐야겠네요.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시는군요.

정세현 : 장성택을 무자비하게 정리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은은 상당 기간 내부의 긴장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이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과 맞먹으려 했다는, 즉 1인자와 2인자 사이의 권위 문제로 이번 일이 촉발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면서 장성택한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 놨는데, 그것이 확실하다고 입증시키고 주민들의 동의나 인정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긴장 조성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남한에 대해 유연하게 나오기는 힘들죠. 핵문제와 대미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은 무자비한 집단? 북한 관리 위해서라도 대화에 나서야

프레시안 : 지난 2010년 천안함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남측의 여론이 굉장히 나빠졌습니다. 그런 반북 정서를 바탕으로 이후 국내 정치에서도 'NLL 포기 논란' 등 박근혜 정부가 종북몰이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구요. 그런데 장성택 처형이 연평도 포격보다도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이 훨씬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남북대화가 어려워질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반북정서가 국내 정치에도 좋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현 : 최근 종북몰이가 극을 향해 치닫는 상황에서 아주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죠. 권력 2인자를, 더군다나 자신의 고모부를 극형에 처하는 저런 집단과 무슨 대화며 화해협력이냐 하는 식으로 끌고 가면 남북관계는 점점 더 경직될 것입니다. 그러면 국내 보수세력에게는 단기적으로 정치적 도움이 될 수도 있겠죠.

실제 장성택 사건 이후 국내 언론의 보도 성향과 일부 북한전문가들의 발언을 보면 이번 사건이 국내 정치의 보수 우경화에 굉장히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들까지 나와서 "저렇게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집단과 무슨 대화를 하냐", "기대할 것 없다" 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이 높아서 우리가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더군요.

그런데 우리 속담에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장성택 처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지금 당장은 국내 정치적으로 이익이 될지 몰라도, 남북 대치 상태를 1년 이상 끌고 가면 자충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북 간 긴장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정권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의 긴장이 계속되면 한반도 위기지수가 높아집니다. 그러면 국가의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고, 신용 등급이 낮아지면 투자가 안 들어오고, 있는 돈 빠져나가고 증권시장이 춤을 춥니다. 정치적 지지의 기본적 토대인 경제 상황이 크게 영향을 받으면서, 이른바 '코리아 리스크'가 커지는 것이죠. 앞으로 1년 이상 남북관계의 긴장이 계속되면 이는 현 정권에 대한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함수관계를 잘 생각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저런 무자비한 정권과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충격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정세현 : 그렇긴 하지만 무자비한 숙청을 하는 집단이라는 것 때문에 대화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자해행위입니다. 그런 정권이기 때문에 오히려 계속 대화를 통해 감시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죠.

전두환 대통령은 1983년 10월 버마 방문 당시 아웅산 묘소에서 자신을 폭탄테러로 살해하려 했던 북한 김일성 정권과 바로 그다음 해 남북회담을 열었습니다. 북한이 예뻐서 그랬겠습니까.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관리하려면 북한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라도 북한과 대화에 나선 겁니다. 박근혜 정부는 이 점을 잘 유념해야 합니다.

같은 시기 레이건 대통령도 "소련은 악마의 제국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소련과 끊임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미소 대화가 계속되면서 양국의 핵무기가 감축됐고 1989년 12월 냉전 종식, 그리고 1991년에는 소련의 해체에까지 이르게 된 것 아닙니까. 미국은 1950년대 공포정치를 펼친 스탈린 시대의 소련과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과 어떤 식으로든 대화를 했습니다.

심지어 미국과 소련은 1975년 헬싱키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죠. 당시에는 미국과 서유럽, 소련 및 동유럽이 삼엄한 군사적 대치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렇게 군사적으로 대치하면서도 미국은 교류협력을 통해 동유럽과 소련을 관리하지 않았습니까? 그 과정에서 경제협력이라는 레버리지를 통해 동유럽과 소련의 정치적 변화, 인권상황 개선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것이 결국 탈냉전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많은 국제전문가들은 미국 등 서방측이 냉전에서 승리한 결정적 원인은 군사력이 아닌 인권과 경제협력에서 찾고 있습니다. 인권, 민주주의, 경제력, 이런 모든 면에서 우리가 우위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왜 우리가 대화를 먼저 포기해야 하나요?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이러한 역사적 교훈을 잘 숙지하고 전체 판을 봐야 합니다. 공산주의 국가와 사회주의 정권이 반(反)인륜적인 행위를 한다고 해서, 이번과 같은 극단적 처형을 저지른다고 해서 대화 자체를 포기하자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선동'에 불과합니다. 청와대나 집권 여당이 여기에 현혹될까봐 걱정됩니다.

또 앞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그런 집단일수록 대화를 통해 속내를 알아봐야 합니다. 북한의 속사정이 어떤지, 평양 시내 분위기는 어떤지, 장성택 숙청 과정에서 어느 정도 사회 혼란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대응해야 합니다. 이러한 대화나 탐색 없이 그저 추정으로만 상대를 파악하고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가안보를 해치는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대화와 교류는 필요한 것이지요.

또 대화란 경우에 따라서는 합의된 결과를 내기보다 서로 탐색한다거나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그렇게 결과만을 고집하는 방식으로 대화하면 세계 어느 국가와 만나서 어떤 일을 같이할 수 있겠습니까? 예를 들어 이란의 핵 협상 과정을 보면요. 다 된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언제부터 그 약속을 이행할 것인가를 12월 9~10일 이틀 동안 논의했는데 합의 못 하고 끝났습니다. 큰 틀의 합의보다 디테일이 더 중요하게 부각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이글 미 국방장관까지 이란 핵협상 결과에 대해서 만족을 표시했습니다. 위험한 이란을 관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는 뜻이죠.

프레시안 : 말이 나온 김에 마지막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지난 11월 이란과 미국 등 서방측이 핵협상을 잠정 타결했습니다. 이란 핵협상 잠정 타결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정세현 : 이란 핵 협상은 P5(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1(독일)의 형태로 진행됐는데요. 7자회담을 했지만, 핵심 당사자는 미국입니다. 미국이 이란과 타협을 하면서 일단 이란의 핵 활동을 동결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 줘야 하는 반대급부인 경제제재 일부 완화를 약속하면서 큰 틀의 잠정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죠.

협상에 참가한 7개국은 지난 11월 24일, 일단 6개월 동안 이란이 핵활동을 중지하면 나머지 6국은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준다는 데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그 합의를 언제부터 이행할 것인지 협의하기 위해서 12월 9~10일 만났지만, 날짜를 잡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디테일의 기술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미국은 합의를 살려놓은 상태에서 미국을 비롯한 6개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란이 핵활동을 재개하겠다는 명분을 주지 않는 정도로만 해서 상당 기간 이 상태로 끌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왜 이런 식으로 이란 핵을 관리할까요? 지금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두 개의 전선을 갖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와 중동인데요. 아시아에서는 북핵 문제를 빌미로 대중국 포위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북핵 방어를 이유로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MD)를 배치하는 것이 미국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이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중동 전선을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이란을 좀 조용히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대중 전략 내지 북한 압박 전략에 전념하기 위해 이란을 좀 다독거려 놓는 것이지요.

미국의 이러한 대중국 봉쇄전략, 그리고 북한 역시 장성택 처형 이후 미국이나 한국 등 외부에 대해 유연하게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서 북핵 문제 해결이 어려워졌다고 봅니다. 북핵 위기가 장기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미국을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이잖아요?

결과적으로 이란 핵협상이 북핵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대북 강경 입장을 강화시켜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한테는 별로 좋은 영향이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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